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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동력 찾기

[2022년 대한민국, 희망을 말하다] ④한반도 평화의 시계, 다시 돌아야

2022.01.10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코로나19 팬데믹 지속, 미·중 전략경쟁의 지속 등으로 한반도 평화-비핵 교환프로세스가 장기 교착국면에 빠져있다.

새해가 밝았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찾기는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연설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한미군사연습 중단과 이중기준 철회 등 선결조건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협의하여 종전선언 문안은 만들어 놓았지만, 순서·시기·방법과 관련해서는 차이가 있음을 솔직히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아직 미완의 상태인 평화를 지속 가능한 평화로 제도화하는 노력을 임기 끝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하면서 “마지막까지 남북관계 정상화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길을 모색할 것이며, 다음 정부에서도 대화의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평화우선의 한반도정책은 정권을 초월해서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2018년 ‘한반도의 봄’으로 상징되는 4·27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공동성명은 정부를 초월해서 이행해야 한다. 두 합의는 한반도에서의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완전한 비핵화를 동시병행 추진하기 위해 ‘한반도 평화-비핵 교환프로세스’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한 역사적 합의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1994년 제네바북미기본합의, 2005년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 2012년 2·29합의 등 이전의 합의는 모두 ‘동결 대 보상 방식’의 합의다. 평화체제와 관련한 협상은 뒤로 미루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선핵폐기론(CVID)에 따라 비핵화하려 했지만 북핵 고도화를 막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베를린 구상 등을 통해서 ‘오직 평화’를 내세우고 일관된 평화우선의 한반도 정책을 펼쳤다. 북한이 군사적 위협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을 전제한 ‘조건부 비핵화’로 화답하여 판문점선언과 북미공동성명을 만들었다.

한반도 평화-비핵 교환프로세스의 밑그림을 남북정상이 만들고 북미 정상이 이를 확인하면서 4개의 기둥을 세웠지만 하노이 노딜로 이행로드맵을 만들지 못했다.

남·북·미 정상들이 톱다운 방식으로 합의문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려 했지만 각국의 국내정치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관련 국가들이 대외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싱가포르 북미합의를 계승하기로 하였다는 점이다.

북핵문제 해결의 실패 원인은 3대 계승으로 이어진 북한 수령체제 유지, 북한붕괴론에 입각한 동결 대 보상의 미봉책, 북한위협론을 내세운 미국의 대중국전략 등에서 찾기도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정권교체에 따른 불협화음과 정책의 일관성 유지 실패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싱가포르합의를 이행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미국과 한국의 정권교체 변수에도 불구하고 연속성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비핵 교환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

북한이 2017년 11월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첨단무기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을 장기간 방치할 수 없다.

지난 30여 년 동안 실패한 핵협상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조정된 실용적 접근’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조건 없이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화하자는 것 이외에 구체적으로 드러난 내용은 없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하면서 새로운 셈법을 내놓을 때까지 제재에 맞서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하겠다며 장기전에 들어갔다.

지난 연말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도 구체적인 대남·대외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북한은 “쌀로써 사회주의를 지키자!”고 하면서 그저 쌀독을 채워놓고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제시할 때까지 핵무력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이 인민의 기대 수준을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먹는 것’으로 낮추고 자력갱생에 들어가 있지만 시장화로 높아진 인민들의 욕구를 장기간 억누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평화체제와 완전한 비핵화문제를 동시병행으로 해결하려는 방침을 결정하고, 선비핵화 방식을 수정하여 먼저 핵능력 감축을 추진하면서 비핵화를 실현하는 군비통제방식의 해법을 마련하여, 정치적 관계정상화와 수교를 목표로 한 협상을 시도한다면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3월 9일에 있을 한국의 대선은 한반도 평화-비핵 교환협상의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은 한국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주시하게 될 것이다. 한국 새 정부가 기존합의 이행을 선언하고 협상재개를 촉구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도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기존합의 재검토와 정책전환을 요구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제2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설지도 모른다. 새 정부 인수위 기간에 대북정책 5년의 청사진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부터 5월까지가 한반도 운명을 결정할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전략도발을 감행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새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히게 될 것이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후, 그리고 한국의 새 정부 출범 때까지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지속한다면 한반도 정세 완화를 위한 대화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외부세계는 북핵 고도화를 막아야 하고, 북한은 제재로부터 벗어나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교착국면을 지속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누구에게도 유리하지 않다.

*이 글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통일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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