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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 보복조치, 현명하게 대응하려면

정구현 카이스트 경영대 초빙교수

2017.04.26 정구현 카이스트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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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 카이스트 경영대 초빙교수
정구현 카이스트 경영대 초빙교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지 100일이 넘었다. 이번처럼 미국 대통령 때문에 세계 전체가 불확실성과 혼란에 빠진 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태는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트럼프가 추진했던 오바마가 시행한 의료보험제도의 폐기나 일부 이슬람 국민의 미국 입국제한과 같은 조치는 성공하지 못했으며, 아직도 정책 혼선과 주요 보직의 공백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일부 미국 언론은 이 기간에 트럼프가 상당한 학습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또한 인기주의 선거공약을 일부 폐기하고 있는 점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트럼프의 무역정책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취임하자마자 TPP에서 탈퇴했고 TTIP(환대서양 FTA)같은 메가 FTA는 하지 않겠다는 점은 분명이 했으나 그 논리는 빈약하다. 세계경제가 WTO의 다자주의(MTN) 방식에 따라서 자유무역을 추구했고, 그 결과 지난 60년의 평화와 번영을 구가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점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메가FTA보다 쌍무적 FTA를 선호하고, 심지어는 트럼프의 일부 참모는 WTO 자체의 유용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도하라운드가 실패하면서 WTO가 무력화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WTO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합의 도출에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무역정책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할 부분이 중국에 대한 무역정책이다.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 내에 트럼프는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 때문에 미국경제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에는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비난의 톤이 많이 약화되고 있다. 중국을 표적으로 하는 보복조치에 대한 논의도 없고, 4월 중순에 발표한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보고서에서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도 않았다. 트럼프가 유세 중에 언급했던 중국에 대한 45% 보복관세에 대한 언급도 더 이상 없다. 다만 국경조정세 제도는 중국만을 표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미국 의회에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한 마디로 “미국 내 생산 확대를 통한 고용증진”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는데, 이 목표를 보호주의 무역정책으로 추진하면 소비자 후생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 또한 보호주의와 글로벌화에 대한 규제 조치는 아직도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은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매우 다행한 일이다. 취임 100일이 지난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경제정책의 방향이 기존의 세계경제의 질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장 한국 경제와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사드의 남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이다. 중국 정부가 공식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으나 2016년 11월 이후 중국의 비공식적인 제제조치는 네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여행상품 판매 제한, 한국의 드라마 등 문화상품 판매 제한, 롯데의 중국 내 소매유통점에 대한 행정규제 강화와 휴점 조치, 그리고 한국의 식품과 화장품등 상품 수입에 대한 통관지연 또는 거부행위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조치가 사드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점을 밝히지도 않고, 또한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위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는 중국 시장에서 승용차와 같은 한국 상품의 판매 감소로 연결되면서 피해액이 상당히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서 한국의 소비자들도 중국 여행을 취소하는 등 양국의 전반적인 경제 및 인적 교류가 위축되고 있다. 중국이 외교나 안보 문제 때문에 무역이나 경제 쪽에서 보복 조치를 하는 행태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본에 대해서도 센카쿠 열도 문제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등 조치를 했고 중국 내에서 일본에 대한 불매 운동도 있었으며, 필리핀이나 대만 등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그런 비슷한 보복 조치를 한 적이 있다.

이번 사드 관련 중국의 비공식적인 보복행위는 한국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한국의 수출의 25% 정도가 중국으로 가고 있고, 관광과 현지 판매 등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매우 높은 국가자본주의이며, 동시에 중국인들의 국가주의도 매우 강해서 때로는 정부의 조치 이상으로 인민들이 과열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 안보를 둘러 싼 한중의 갈등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북한의 핵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압박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으나, 중국은 북한의 존속을 강하게 원하고 있으므로 결코 미국의 요구대로 북한을 압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다행히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미중 관계가 앞으로 언제 크게 악화될지 모를 일이다. 크게 볼 때 동북아의 안보 정세와 미중 관계의 변화에 따라서 앞으로 한국경제와 기업이 겪을 정치리스크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리스크의 증대에 대비해서 우리가 해야 일은 많지만 우선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는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다. 멕시코는 수출의 80%가 미국으로 가고 있는데, 트럼프가 멕시코와의 무역 및 인적 교류를 제한하게 되면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와 기업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20% 이내로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더욱 독점력이 높은 상품이나 부품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중국이 사드에 대한 보복조치를 하면서도 긴요한 한국산 부품이나 소재에 대해서는 수입 규제를 하지 못하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국민과 기업을 보호하는 정부의 자세가 중요하다.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보복을 당하는 것은 사실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우리 정부가 요구해서 골프장을 내어 준 것인데 거기에 대해서 중국 정부가 보복을 하는 것은 사실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롯데그룹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오히려 반대되는 조치를 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세계 최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최우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부당하게 외국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자국의 기업에 대한 보호와 바람막이의 역할에 소홀하다. 국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과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중국이던 어느 다른 나라이건 간에 외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인해서 자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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