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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기술 시대의 엘리트 스포츠과학

2022.01.24 김기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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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
김기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

우리 일상 속의 메타버스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Metaverse) 시대를 살고 있다.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 PwC)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메타버스 및 관련 기술의 산업 규모는 2021년 기준 171조 원에서 2030년 약 1,770조 원 수준으로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5년간 디지털 뉴딜에 약 50조 원을 투자하여 메타버스를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어느새 사회, 문화, 경제에 이르기까지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다.

과거 우리가 메타버스를 정의했던 방법은 그 기술적 요소에 집중하고 있었다. 비영리 기술연구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를 크게 가상세계(virtual world),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거울세계(mirror world), 그리고 라이프로깅(lifelogging)의 네 가지 요소로 분류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게임 속 세상처럼 현실과 별개의 가상공간이 가상세계라면, 증강현실은 현실을 기반으로 가상의 사물이나 캐릭터가 투영되는 홀로그램 등 기술적으로 더 복잡한 개념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거울세계란 현실 세계의 정보를 디지털로 모방하여 구현된 공간을 말하며, 대표적으로는 내비게이션을 들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 구현된 가상공간은 현실의 공간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디지털 공간에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고 길 찾기에 필요한 추가적인 정보를 표시한 하나의 거울세계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라이프로깅은 우리 개개인의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을 말하며, 더 넓게는 이러한 가상의 접점을 통해 구축된 간접적 사회(society)를 의미한다. 알고 보면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의 많은 부분이 이미 메타버스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경험하고 있고, GPS를 통해 거울세계 속의 나를 경험하고 있으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SNS를 통해 라이프로깅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편, 메타버스 시장을 대변하는 대표 플랫폼 중 하나인 ‘Roblox’의 CEO 데이비드 바수츠키는 메타버스를 새로운 관점에서 정의하고 있다. 그는 메타버스의 필수 구성요소로서 디지털로 구현된 새로운 세계관과 그 안에 새로운 인격체로서의 나(아바타),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안에서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자유도와 경험을 꼽았다. 최근 개발되는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그 안의 사람들에게 어떤 행동 양식이나 규약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나름의 소셜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새로운 문화와 경제를 창출하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며, 그 안에서 스스로 사회적 규범이나 양식을 만들며 성숙한 사회구조를 형성해가고 있다. 즉 메타버스는 어느 하나의 관점에서 정의될 수 없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기술 요소나 게임 플랫폼으로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소셜네트워크의 매개체로서,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블록체인 기반의 경제활동의 장으로서, 저마다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활용되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와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

메타버스는 메타데이터(metadata) 즉, 현실세계(universe)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의 개념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산업생태계적 관점에서는 메타버스를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국면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디지털 전환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여 기존 전통적인 구조의 정보를 디지털 구조로 전환하여 재해석하는 과정을 말한다.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현실의 다양한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전환하여 활용하는 디지털 전환기술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고 그것의 중심에 있는 것이 메타버스다. 한편, 엘리트 스포츠가 추구하는 전통적인 가치는 여전히 현실세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Citius, Altius, Fortius(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올림픽 표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엘리트 스포츠가 추구하는 가치는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향한 도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결국 엘리트 스포츠에 있어서 디지털 전환의 활용가치 역시 다양하게 수집된 정보를 재해석하여 구축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우리의 스포츠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의 스포츠 적용은 다양한 메타버스 기반 기술을 통해 실현 되고 있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란 앨런 튜링(A. M. Turing)이 1950년 논문에서 던진 “Can machines think?”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광의의 개념으로는 컴퓨터의 개발 자체가 0과 1이라는 이진수를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면에서 인간의 신경계와 닮아있고, 그 자체로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의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통해서 스스로 학습하여 발전한다는 개념을 포함하며, 인터넷을 통해 수집 가능한 방대한 데이터와 컴퓨팅 성능의 고도화를 기반으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머신러닝을 단순하게 설명한다면,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통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알고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머신러닝 중에서도 마치 뇌세포의 연결과 유사한 형태인 다중 인공신경망(심층신경망)을 기반으로 인간의 학습 방법을 모방하여 고도화된 머신러닝의 형태가 바로 딥러닝(Deep Learning)이라고 할 수 있다.

