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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 과연 엘리트체육 죽이기인가

2020.10.30 한태룡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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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룡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한태룡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성폭력 등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혁신위원회’ 출범을 통한 총 7차 권고에서 인권 중심의 선진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다만, 이러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대한체육회를 포함한 일부 체육계에서는 ‘전문체육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이 ‘엘리트체육 죽이기인가’를 논의해 보도록 한다.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이 던진 파문

2019년 벽두는 이른바 스포츠 미투로 불리는 체육계 성추문 폭로사건으로 시작됐고, 체육계에 대한 국민적 질타와 비난이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2019년 2월부터 시민단체, 스포츠인권전문가, 체육계 등 민간위원 15명과 5개 관련부처 차관으로 구성된 스포츠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발족시켰다. 혁신위는 총 100차례가 넘는 회의를 통해 7차례의 권고안을 발표했고, 이후 각 부처의 권고 이행 계획과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각종 간담회, 토론회 개최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나간 이후 2020년 1월에 그 활동을 마무리 했다.

이에 학계와 일부기관(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등)의 찬성 표명이 있었지만, 현장은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 등 반발이 주류였다. 반대의견의 시작은 2019년 6월 4일 2차 권고문과 함께 했다. 모 협회장은 권고안이 현실을 거의 모르고 작성됐다고 평가하면서 청와대국민청원을 통해 철회를 청원했고 6월 16일에는 대한민국국가대표선수협회, 한국올림픽성화회 등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체육인’의 반대성명발표가 있었다. 언론과 SNS 등을 통한 의견개진은 너무 많아서 생략하기로 한다. 이후 8월 22일 스포츠혁신위원회가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를 골자로 한 6, 7차 권고안을 발표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대한체육회는 이에 반대하는 공식입장문을 내고 9월 2일 자체 쇄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관련 논의는 2020년 7월 고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수면 위로 부각돼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문제가 본격적으로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이에 진천선수촌 국가대표 지도자협의회가 10월 14일 KOC 분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스포츠혁신위원회 출범 배경

본격적 분석에 앞서 혁신위 출범의 배경에 주목해 보자. 혁신위 출범은 2019년 체육계 성추문 폭로사건과 2020년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해야 하며, 이와 유사한 문제가 불거졌을 때마다 대한체육회가 취했던 처리방식이 근본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인권문제, 조직사유화로 인한 관련 비리 등 체육계의 관련 문제가 터질 때마다 대한체육회는 회장이 직접 나서서 책임자 처벌 및 근본대책을 통한 재발방지를 약속했었지만, 번번이 얼마 시차도 나지 않은 다음번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이전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스스로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2019년 체육계 성추문폭로사건의 사회적 여파는 매우 심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엄중처벌과 2차 피해방지를 당부했고 김정숙 여사도 심석희 선수에게 위로 편지와 함께 목도리를 보내 격려의 뜻을 표했다. 또한 이 사건으로 인해 문체부는 엘리트 체육과 더불어 성과지상주의가 원인이라는 지적에 의거해, 2020년 도쿄 올림픽 메달 목표를 없앤다는 발표도 했다. 이는 더 이상 선수를 짓밟아가며 얻은 메달이 필요 없다는 국민적 의지가 집결됐기 때문이었다. 

감정적 대응의 한계 넘어서

혁신위의 권고안에 대해 체육계 현장에서는 매우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2019년 6월 18일의 ‘스포츠혁신위 2차 권고안에 대한 대한민국 스포츠인들의 성명’이 좋은 예인데, 성명서를 통해 체육인들은 그 권고안의 ‘당위성과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체육인들을 경시한다’, ‘스포츠현장의 역기능만 보고 있다’, ‘현장과 전혀 소통을 하고 있지 않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 주장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공감’과 ‘전면재검토’ 사이의 간극이 매우 커서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입장에 따라 이런 주장이 ‘말하는 이유는 알겠는데, 난 못하겠어. 왜냐고, 나를 무시하고 있으니까’ 식으로 오해할 여지가 크다.

