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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생태계 선진화를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2021.11.16 전용배 단국대학교 교수
전용배 단국대학교 교수
전용배 단국대학교 교수

들어가며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선진국이라는데는 이제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스포츠는 어떠한가! “스포츠강국인가? 스포츠선진국인가?”라고 묻는다면 여러 의견이 있을 것이나 스포츠선진국은 아니라는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축구는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9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지만 아직도 철저히 ‘변방’에 속한다. 다른 스포츠종목들은 어떤가.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스포츠강국이다. 1988 서울올림픽 4위의 기적을 쓰더니 2020 도쿄올림픽만 제외하면 2016 리우올림픽까지 종합 순위 ‘상위 10위’ 수준을 유지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7위를 달성해 동계스포츠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런 결과에도 왜 대한민국 스포츠는 끊임없는 위기론이 나올까. 도대체 스포츠선진국이란 무엇인가? 어느 누구도 한마디로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나라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스포츠가 성장한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스포츠문화가 제대로 정착된 나라가 스포츠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문화를 성숙하게 하는데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경기력부터 스포츠저변, 스포츠시설 인프라, 스포츠시스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보다 스포츠생태계를 선진화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스포츠가 마주하고 있는 불편한 현실

1. 뿌리가 다른 스포츠선진국 선수와 한국 선수

일본의 공무원 출신 아마추어 마라토너 가와우치 유키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2018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했다. 스포츠선진국에서 가와우치 유키의 사례는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빙상(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우승한 고다이라 나오는 고향인 나가노에서 어릴 적부터 눈과 얼음에서 놀았고, 공부와 빙상을 병행했다. 그녀의 꿈은 교사였으며, 지금은 병원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컬링에서 동메달을 딴 후지사와 사츠키는 어떤가. 홋카이도 태생의 보험판매원이다. 추운 홋카이도에 태어나 어릴 적부터 컬링을 취미로 해서, 고교 졸업 이후 보험사에 취직하고 시간 날 때 컬링을 한다. 그게 전부다. 스포츠선진국에서는 프로스포츠선수가 아닌 이상, 국가대표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처럼 운동만 할 수는 없다. 미국은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대부분의 사회지도층과 지식인이 최소 고교까지는 운동선수 출신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우리는 ‘국위선양’이라는 대의때문에 대표선수들을 ‘국가공무원’화시켜 돌봐준다. 우리나라 실업팀 아마추어선수 90%는 공공기관 소속이다.

2.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프로스포츠

2021~2022 시즌 한국여자프로농구(WKBL)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는 박혜진(31·우리은행)이며, 연봉 2억 5000만 원과 수당 1억 8000만 원을 합쳐 총 4억 3000만 원을 받는다. 그렇다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의 최고 연봉은 얼마일까? 정답은 22만 1450달러(한화 약 2억 5600만 원)이다. 다이애나 터라시(39·피닉스), 디와나 보너(34·코네티컷), 리즈 캠베이지(30·라스베이거스), 엘레나 델레 도네(32·워싱턴) 등 4명이 2021 시즌 최고 연봉을 받았다.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이 미국과 맞대결을 벌인 건 11년 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였고 44-106으로 패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도 60-104로 졌다. 세계 최고인 미국여자프로농구 리그보다 한국여자프로농구 리그의 연봉이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스포츠는 구단이 버는 만큼 연봉을 주는 시스템인데 국내는 이러한 시장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축구도 마찬가지이다. 이럴 경우 지속가능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3. 줄어들고 있는 엘리트스포츠선수

우리나라 스포츠종목 관련 제일 특이한 현상은 국제대회 성적이 좋으면 좋을수록 그 종목의 선수가 늘어나기는커녕 소수 정예만 남아 더 초라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스포츠생태계가 고사(枯死) 직전이다. 각 대학에서 왜 운동부가 없어지고 있나. 올림픽 메달을 따도 학교에 도움이 안 되니 해체되고 있는 것 아닌가. 2019년 대한체육회 산하 각 연맹에 정식등록된 초, 중, 고, 대학 및 시·도청 선수의 수는 13만여 명이다. 이 중에서 1만 명 이상 선수로 등록된 종목은 축구, 야구, 태권도이다. 주목할 점은 인기 구기종목인 여자배구와 여자농구의 경우, 고교 수준에서 등록선수가 각각 18개 학교에서 185명, 20개 학교에서 153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학년당 선수가 전국에 50~60명 규모이다. 프로스포츠 리그가 있는 여배구와 여자농구의 현실이 이러할진대, 향후 한국 엘리트스포츠의 미래를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반면에 일본의 경우 고교 야구선수만 16만 5천 명, 미국은 여자고교 배구선수만 44만 명이다.

