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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아세안 발전에 가져올 변화

[2019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①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신남방정책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19.10.30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19년은 한국과 아세안(ASEAN)이 공식적인 대화관계를 수립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1월말 부산에서 개최되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지난 2년간 신남방정책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소중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2017년 11월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라는 3P를 원칙으로 삼은 신남방정책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이후, 경제부문에 치우쳤던 과거의 한-ASEAN 협력을 정치·외교부문뿐 아니라 사회·문화 영역으로까지 확장해 왔다. 이 글은 한-ASEAN 특별정상회의 이후 한반도 평화이슈를 중심으로 신남방정책의 의의를 점검하고자 한다.

인도와 ASEAN을 대상으로 하는 신남방정책은 한반도로부터 동북3성,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로 펼쳐지는 신북방정책과,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 3국간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을 포괄하는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 구상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구상 속에서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은 평화의 축으로, 동북아플러스(신남방·신북방) 정책은 번영의 축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평화가 전제되지 않은 번영은 존재가치가 없고 번영이 없는 평화는 공허하므로, 결국 번영과 평화는 신남방정책의 성패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또한 신남방정책의 추진 주체는 사람이므로 사람을 포함한 3P(사람, 번영, 평화)로 신남방정책의 3대 원칙을 요약할 수 있다. 3대 원칙을 근간으로 신남방정책은 ASEAN과 인도와의 협력수준을 한반도 주변 4강(미·중·일·러) 수준으로 격상해 특정국에 집중된 경제 및 외교, 사회문화적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생존공간의 확보를 지향한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90번 ‘한반도 신경제’ 구상은 남북한 하나의 시장협력을 지향함과 동시에, H자형의 동북아 3개축(환동해벨트·환황해벨트·접경지역벨트)을 따라 에너지, 자원, 물류, 교통, 관광 산업 개발을 통한 경제 활로를 개척하고 경제통일의 기반 구축을 목표로 한다. 물론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북한의 비핵화를 통한 남·북한 간 평화체제 구축이다. 남북한 양자의 노력으로 일부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지만,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는 어려운 난제로 남아있다. 비록 북미 간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한반도 신경제’ 구상 실현의 전제조건인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제3의 조력자로 ASEAN을 고려할 수 있다. ASEAN은 미중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발언해 왔고, 북한과 오랜 외교관계 만큼이나 북한의 속내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13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 서밋홀에서 열린 제19차 한·ASEAN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13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 서밋홀에서 열린 제19차 한·ASEAN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ASEAN 역내에서 두 차례나 개최된 점을 고려할 때, ASEAN은 북한과의 기존 외교관계를 바탕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존재로 평가된다. 신남방정책을 통해 ASEAN과 우리가 함께 번영할 수 있다는 신뢰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기반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ASEAN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ASEAN은 적극적으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조력자로 나설 것이다. ‘더불어 잘사는 사람중심의 평화공동체’를 강조하는 신남방정책이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실현을 앞당실 수 있는 이유다. 또한 ASEAN은 동남아비핵지대조약(Southeast Asian Treaty of Nuclear Weapon Free Zone)을 체결한 경험을 북한과 공유하고, 친미도 친중도 아닌 중립적 입장에서 관련국과 함께 비핵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하고 정상국가로서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면, 신남방정책을 통해 강화된 한-ASEAN 간 신뢰는 북한의 대외개방을 촉진할 수 있다. ASEAN은 자신들의 포용성과 개방성의 토대인 ASEAN중심성(ASEAN Centrality)을 위해(危害)하지 않으면 새로운 다자체제 형성에 유연하다.

‘ASEAN 플러스(+)’의 형태로 ASEAN+1, ASEAN+3, ASEAN+6 등 다양한 체제를 운영 중인 ASEAN은 ASEAN지역안보포럼(ARF), 동아시아정상회의(EAS), ASEAN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 등 동아시아 역내에 다층적·다기능적 협력체 형성을 주도해 왔다. ASEAN이 먼저 자신들이 주도하는 다자 무대에 북한의 참여를 유도해 정상국가로 자리 잡도록 지원할 수 있다. 비핵화 이후 북한이 이미 참여하고 있는 ARF뿐 아니라 다양한 다자협력 체제에 참여한다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등한시하기 더욱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대외개방과 더불어 사회주의 체제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한 ASEAN 회원국의 발전경험과 남한의 자본 및 기술이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실현을 위해 북한에 투하된다면, 경제가 성장한 만큼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대외 개방과 더불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북한이 참여해 역내 무역자유화에 동참하고, 현재 협상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ASEAN과 한반도 사이에 새로운 가치사슬을 형성하는 날을 꿈꿔 본다.

이를 통해 양 지역 간 교역 확대뿐 아니라 북한의 무역원활화를 위한 인프라 개발 사업에 남북한과 ASEAN이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이는 한국과 ASEAN의 새로운 성장동력일 뿐 아니라 북한 경제의 체질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신남방정책을 통한 ASEAN과의 신뢰 강화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ASEAN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점에서 신남방정책과 ‘한반도 신경제’ 구상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정상의 ASEAN 순방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ASEAN 각국의 지지를 다행스럽게 확보했지만, 한반도 관련 상황이 최근 빠르게 변화하면서 주변을 다시 돌아볼 시점이다. 11월말 부산에서 열리는 ‘한-ASEAN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핵문제와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ASEAN 정상들에게 공유함으로써 새롭게 관심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ASEAN 발전에 가져올 변화를 함께 확인하고, ASEAN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확신과 미래비전을 제공함으로써, ASEAN이 자발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지지 표명 및 조력자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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