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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경감 핵심, 효과적 비급여 관리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2017.08.30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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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의료서비스는 생애 전 주기에 걸쳐 필요하고 문제의 크기는 예측불가능하다. 이렇기에 보장의 범위도 세밀해야 하고 그 재원의 크기도 적절해야 한다. 최근 유엔 등 국제기구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개발목표로 보편적 건강보장(UHC)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예기치 못한 건강상의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제도상으로는 이미 유엔이 제시한 보편적 건강보장이 달성되어 있는 셈이다. 

필자는 최근 캐나다의 모 대학에 근무하는 한국인 교수와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대화 도중 보편적 건강보장의 선진국인 캐나다에서 의료 이용을 할 때 겪는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응급상황에서 구급차에 지불하는 비용 문제였다. 비용은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점은 비용 규모가 예측가능해 보였다. 필자의 최근 경험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의료를 이용할 때 제일 당황스러운 점이 진료비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치료가 끝난 후 진료비 명세서를 받아보면 전체 비용 뿐만 아니라 특정 항목이 왜 급여가 안되는지 도무지 판단할 수 없었다.

건강보험은 건강의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재원을 모아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비급여로 인해 위기대응 능력이 현저히 낮아 보인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 국민 중 약 3000만명 이상은 별도의 민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일종의 자구책인 셈이다.

인간의 삶은 예측가능할 때 더 행복하다. 예측가능하기 위해선 요즘 같은 고령화시대에는 은퇴 후의 삶이 명료해져야 한다. 노년의 삶의 핵심은 소득보장과 건강보장이다. 하지만 비급여 등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한 축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비급여 항목 대부분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서비스의 내용과 가격 모두 다 그렇다. 예를 들어 ㄱ병원에 가서 특정 치료를 받을 때와 ㄴ병원에 가서 유사한 특정 치료를 받을 때 비급여 서비스의 내용과 가격이 서로 다르다.

근본 원인 또한 병·의원 적정 의료수익 보장과 맞물려 있다. 즉 낮은 수가에 따른 보상을 그동안 비급여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설혹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 해도 그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또 다른 비급여가 생성되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늦어 보일 때가 시작의 적기이듯, 때마침 문재인정부가 의미 있는 의료비 경감 대책을 내놓았다. 그간의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축소해오던 것에서 탈피하여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정책방향은 첫 단추를 잘 끼운 것으로 환영할 만하다.

예비급여를 통해 다소 비용 효과성이 부족한 서비스도 전면 급여권에 포함시킴으로써 의료비 부담을 적극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비급여 발생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

현재 42개 공공기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 중인 신포괄수가제도는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하고 있는 민간병원에 비해 비급여 비율이 절반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비급여 관리에 효과적인 신포괄수가제도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장기적으로 비급여 증가를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 기고는 8월 14일자 경향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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