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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조사, 시민참여 의사결정의 유력한 기법

김춘석 한국리서치 상무

2017.07.18 김춘석 한국리서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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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정치 의제나 정책 의제를 결정하는 최상위 수단은 투표이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등가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고, 결과가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 하더라도 공동체를 위해 수용하겠다는 약속이 이루어진 제도가 투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표는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큰 비용이 소요되는 공적 제도이기 때문에 쉽게 시행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다. 이 때문에 투표에 버금가는 기능을 할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 다양하게 모색됐다. 시나리오 워크숍, 규제협상, 시민배심제, 합의회의 등이 제도권에 정착된 대표적인 기법이다. 이들은 통치가 아닌 협치를 지향하는 정부에서 시민이 참여해 숙의와 토의를 통해 민주적 합의 도달을 목표로 삼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론조사는 위의 방식들이 지니는 특징에 더해 숙의와 토의에 참여하는 시민의 대표성을 대폭 강화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공론조사를 창안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조지프 피시킨 교수는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식 직접민주주의를 민주주의의 이상적인 형태로 상정하고 오늘의 현실에 구현하고자 했다.

이는 모든 시민이 참여해 토의한 후 공동체 의제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필수 요건이 시민의 대표성이다. 엄정한 표본추출 절차를 거쳐 무작위로 선정된 200~300명 내외의 시민은 통계적으로 전체 시민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이 숙의와 토의를 통해 내린 결론은 전체 시민의 결론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론조사는 일반 여론조사나 위에서 예로 든 시민 참여형 의사결정 방법과 달리 모든 절차와 결과를 언론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공론조사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신뢰를 확보하는 요건이자, 공론조사 성과를 공론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도 공유함으로써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공론조사는 처음 시행된 1994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80회 가까이 시행됐다. 보고서에 따라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은 숙의와 토의 전후에 의사를 변경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민의 일원으로서 공동체와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다는 자긍심을 표출하고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론조사 주관 기관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자신의 입장과 다른 결과가 도출돼도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공론조사 참여가 민주 시민으로서의 효능을 깨닫고 고양하는 계기가 됐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제도가 그렇듯 제도 자체가 목표하는 바의 성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제도에 참여하는 주체가 저마다의 역할과 전반적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제도가 지향하는 바의 목표를 달성할 수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공공의제를 대상으로 하는 공론조사는 대부분 정부가 이해당사자이다. 이해당사자로서 정부는 공론조사 시행을 지원은 하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아야 한다. 공론조사를 주관하는 공론화위원회 등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견지해야 한다. 쟁점과 관련한 자료집을 제공하고 질의응답에 참여할 전문가들은 시민의 판단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또 공론조사를 진행하는 사회자와 분임토의를 이끄는 촉진자도 참여 시민에게서 공정성, 형평성,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조사회사는 참여 시민의 대표성을 보증하고 조사결과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언론은 공론조사 전 과정을 심층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공론조사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각각의 주체가 제 역할을 수행해 제대로 운용된다면, 공론조사는 시민의 숙의와 토의를 기반으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유력한 기법으로서 제 기능을 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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