엘리트 스포츠분야에서 역시 이러한 머신러닝 또는 딥러닝의 활용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일부 팀이 사용하는 ‘KinaTrax’는 경기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선수들의 동작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기반으로 투수의 교체 시기나 선수 부상 예방을 위한 자세 교정 등 스태프가 알아채지 못하는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을 통해 팀에 이바지할 수 있다. ‘HomeCourt’라는 어플리케이션 역시 인공지능에 기반을 두고 농구선수의 동작을 인식하여 자동으로 기록을 해주는 앱으로, 이러한 방향을 적용하여 기존에 전략분석을 위해 경기 기록에 소모되던 인력 등 에너지의 효율을 극적으로 높여주고 있다. 국내의 엘리트 스포츠분야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이어져 왔다. 한 연구팀은 머신러닝을 통해 체격과 체력 자료를 기반으로 최적의 스포츠종목을 예측하고자 시도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수집한 정보만을 가지고 최적의 종목을 예측하여 분류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고, 여전히 인공지능 더 정확하게는 딥러닝이 가능한 수준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다양한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방대한 데이터의 수집이 가능해짐에 따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스포츠분야에서 그러한 정보의 생산자로서 스포츠 빅데이터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스포츠 사물인터넷(IoT)이다. 대표적인 예로 ‘Match Insights’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대표적 솔루션이며, 경기 및 훈련 상황에 선수들의 무릎과 어깨에 부착된 4개의 센서로부터 수집된 운동량, 순간속도, 심박수, 동작, 방향 등의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 전술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축구의 경우 90분 경기동안 각 선수로부터 432만여 개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한 팀당 총 4,968만여 개의 방대한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처럼 사물인터넷 기술에 기반한 빅데이터의 지속적 누적과 머신러닝 솔루션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스포츠과학의 더 넓은 영역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의 스포츠패러다임

4차 산업기술의 발달과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사회적 흐름에 직면하면서 스포츠의 패러다임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통적 스포츠의 침체 속에서 엘리트 스포츠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 역시 그 종목과 운영체계 등에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무관중 속에 치러진 2020 도쿄하계올림픽을 통해 우리는 확인한 바 있다. 변화의 물결은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촉매제로 인해 거대한 파도로 다가왔다. 온라인 사이클 경기 ‘펠로톤 프로그램’을 통해 홈트레이닝과 경기 현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가상 그랑프리(Virtual Grand Prix) ‘F1 e-스포츠’로 대체하여 치러진 포뮬러원 경기를 통해 스포츠와 e-스포츠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메타버스를 통한 가상공간과 인공지능의 조합은 현장의 스포츠와 e-스포츠의 접점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학습한 인공지능은 가상공간 내의 스포츠상황을 보다 현실에 가깝게 구현할 것이고, 우리 뇌가 받아들이는 메타버스 스포츠는 현실의 그것과 더는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스포츠가 추구해야 할 절대적 가치란 무엇일까?

4차 산업기술의 가속화된 발전이 스포츠의 전통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요즘, 스포츠의 가치에 대한 문제를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최근 전문가들은 4차 산업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 인간이 추구해오던 가치 중 하나인 노동조차 더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점차 인공지능과 기계가 대신하게 되는 현시점에서 과연 인간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은 그것이 영감을 주는 활동 즉, 문화, 예술, 그리고 ‘스포츠’라고 이야기한다. 앞으로의 인간에게 있어 진정한 가치는 물질적 풍요를 위한 ‘효율성’보다는 영적 풍요를 위한 ‘비효율성’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스포츠가 가지는 전통적인 가치야말로 우리 인류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절대적 가치일지도 모르겠다.

마치며: 메타버스 시대의 흐름 속 엘리트 스포츠의 가치

우리가 스포츠를 즐기는 목적은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도전과 그에 따르는 성취감 즉, ‘영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의 접목을 통한 경기력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러한 가치를 부각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라운드힐 볼 메타버스 ETF를 공동 설립한 에필리온 인더스트리의 대표 매튜 볼 역시 메타버스 기술의 시대적 흐름이 스포츠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데, 그 예로 다양한 메타버스 기반 스포츠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재에도 스포츠경기의 티켓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단언했다. Murray 등 (2009)도 과학기술의 접목을 통한 훈련 방법 및 장비의 개발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인간의 도전정신을 고무시키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즉, 4차 산업혁명과 메타버스라는 시대적 흐름 속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한 경기력 향상은 그 자체로 스포츠의 전통적 가치, 나아가서는 인간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정신적, 육체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메타버스 시대를 마주하는 스포츠과학 역시 다양한 4차 산업기술의 적극적인 엘리트 스포츠 적용을 통해 스포츠의 전통적 가치를 오히려 견고히 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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