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하루 거래 28조원, 광군제가 주는 의미

여준상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17.11.28 여준상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여준상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여준상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광군제란 무엇인가

중국에서 매년 11월 11일에 광군제라는 이벤트가 열리는데, 우리말로 표현하면 ‘솔로(독신자)의 날’이다. 숫자 1이 홀로 서있는 솔로를 뜻한다해 애인 없는 솔로를 챙겨주는 날로 90년대 초반에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시작됐다. 이후 선물을 주고받고 파티를 열면서 기념하다가, 2009년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몰이 광군제에 맞춰 대규모 할인판매에 나서면서 중국 최대의 쇼핑의 날로 탈바꿈했다. 쇼핑을 통해 외로움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의 마케팅메시지가 주목을 끌면서 많은 중국 온라인몰들이 동참하면서 현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날이 됐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연말 시즌에 오프라인에서 대대적 할인행사를 벌여왔는데,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직후 금요일), 영국의 박싱데이(크리스마스 다음날)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라인쇼핑 열풍이 불면서 연말 할인행사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모바일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미국에는 아마존을 비롯한 대형 온라인 업체들이 사이버먼데이(추수감사절 직후 월요일)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블랙프라이데이 조차도 점차 온라인, 모바일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온라인 할인행사의 가장 대표 이벤트로 이제는 중국의 광군제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는 11월 11일 단 하루의 매출이 작년에 비해 40% 증가한 약 28조 5900억 원에 다다랐는데 이는 우리나라 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인 약 65조원의 절반에 해당된다. 단 하루 매출이 한 국가 연간 매출의 절반에 다다른다니 그 규모나 위력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하다.    

광군제를 좀 더 들여다보면, 앞으로의 성장세가 무서울 것으로 예상된다. 광군제 쇼핑이벤트에 참여하는 국가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올해는 225개국이 참여했으며 참여브랜드의 숫자가 6만 개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중국에서 시작했지만 이미 중국을 벗어나 세계적 참여 이벤트로 확장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광군제 글로벌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는 보고를 보면 소비자 측면에서도 중국뿐만 아니라 인접 아시아 국가를 포함해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이벤트로 커가고 있다. 또한 광군제의 주 타깃이 2030의 젊은 층인데, 이들 밀레니얼세대가 향후 경제의 주축이 되고 지속적으로 소비의 주체로 커갈 것이기에 광군제의 위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올해 광군제 매출의 90%가 모바일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보면 모바일 대세시대에 걸 맞는 이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모바일중심 재편되는 글로벌 할인행사

앞서 언급했지만 디지털기술 발전으로 인해 이제 세계적 할인행사도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다. 과거 오프라인 기반의 할인행사는 접근성의 한계로 인해 어느 한 국가, 지역의 이벤트로 한정됐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국경이 따로 없다. 즉 어느 한 나라의 쇼핑이벤트가 전 세계인을 상대로 확장될 수 있는 무한경쟁성을 가지게 됐다. 상품소싱, 결제, 물류배송 등에서 핀테크를 비롯한 ICT기반의 기술발전으로 인해 클릭 한두 번으로 지구 반대편의 할인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다. 더 싸고 편리하다면 자국 이벤트를 고집하지 않고 다른 국가의 쇼핑이벤트에 온라인으로 참여하면 된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 사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길게 줄서는 불편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싼 물건을 불편하게 구매하지 않는다. 싼 물건을 더 쉽게, 편리하게 구매하려 한다. 온라인 중에서도 이제는 모바일이 대세다. PC기반의 온라인 쇼핑이 점점 저물고 스마트폰기반의 모바일쇼핑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군제가 중국 땅의 오프라인행사에 머물렀다면 하루 28조원이라는 매출이 일어났을까? 클릭 몇 번으로 매출을 일으키는 스마트폰 엄지족들이 대거 나섰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온라인, 모바일로의 전환은 전통적인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온라인 매출이 2008년 50억 달러였던 것이 지난해에 250억 달러로 무려 50배나 성장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매출 성장세가 가팔라 올해에는 당일 온라인판매액의 절반을 모바일이 달성했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정부주도 아래 코리아세일페스타(2015년 명칭은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9월말에 한 달여간 개최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행사기간 매출이 약 11조원에 이르렀는데, 아직 인지도나 규모 면에서 외국 할인행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직 시행 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짧게는 수 십년, 길게는 백년 넘게 진행돼 온 외국 행사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진화돼 갈 것으로 본다. 한류의 저력이 있기에 지금부터 잘 준비하면 한국만의 독특성과 문화를 잘 접목시켜 세계적 쇼핑이벤트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몇 가지 관점 전환은 필요해 보인다. 아직은 초기라서 정부주도가 강하지만 점차 민간주도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자유도를 가지고 다양한 자생적 시도를 하다보면 그것이 한국의 대표 쇼핑행사가 될 수도 있다. 롯데 ‘블랙페스타’를 비롯해 최근 대형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자체적 시도를 하고 있는데, 당장 큰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대내외 환경이 개선되면서 절묘한 타이밍에 큰 성공을 가져올 수도 있다. 

아울러 데이(day)마케팅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블랙프라이데이, 박싱데이, 광군제 모두 특정  날짜에 의미부여가 돼 있다. 즉 어느 한 날짜에 스토리가 입혀져 있다. 장부에 적힌 숫자 잉크색이 빨강에서 검정으로 바뀌는 날, 하인들이나 불우한 이웃에게 선물을 박스에 담아 주는 날, 솔로에게 위안을 주는 날 등이다.

장기간의 기간을 설정하면 집중도가 약해지지만, 특정 날짜에 집중하면 기억하기도 쉽고 관심 끌기도 좋다. 빼빼로데이가 벤치마킹될 수 있다. 특정날짜를 형상화하는 과자 하나가 전국적 이벤트로 오랫동안 주목받는 것처럼 의미부여만 잘 한다면 한국발 특정 데이가 전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날짜는 날씨가 추워지고 연말에 가까워지는 겨울시즌일수록 좋다. 추운날씨에 따뜻한 온기를 느끼려고 훈훈함을 주고받는 계절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벤트 역량을 온라인, 모바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처럼 날짜는 기점으로서 시작을 알리는 역할이며 이후에는 온라인, 모바일에서 그 이벤트를 열어 놓는다면 지속적 매출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