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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파견지역 한시적 확대 결정이 갖는 의미

2020.01.30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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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정부는 지난 1월 21일 소말리아 아덴만 일대에서 한국 선박을 해적으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담당해 오던 청해부대의 활동지역을 오만과 페르시아만 일대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4400톤급 구축함 왕건함 및 해상작전헬기 1대, 해군 특수전 부대 등으로 구성되는 청해부대 31진이 호르무즈해협 일대로 활동 범위를 확대해 이 해역을 항행하는 우리 국적의 선박 보호를 최우선 임무로 추가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은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지난해 9월 이후 미국이 주도해 결성된 국제해양안보구상(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 IMSC)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연락장교 2명을 파견해 협력 채널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의 청해부대 활동 확대는 우리의 국가이익 보호와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시기적절한 결정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중동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를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물론, 세계 각지로 실어나르는 중요한 해상 수송로로 기능해 왔다.

특히 원유 자원의 70% 이상을 중동 지역에 의존해온 한국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경제 활동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적 요충지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이 해협을 끼고 있는 이란과 미국과의 관계가 최근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서방 국가 유조선들에 대해 공격을 감행하는 사태가 노골화됐다. 노르웨이 및 일본 유조선이 각각 이란으로부터 공격받았고, 영국 유조선도 나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자 미국은 중동 지역을 담당한 중부군 사령부의 체제를 강화하고 항모 링컨을 추가로 파견하면서, 이란의 위협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항행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경주했다. 그 일환으로 2019년 7월, 당시 미 합참의장 조지 던포드 대장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안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 결성을 호소했고, 미 국무성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60여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국제연대 결성 구상을 설명하고 참여를 요청했다.

즉 군함이나 부대 파견, 혹은 자금 원조 등 경제적 지원을 관련 국가들에 요청한 것이다. 이같은 미국의 요청에 응해 최근까지 영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알바니아 등 9개국이 참가하여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이 결성된 바 있다. 

다만 미국의 요청에 직면한 우리 정부로서는 고민이 없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는 우리 유조선 등의 항행안전을 보장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글로벌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 안보연대에 동참해야 했겠지만, 동시에 이란과의 경제적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고민 끝에 정부는 이미 아덴만 일대에 파견돼 해적 퇴치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청해부대의 활동범위를 한시적으로 페르시아만 일대에까지 확대하면서, 동시에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에는 공식적으로 참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병행해 밝힘으로써 이란과의 관계도 악화시킬 의도가 없음을 시사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사실 미국의 요청에 동시에 직면한 일본 정부가 내린 결정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일본도 지난 12월27일, 호르무즈 해협에 호위함 1척과 해상초계기 2대를 파견하면서,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에는 참가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안보적으로는 미국과의 동맹을 공유하면서, 중동 지역의 원유에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는 한일 양국이 지정학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정부의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제는 호르무즈 해협에까지 활동을 확대하게 된 청해부대 31진이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아덴만 일대에서 해적 퇴치 작전의 임무를 담당했던 우리 해군의 청해부대는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작전을 통해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의 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이같은 경험을 살려 새롭게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되는 청해부대 31진도 동 해역을 항행하는 국적 선박들과 소속 해운사들은 물론,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현지에서 활동하는 우방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면서, 우리 선박의 항행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사전에 식별하는 등 치밀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활동이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또 하나의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또한 관련 정부부처와 국회 등은 청해부대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예산과 장비 등의 지원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동 국가들에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님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 점에서 일본 아베 수상이 지난 해부터 이란은 물론 사우디와 아랍에미레이트 등 중동 국가들과 정상회담을 연속적으로 가지면서, 일본 정부가 취한 조치들에 대해 이해를 구하려 한 외교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선박의 안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중요한 국제해양수송로의 안전항행질서 구축에 기여하기 위해 파견되는 우리 청해부대가 국민적 관심과 지원 속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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