이와 더불어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권고문의 주요 목적은 그동안 체육인들이 기울인 노력이 더 이상 국민에게 경시당하지 않도록 현장에서 부각되고 있는 역기능을 개선시키는 것이었고, 혁신위는 권고안을 만드는 동안 내외부적으로도 소통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둘째, 성명서를 발표한 주체의 구성이나 성명서의 논조에서 엘리트체육인만 체육인이며, 나아가 체육개혁은 엘리트 체육인의 몫이란 독선도 읽혀진다. ‘혁신위원 대부분이 운동을 하지 않았던 분들이라 엘리트 선수들이 어떻게 운동하고 준비해서 메달을 따는지 모른다’는 당시의 국가대표선수협의회장의 발언은 이런 태도를 시사하고 있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당연직 5명을 제외한 혁신위원 15명의 다수가 선수출신 또는 체육학계의 교수이며, 그렇지 않은 분도 체육계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활동해오시던 분이기 때문이다. 백보 양보해서 구성원 모두가 현재 선수나 지도자출신이 아니라고 해도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한국사회에서 스포츠는 국민 모두를 위한 복지로 인식되고 있고, 이로 인해 스포츠의 개혁은 국민 모두가 참여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고에서는 혁신위의 전문성과 현실 인식에 대한 현장의 문제제기는 논외로 하고자 한다.

대신 스포츠혁신위원회의 진단과 처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한국체육계를 개선할 수 있는가를 논의하면서, 그 차원에서 엘리트체육 죽이기로 귀결되는지에 대해 집중해 분석하고자 한다. 2019년과 2020년의 비극을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 본 논의의 두 주체인 혁신위 권고안의 내용을 개관하고, 전문체육인, 특히 대한체육회의 대응 내용을 분석하며 양자를 교차평가해보도록 한다.

문경란 문체부 스포츠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작년 6월 2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스포츠 인권 증진 및 참여 확대 정책 권고와 스포츠 기본법 제정 권고’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문경란 문체부 스포츠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작년 6월 2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스포츠 인권 증진 및 참여 확대 정책 권고와 스포츠 기본법 제정 권고’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 어떻게 봐야 하는가

2차 권고안의 평가

2차 권고안의 주요내용은 학습권보장, 체육특기자제도 개편, 학교운동부개선, 전국스포츠대회 개편이다. 개별 내용에 대한 현장의 의견은 앞서 언급한 일부 단체의 성명서를 제외하면 신문기사, 인터뷰 등을 통해 산발적으로 표출됐기 때문에 정확한 파악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의 보도, 블로그 등과 대한체육회가 자체 조직한 체육시스템 혁신위원회의 발표내용을 주로 참조했다.

2차 권고안의 내용

2차 권고안은 대한민국 엘리트스포츠의 뿌리인 학교스포츠 정상화가 체육계 체계(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이라는 인식에 따라 마련되었다. 이중 일반학생을 위한 개선안을 제외하고, 다음과 같이 4가지 범주로 구분된다.


 
현장의 비판 내용

현장의 비판내용은 2차 권고안이 지닌 전반적 기조에 대한 비판과 개별 내용에 대한 비판으로 분류된다. 구체적으로 전반적 기조에 비판은 학생선수는 일반학생과 다른 길을 가는 존재로서 그들의 권리를 제약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정리된다.

개별 내용에 대한 비판은 주로 학기 중 주중 대회 개최 및 선수 참가 금지와 소년체전의 성격을 곡해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전자는 학부모 및 지도자의 즉각적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주중에 훈련하고, 주말에 대회에 참가하면 선수는 도대체 언제 쉬라는 말이냐’, ‘학생은 주말에 쉴 수 있고, 운동선수는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는 건 난센스’라는 반발이다. 한편 후자는 스포츠 본연의 성격이 경쟁이며, 소년체전이 각 종목 차세대 스타 발굴의 산실이자 엘리트 체육의 젖줄이기 때문에 통합 스포츠축전으로 개편될 경우 발생할 경기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2차 권고안, 현장의 엘리트체육 죽이기인가?

2차권고안에 대한 분석에 있어 개별사안을 언급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양자의 논쟁은 최종적으로 학생선수를 선수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학생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관점과 철학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① 관점과 철학의 문제 부각