4. 학교스포츠클럽의 현재

그렇다면 정부 주도의 학교스포츠클럽은 어떠한가. 대한민국 스포츠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시작한 학교 스포츠클럽은 2008년 출범했다. 학교스포츠클럽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참여하는 학생과 팀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소수의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국제대회에 보내 성과를 거두던 엘리트운동부 중심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학교스포츠클럽이 스포츠 인재 발굴의 근원이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우선 스포츠클럽에 참여하는 학생이 기대만큼 충분하지 않다. 다음 <표 2>는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대회’ 참가 학생 현황인데, 전체 학생에 비해 매우 적은 학생이 참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통계는 전국에서 스포츠클럽 리그가 가장 활성화되었다고 평가받는 서울시의 사례인데, 서울시는 초기에 토너먼트 방식으로 해 오던 대회를 2011년 중학교 136개 팀 리그를 시범적으로 실시했고, 운영방식도 리그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2012년부터는 초·중·고교로 확대하여 2015년까지 참가 팀이 2368개 팀으로 계속 늘었으나, 그 후 2019년까지 4년간 참가 팀이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대회가 개최되지 않아 교내에서만 활동(걷기, 개인 줄넘기 등)을 하는 학생들도 있으나, 일본의 경우 2013년 기준으로 학생의 70.8%, 고등학생의 37.4%가 운동부에 참여하고 있고 이들이 중학교 전국체육대회, 지역별 대회와 같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학교스포츠클럽 참여는 저조하다.

5. 체육특기자 제도의 양면성

원래 체육특기자 제도는 1972년 10월 체육진흥계획의 일환으로 <학교체육 강화 방안>이 공포되고, 동년(同年) 11월에 제정된 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시행되었는데, 학업성적과 상관없이 일정한 경기실적을 보유하면 상급학교 진학 허용과 등록금·수업료 감면 등의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학생선수들이 운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었다. 이후 체육특기자 제도 덕분에 우리나라는 엘리트스포츠에서 빠른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스포츠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실적에 따라 상급학교에 진학이 가능한 관계로 운동에만 ‘올인’하는 구조를 낳았고, 참여자 수가 적정 수준에 못 미치는 소수 정예의 구조를 만들었다. 국내의 경우 고등학교 3학년 농구선수가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할 확률은 1.3:1, 대학졸업생이 프로농구 드래프트에서 뽑힐 확률은 2.3:1이다. 결과적으로 고등학교 선수 3명 중 1명이 프로선수가 된다.

6. 엘리트스포츠선수 은퇴 이후 삶

운동을 전문적으로 한 엘리트스포츠선수. 은퇴 이후 삶은 어떤가. 2017년 기준 은퇴선수 10명 중 4명이 취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취업에 성공한 은퇴선수의 경우에도 60% 가량이 비정규직이었으며 38%는 월수입이 2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몇 해 전부터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취업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다수 은퇴선수는 있는지조차 인식을 못 하는 게 현실이다.

