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 누리집 로고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콘텐츠 영역

배경블라인드 채용은 ‘직무역량중심’ 채용이다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2017.10.12 인사혁신처
인쇄 목록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미국 시카고대학의 버트런드(Bertrand, M.)와 MIT대학의 멀라이너선(Mullainathan, S.) 교수는 채용과정에서 차별이 어느 정도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 다음과 같은 연구조사를 했다.

그들은 신문에 실린 1300여건의 구인광고를 보고 동일한 이력서를 보냈는데 그 중 절반은 흑인들이 자주 쓰는 이름을, 나머지는 백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이름을 표시했다.

그 결과 백인 이름을 사용한 이력서에는 10건당 1건의 응답이 있은 반면, 흑인 이름으로 제출한 이력서에는 15건당 1건의 응답을 받았다.

같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흑인 이름이 쓰인 이력서는 백인 이름으로 제출된 이력서에 비하여 50%나 낮은 응답을 받은 것이다. 편견을 일으키는 정보가 판단의 눈을 흐리게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연구결과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배경정보는 편견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으므로 조직이 필요로 하는 좋은 인재를 얻으려면 배경정보(출신학교, 출신지역, 사진 등)는 보지 않고, 응시자가 갖추고 있는 직무수행역량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배경블라인드 채용이므로 이는 그야말로 편견없는 직무역량중심 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중앙인사위원회는 배경정보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기 위해서 공무원 공채 응시원서에서 ‘학력’란을 폐지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주어진 과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행동으로 응시자가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보유하였는지를 평가하는 행동사건면접법(Behavior Event Interview)을 도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한 블라인드 채용은 면접평가의 타당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질문을 사전에 정하고 주어진 면접방식과 평가기준에 따라 진행하는 ‘구조화 면접’으로 발전하였다. 개인 신상에 관한 배경정보는 면접관에게 제공하지 않고 대신에 직무와 관련된 질문, 정책과제들을 응시자들에게 부여하여 평가한다.

채용과정에서 면접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면접은 화려한 말솜씨가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 상황인식 판단력, 의사소통 능력과 같이 업무수행에 필요한 직무수행역량을 살펴보는 것이다. 면접에서 집단토의, 개인발표, 경험면접, 상황면접 등 다양한 평가기법을 활용하고 있어 1차질문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후속질문이 이어지면서 응시자의 상황대응능력은 자연스레 드러나기 마련이다.

더구나 5급 공채의 경우에 응시자 한 명 당 면접시간이 4시간이며 응시자 한 명에 대해 6명의 면접관이 평가하는 체제이므로, 말하는 기술만 배워가지고는 도저히 훈련된 면접관을 속이기 어렵다.

배경블라인드 채용을 ‘깜깜이 채용’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배경정보(출신학교, 출신지역, 사진, 가족사항 등)와 같이 편견을 줄 수 있는 요소를 보지 않겠다는 뜻의 배경블라인드 채용(background-blind recruitment)이며 이는 ‘깜깜이 채용’이 아니라, 핵심적인 직무수행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꼼꼼이 채용’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배경블라인드 채용의 방점은 타당도와 신뢰도가 검증된 방법으로 직무수행역량을 더 꼼꼼하게 채용하자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면접관 양성프로그램을 신설하여 면접관을 양성하면서 전문면접관 풀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최근 캐나다 정부도 공직자 채용 시 ‘이름-블라인드 채용(name-blind recruitment)’을 시범적으로 도입하였다. 응시자의 이름으로 인한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여 변화에 잘 대응하고 더 좋은 공공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여 우리 사회에 많은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 창의성과 융합이 강조되고 사람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며, 각 분야의 핵심 인재를 찾기 위한 인재전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균등한 기회와 공정한 절차를 소망하는 수많은 이 땅의 청년들에게, 또 진정한 인재를 애타게 찾고 있는 정부와 공공기관들에게 잠재적 편견을 배제하는 배경블라인드 채용(직무역량중심 채용)은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될 것이다.

* 이 기고는 9월 26일자 서울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이전다음기사 영역

하단 배너 영역

지금 이 뉴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