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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용수 가뭄에 대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2017.06.13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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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국민안전처의 6월 13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전국 강수량은 평년(331mm)의 69% 수준이나, 강수량의 지역적 편차로 경기, 전남, 충·남북, 경북지역 33개 시·군에서 주의단계의 기상가뭄이 발생”했다.

기상청 기준에 의하면 6개월 누적강수량이 평년대비 약 55% 이하이면 가뭄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고(주의 단계), 최근 6개월 누적강수량이 평년대비 약 45% 이하이면 ‘심한 가뭄’이고(심함 단계), 최근 6개월 누적강수량이 20일 이상 평년대비 약 45% 이하이면 ‘매우 심한 가뭄’으로 규정한다(매우 심함 단계).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현재는 국토의 일부분에서 주의 단계의 가뭄이다.

현재의 가뭄 뿐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가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으로 문제를 바라보아야만 한다.

강수량이 많고 적음을 따지는 ‘기상학적 가뭄’ 보다는 물공급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지를 따지는 ‘사회적 가뭄’이 더 의미 있는 지표이다.

가뭄을 논의하기 위하여 먼저 우리나라 분야별 물 이용량을 살펴보자.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물이용량은 251억톤인데, 생활용수는 물이용량의 30%이고 공업용수는 약 10%에 이르고, 농업용수는 152억톤으로 총사용량의 60%를 점하고 있다.

생활용수의 경우, 지난 3, 40년 동안 산간농촌과 도서해안 지역을 제외하고는 물이 없어서 수돗물 공급을 하지 못한 사례는 없었다.

환경부가 작성한 2015년 상수도통계 자료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2015년도 상수도 보급률은 98.9%이고, 농어촌지역은 92.3%이다.

중소규모 도시를 포함한 대부분의 도시에는 상수도가 공급되고 있다. 또한 취수장 가동률은 68.1%이고, 이 중 지방상수도의 가동률은 66.6%이고 광역상수도의 가동률은 70.2%이다.

취수시설용량은 연간 119억톤이고 취수량은 연간 66억톤으로 취수시설용량의 55% 정도 취수하고 있다. 따라서 생활용수의 경우 사회적 기반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

특히 소양강댐 등 주요 물공급원인 대규모 댐의 저수율(38.8%)은 평년 저수율(37.0%) 보다 높기 때문에 극심한 가뭄이 발생해도 심각한 생활용수 부족사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농업용수인 것이다.

농업용수는 우리나라 물사용량의 60%를 점하고 있는 만큼 양으로 볼 때도 가장 중요한 부문이다. 약 2만개의 농업용저수지에 저장된 물을 주로 농번기에 사용하는데, 가뭄이 들어도 저수지의 몽리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국민안전처의 보도자료(2017.6.13)에 따르면 “전국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은 51%인데, 평년 저수율(67%)의 76% 수준”이다.

곧 장마철이 다가오기 때문에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산간농촌지역은 여전히 가뭄에 취약하다. 언론에서는 농업용 저수지가 고갈되는 사진과 물이 없는 논 사진을 보여주면서 가뭄이 심각하다고 보도하지만, 가장 심각한 곳은 농업용 저수지가 없는 산간농촌지역이다.

산간농촌지역 이외의 지역은 농업용 저수지를 통해 농업용수를 어느 정도 공급받고 있기는 하지만, 농업용수 문제는 좀 더 근원적으로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최근 들어 벼농사 위주의 영농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있는 밭작물을 재배하는 관개농업으로 바뀌고 있다. 즉 밭에도 저수지에 저장된 물 또는 지하수를 인위적으로 공급한다는 의미이고, 산간지역에 발달한 고랭지 채소밭에도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사업을 펴고 있다.

농업용수는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농민들은 정부에 농업용수 개발을 ‘생계형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한 농업용수 개발사업에서 물 수요에 대응하는 물 공급 사업을 하는데 경제성 평가는 지극히 형식적으로 진행한다.

농어촌공사는 경제성을 떠나 어떤 사업이든 해야만 하는 조직이고, 농업용수 개발사업을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가뭄’을 이용하고 ‘가뭄피해를 받는 농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묻지마식 논리로 사업을 밀어붙인다.

농업용수 개발에 대한 경제성 평가는 사업을 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고, 이를 근거로 농업용수를 개발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에서 농업용 저수지 증고사업을 살펴보자.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국토부, 2009)에 따르면 이 사업의 목적은 갈수기에 4대강 본류 및 지류에 ‘하천유지용수 공급’하는 것이다.

농업용 저수지 96개소를 증고하여 총 2.5억톤의 물을 추가로 확보하는데, 사업비 2조 3000억원이 낭비됐다. 즉 농업용 저수지 증고사업의 근본적 목적은 농업용수가 아니고 생뚱맞게도 4대강 본류 수질개선용수 확보였다.

당연히 국가재정법에서 규정한 예비타당성조사도 형식적으로 수행됐으며, 4대강 사업으로 농업용 저수지에 추가로 확보한 물은 최근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되는 성격의 물이 아니었다. 4대강 사업으로 농업용 저수지에 추가로 확보한 물은 사용처가 없었다는 뜻이다.

농업용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분야는 ‘경제성 평가’로 귀결되는데, 그 중심에는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농업용수 공짜 정책’이 있다. 또한 농업용수를 많이 소비하는 논농사의 경우 ‘쌀 직불금 제도’* 등이 시장경제를 왜곡시켰다.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면 농민들은 일정부분 손해를 입게 되는데, 가뭄을 극복하기 위하여 농업용수를 개발할 때 농민들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정부가 모든 비용을 지불한다.

만약 수혜 농민들이 농업용수 개발비용의 일부를 지불한다면, 농민들의 입장에서 비용지불이 과다하다면 농업재해보험과 같은 사회적 안전장치망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쌀농사가 잘되든 안되든 정부는 농민들에게 일정부분 소득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즉 쌀농사에 대한 리스크(risk)가 없기 때문에, 농민들이 농업재해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유인책이 없다. 따라서 국토의 극히 일부분에서 가뭄이 발생하면 언론이 과장보도를 하고 농어촌공사는 소위 ‘만들어진 가뭄’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형식적인 경제성 평가를 바탕으로 과도한 농업용수 확보사업을 추진한다.

농업용수에 대한 왜곡된 시장질서를 바로 잡는 가운데서만 궁극적으로 농업용수 가뭄에 대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쌀 직불금 제도)정부가 시장가격보다 비싼 값에 쌀을 구매해주는 추곡수매제를 2005년 폐지하면서 새로 도입한 제도다. 농지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주어지며 금액은 농지 소유 면적과 상관없이 무제한으로 지급된다. 올해 직불금은 ㏊(1만㎡)당 74만6000원이며, 쌀값이 목표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그 차액의 85%를 이듬해 3월에 또 지급한다.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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