5차 권고안의 발표일인 7월 17일에 혁신위원이면서도 그간 한 번도 공식자리에 얼굴을 보이지 않아서 논란을 일으켰던 이영표 전 축구해설위원은 자리를 함께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스포츠 정책은 중심에서 벗어나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는데, 그 균형을 이제 원래대로 돌려놓는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권고안을) 이해할 수 있다…(중략)…운동과 공부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국가의 의무는 최소한의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생각한다…(중략)…주중대회를 금지하고 최소한의 공부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어떤 면에서 보면 국가의 의무이고,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여기서 우리의 스포츠정책, 특히 선수양성방안에서의 편향성, 학습권을 부정하는 현장의 관행을 비판하며, 이에 대한 원상복귀가 어른으로의 책무이자, 국가의 의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시각으로 본다면 학생선수는 본질적으로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를 우선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이 참가하는 경기는 당연히 수업이 없는 방학기간 또는 주말에 이뤄져야 하고, 그들의 경기는 경쟁이 아닌 교육적 목적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경기력 저하는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그는 ‘최소한의 학습 환경보장’이란 용어를 통해, 학생선수에게 공부와 운동을 한꺼번에 강요한다는 의미보다, 운동을 우선해 아예 공부와 담을 쌓고 있는 기존 환경의 개선이라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조치가 학생선수의 직업선택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과 상관없고, 오히려 직업선택의 폭을 확대하는 조치로 이해된다.

②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2차 권고안에 대한 분석은 ‘관점과 철학의 문제라는 특수성’, ‘대책의 포괄성 및 정치성 요구’라는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선 철학과 관점의 문제에는 ‘학교운동부 소속원이 학생인가, 선수인가?’라는 교육학적인 접근에 기초해 ‘학교운동부를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가?’의 정책적 선택이 포함된다. 만약 ‘학생선수는 학생의 입장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정책적 선택이 이뤄졌다 해도 개혁을 위해서는 대책의 포괄성 및 정치성이 요구된다. 이 문제가 현재 상태에서 사안의 구조성과 중첩성으로 인해 해결하기에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즉, 학생선수 관련 문제는 1970년대 초반 특기자제도가 만들어진 이래 40년간 지속돼 이제는 거의 구조화된 상황이며, 한 가지 문제가 다른 문제와 서로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혁신위원회에서 제안한 세부 개선 내용의 범주만보더라도 체육특기자제도로 선수가 공부하지 않고도 상급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습권보장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학교 운동부의 운영도 경기력 향상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를 전국체전 및 소년체전이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표-2>는 과거 정부의 체육특기자제도에 대한 정책적 대처를 요약한 내용인데, 이런 과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모든 정책이  체육특기자제도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례의 교훈은 특정 분야에 집중했던 부분적인 해법이나, 현장과의 타협적인 방식으로 현장을 바꾸기엔 역부족임을 시사하고 있다 하겠다. 

우선 대책의 포괄성 및 정치성의 측면에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분석한다면 포괄성 측면에서는 매우 우수하지만, 정치성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우선 본 대책은 지금까지 관련 연구자들이 지적했던 학교운동부를 둘러싼 정책적 요소를 모두 포괄하고 있고, 개별 내용에 대한 대책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또한 그 성격상 권고안은 실천 로드맵을 지니고 있고, 5개 관련 부처의 책임 하에 이를 실현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정치성과 관련하여 다소의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주말대회가 불가능한 종목에 대한 고려나 주말에 대회가 집중되면서 발생 가능한 시설인프라 부족에 대한 고려가 덜하다는 사실이나, 학생선수에게만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데 따른 법적 권리제한의 문제 등이다. 그러나 이는 단계적으로 보완이 가능한 문제이므로 전문체육 죽이기로 볼 수 없다. 

③ 그렇다면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은 전문체육 죽이기인가?

이 질문에 대한 결론은 ‘아니다’다. 이런 대책이 아니더라도 이미 전문체육은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문체육의 분위기는 일부 프로종목을 제외하고 미분양아파트가 속출며 쇠락하고 있는 지방소도시와 같다. 새로운 인구유입도 안되고, 지역의 산업체계는 붕괴되고 있다.