대한체육회의 <2017 은퇴선수 생활실태조사 및 진로지원 사업개발> 자료를 보면, 40세 미만의 은퇴선수 173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조사대상의 71%가 대학교 졸업 이후 바로 은퇴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업팀 등으로 진출하지 못한 결과 때문이다. 결국 은퇴한 선수들은 활동기간 10년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60.7%에 이르고 있었다. 물론 국가나 사회가 모든 걸 책임져 줄 수도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지만, ‘먹고사니즘’도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면 시스템의 변화가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스포츠강국에서 스포츠선진국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정부와 스포츠계는 꾸준히 노력을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다. 스포츠선진국이란 결국 스포츠저변이 넓어져 그 자체로 선순환 스포츠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과거의 엘리트스포츠 시스템으로는 미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가장 여건이 좋다는 경기도만 하더라도 2014년 이후 학교운동부 200여 개가 해체되었다. 학교운동부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던 학교스포츠클럽도 답보상태다. 어떻게 하면 경기력도 유지하고 스포츠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스포츠기본법의 조속한 정착이다. 국민체육진흥법은 1964 도쿄올림픽 등을 앞두고 제정된 법안으로 일본의 스포츠진흥법이 모태가 됐다. 제정 당시 우리나라 경제 및 스포츠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의 평가를 받아왔다. 또 입법목적인 생활체육이나 사회체육의 활성화보다는 국가주도형의 엘리트체육 육성에 정책의 중점을 두고 운용되어 왔다. 2011년 제정된 일본의 스포츠기본법이 스포츠와 관련된 법들을 총괄하는 우월적 지위의 모법(母法) 형태로 작동하듯이,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8월 제정된 스포츠기본법의 조속한 정착은 스포츠정책의 일관성과 영속성 확보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우리나라 스포츠가 한 단계 성장을 위해서는 스포츠가 인간답게 살 권리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둘째는 교육부 산하에 학교체육국 또는 최소 학교체육과 정도는 신설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부는 1장관, 1차관, 3실, 4국, 10관, 49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학교체육은 ‘무존재’이다. 하나의 과(課)도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국가와 스포츠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국(局), 최소한 1개의 과(課)는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2015년 문부과학성 산하에 스포츠청(廳)을 외청으로 신설하였다. 물론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스포츠정책을 총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되었지만, 그 이전에도 일본은 문부과학성으로 일원화되어 있었기에 스포츠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스포츠를 전담하고 교육부가 학교체육을 맡고 있는 이원화된 구조이다. 이원화된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포츠거버넌스이다.

셋째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재원은 스포츠저변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스포츠 기반 조성에 투자되어야 한다. 스포츠는 유희와 경쟁성을 내재하고 신체활동을 동반한 조직적 활동이다. 아침마다 동네를 뛰는 것은 운동이지 스포츠는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를 위해 유의미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스포츠문화도 만들어진다. 스포츠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프로그램, 지도자, 시설이 뒷받침되어야만 하는데,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기금은 이러한 토대, 즉 스포츠 기반 조성을 위해 투입되어야 한다.

넷째는 스포츠에도 최소한의 시장원리가 작동되어야 한다. 스스로 자립이 어려운 종목은 경기장 건설도 투자가 아니라 비용이 된다. 우리나라의 인구규모, 국토, 경제수준을 감안할 때 모든 종목을 발전시킬 수는 없다. 그 기준은 참여하는 선수 및 동호인 수가 되어야한다. 저변이 있어야 최소한의 생태계가 작동된다. 축구와 배드민턴의 경우 저변이 넓기에 괜찮은 지도자 자리가 많다. 대한체육회도 종목평가에 있어 저변이 넓은 종목에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공공(公共)이 모두를 먹여 살릴 수는 없다.

다섯째는 체육특기자 제도의 개선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운동만으로 자아성취가 가능한 시스템은 한계에 왔다. 체육특기자 제도가 학교운동부를 기피하게 만드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국 고교선수 수가 남·여 합쳐서 1000여 명이 안 되는 종목이 거의 대부분이다. 몇 명 안 되는 선수와 종목을 위해서 제도가 악용될 수도 있다. 체육특기자 제도의 근본취지는 운동을 잘하면 상급학교 진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도움이 아니라 전부인 상황이고, 운동만 해야 유리한 구조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미국과 일본처럼 일반학생의 신체활동을 입시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간다면 청소년들의 스포츠 종목 참가는 선진국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선진국 청소년 스포츠활동이 활성화된 이유는 결국 진학과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기는 결국 스포츠생태계 부재의 결과이다. 스포츠생태계는 저변과 관련이 있다. 이제 스포츠정책도 스포츠생태계 복원과 생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스포츠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편하지만 이제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피해갈 수 없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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