가뜩이나 출산율 저하로 인한 선수자원 축소에 영향을 받고 있는데, 연이은 악재로 학부모의 부정적 시각이 증폭된 결과, 일부 프로종목을 제외하고 대다수 종목에서 선수 수와 팀 수가 급감하고 있다. 국가인지도 증진을 위한 스포츠의 역할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 이는 1970년대와는 달리 대한민국이 더 이상 국가인지도 향상에 집중해야할 처지가 아니기도 하고, 한류, K-pop, K 방역 등 강력한 대체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2000년도 이후 증대된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 변화와 인권의식의 향상도 전문체육분야의 이전과 같은 억압적 분위기에 저항하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체육특기자의 메리트로 작용하였던 대학입학과 관련해 대학스포츠의 위상약화 및 대학운동부 운영에 대한 회의감도 증폭되고 있다. 인기종목의 전통적 우수선수 양성경로인 ‘고등학교 - 대학 - 프로 및 실업팀 입단’의 구조에 균열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프로스포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나타난 현상으로 야구의 경우 이른 바 고교랭킹 50위권에 드는 선수들은 프로를 우선 지원하고 있어서, 이른바 ‘대박고졸신인선수’로 지칭되면서 성공사례가 다수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대학은 그들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요구, 자금압박, 신입생 인구의 축소 등의 요인으로 대규모 자금이 투여되는 운동부운영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해외의 수준 높은 프로스포츠가 수입돼 국민의 눈높이를 한껏 높여놓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종목의 고사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말인지 지난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획득한 금메달 수나 작년 전국체전 개최지를 기억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묻고 싶다. 하여 현재방향은 정답이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의 원인제공자는 이렇게라도 해서 스포츠를 활용하고자 했던 1970년대의 대한민국 정부다. 그러나 상황을 이렇게까지 악화시킨 장본인은 당시의 기조를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수했던 전문체육인이다. 그간 전체학생의 1% 남짓 되는 운동선수의 특수성에 근거하여 일반사회의 인식변화와는 담을 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사회의 보편적 인식수준을 향해 개방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하여 현재 엘리트체육의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일반사회와의 소통이라 판단된다. 일반 사회 수준의 인권의식으로 소질과 호기심이 있는 학생이면 누구나 운동부의 문호를 두들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민주화된 사회의 표준에 따라 운동부의 운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조치는 당장의 선수자원을 만들 수 없어도, 일반학생과 학생선수 간의 거리를 좁혀 향후 스포츠에 이해도가 높은 관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차근차근 한국스포츠의 지평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이런 변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은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6·7차 권고안 평가

대한체육회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 조선체육회, KOC는 1947년 IOC 가입을 통해 체육회 산하 단체로 출발했다. 이후 1964년 KOC가 분리되면서 국제대회에서 주도권 다툼이 일어나게 되어 1966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통해 손기정 선수단장이 삭발하고 조기 귀국하는 등 갈등이 폭발했다. 이에 1968년 정부가 KOC를 대한체육회 산하 특별위원회로 편성하여 대한체육회장이 KOC 위원장을 겸임하였고, 2009년 6월 대한체육회와 KOC가 흡수통합하게 된다. 이후 2015년 체육회 출범을 앞두고 양자의 분리를 골자로 한 법안발의가 있었지만, 분리되지 않았다. 

6·7차 권고안의 핵심쟁점인 양 기관의 분리통합문제는 이런 역사적 우여곡절을 통해 현재에 이르렀다. 과거의 우리 사례나 해외의 경우를 봐도 이는 본질적으로 정답이 없으며, 개별 국가가 처해진 환경에 따라 결정할 문제로 파악된다. 어떤 명분으로, 어떻게 양자의 관계정립을 해나가느냐가 그 결정의 전제조건이다. 

6·7차 권고안 내용

동시에 발표된 6·7차 권고문 중에서 7차에 대한 논의만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 개선 및 선수육성체계 선진화의 내용을 담고 있는 6차 권고안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혁신위는 사회 환경 변화와 스포츠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국가주도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 및 선수육성체계 전반을 혁신할 것을 권고했는데, 그 내용은 ‘진천선수촌 개선, 경기력향상연구연금개편, 선수육성체계 선진화를 포함한다.
 
또한 7차 권고안에서는 현재 통합체육회가 이후 생활스포츠 기반의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목표로 제시하였음에도 올림픽과 엘리트 중심의 기존 체육회 운영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였고, 대한올림픽위원회는 대한체육회와의 통합으로, 국가올림픽기구(NOC)로서의 국제스포츠 활동에서의 전문성을 결여하게 됐다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은 통합안을 제시하고 있다. 

양 권고안 제시의 배경에는 ‘책임론’이 있다. 체육계 성폭력 등 사건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체육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연간 수천억 원의 예산 대부분을 정부와 공공기금을 통해 지원받고 있는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자기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반박

대한체육회는 혁신위 권고안의 최종발표 후, 2019년 8월 22일에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대한체육회는 정치적, 법적으로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IOC 헌장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구성원(대의원)의 충분한 논의를 통한 자발적 의사 없이 법개정으로 KOC 분리를 추진하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비민주적인 방식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0년 8월 31일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는 정부의 체육회-KOC 분리 추진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체육계 내부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강제로 체육회에서 KOC의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독선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KOC 분리론이 기존 시스템을 흔들어 엘리트 체육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리하자면 대한체육회는 현재 안정화된 시스템에 대한 믿음과 자신을 제외하고 이뤄지는 분리주장에 대한 비민주성을 부각시키며 반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반박의 여지가 너무 많다. 2015년 이후로 지속된 분리론이 조금이라도 공론화가 되는 순간 대한체육회는 어떤 논의도 거부한 채 가장 비타협적인 자세를 견지하며 ‘체육계 내부의 충분한 논의 부족’을 내세워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또한 2016년도에 국민생활체육회와의 통합 이후, 확충된 인적자원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문제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으며, 오히려 그 문제의 강도와 사회적 파장은 이전보다 더욱 크다 할 수 있다. 또한 분리가 안정적 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 하는데 지금까지의 각종비리와 심석희, 최숙현 선수의 사태가 발생되는 시스템이 안정적인 것인가에 대해 묻고 싶다.
  
한편 이런 가운데 이 글을 작성하는 10월 초순까지 상황은 녹록치 않다. IOC는 지난 9일 국제올림픽위원회 국장 명의로 이기흥 회장에게 “KOC를 분리하려는 외부 압력에 대해 깊게 우려한다.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분리보다 단결과 안정이 필요하다고 굳게 믿는다”는 서한을 보내서 대한체육회를 옹호하는 주장을 했고, 여기에 이기흥 회장도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입장에 따라 IOC 위원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이제는 논리나 명분보다 정치적 역량의 대결로 비화한 듯 하다.

6·7차 권고안, 전문체육 죽이기인가?

혁신위원회의 6·7차 권고는 엘리트스포츠 시스템 개선 및 선수육성체계 선진화와 체육단체 선진화를 위한 구조 개편 권고다. 권고안의 핵심 내용은 과거 개발도상국 단계의 ‘국위선양’에서 벗어나, 현재의 세계 10위권 국가의 위상에 걸맞는 한국스포츠의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스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엘리트스포츠 시스템 개선을 통하여 성과위주의 폐쇄된 훈련방식에서 벗어나 선수 저변 확대와 스포츠과학을 접목한 선수육성체계 선진화를 통하여 21세기 국내외 스포츠 환경변화와 스포츠에 대한 국민 인식의 변화에 부합되는 인권 중심의 안전하고 과학적인 훈련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동안 지도자 중심의 폐쇄적인 훈련 및 선수육성체계에서 스포츠과학을 접목한 효율적인 선수육성체계 선진화로 보다 과학적이고 실효성 있는 선수육성체계 도입은 지도자의 부담을 완화하고 선수 개개인이 보다 좋은 훈련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체육단체 선진화를 위해 2016년 체육단체 통합(대한체육회·국민생활체육회) 이후 비대해진 ‘통합체육회(이하 대한체육회)’의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인권침해 등의 문제와 자정능력의 상실과 생활체육과의 통합 이후에도 여전히 엘리트 체육 중심의 단체운영을 통한 조직의 역할과 임무 방기, 방만하고 부적절한 조직 운영, 공적 관리 감독의 부재 등으로 2016년 ‘대한체육회’ 출범 당시의 비전인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학교스포츠와 생애주기별 생활스포츠, 엘리트스포츠의 균형 있는 발전 등 체육회 본연의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2020년 8월 18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제1조 목적 조항의 ‘국위선양’을 삭제하고 ‘국민체육을 진흥하여 국민의 체력을 증진하고, 체육활동으로 연대감을 높이며, 공정한 스포츠 정신으로 체육인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행복과 자긍심을 높여 건강한 공동체의 실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개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엘리트스포츠 중심으로 운영되던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의 새로운 비전과 역할이 필요하며,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적극 활용하여 단순히 국제대회에서의 메달보다 스포츠를 통한 다양한 가치실현을 통해 국민의 행복과 자긍심을 높여 미래지향적 패러다임을 구현하는 것이 대한체육회와 지방체육회를 비롯한 체육단체의 역할이 될 것이다.

이러한 6·7차 권고안은 보다 나은 엘리트스포츠 시스템 개선 및 선수육성체계 선진화를 통해 인권 중심의 안전한 환경에서 훈련하고 체계적인 선수육성시스템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 등 사회 환경변화에 대비한 저변확대를 통해 전문체육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와 수요에 맞는 체육단체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스포츠의 가치를 높여가는 것이 과연 전문체육을 죽이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면밀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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