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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소프트파워화, AI가 여는 새로운 지평

[K 강국] ①'K-컬처' 현황과 향후 과제

2025.12.23 진달용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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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가 K-여행, K-음식, K-뷰티 등으로 확산되면서 소프트파워가 실현되고 있다…한류는 30년을 넘어 제도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소프트파워화하고 있는 한류의 미래는 정부와 대중문화 산업이 한류의 새로운 기반인 플랫폼과 AI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이를 토대로 플랫폼 한류와 AI 한류를 어떻게 성장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진달용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
진달용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

소프트파워는 최근 들어 북미대학생들의 학기 말 페이퍼(보고서)의 단골 소재가 됐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대학에서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대중문화, 아시아 사회와 미디어 등의 과목을 수강하는 많은 학생은 소프트파워를 하나의 핵심 주제로 선정, 학기 말 보고서를 작성한다. 

한류의 인기가 북미와 유럽 등에서 지속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은 한류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케이(K)-팝(pop)이나 드라마 등 개별 소재로 학기 말 페이퍼를 쓰고는 했다. 

아직도 여러 학생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보고, 왜 K-pop 등이 인기가 있는지,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Blackpink)의 인기는 어디서 기인하는 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기는 하다. 해가 갈수록 많은 학생들이 소프트파워를 연구 주제로 선정하는 것은 한류의 인기뿐만 아니라 한류로 인한 국가의 이미지와 경제가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소프트파워는 전 하버드대학교의 조셉 나이(Joseph Nye) 교수가 발전시킨 이론으로, 군사력과 정치력 등 하드파워 대신 대중문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 그리고 안정된 민주주의 등으로 구성되는 소프트파워를 통해 대외 무대에서 국가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이에 따른 경제적 상승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지난 9월 30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 마련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테마존에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9월 30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 마련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테마존에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올 한 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와 3,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화 'K-pop Demon Hunters(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데헌)' 등을 본 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증가하면서 국내 여행 경상수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케데헌'에 나오는 남산타워, 북촌마을, 박물관, 그리고 명동 등을 여행하면서 맛 기행을 하고 뷰티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K-컬처가 K-여행, K-음식, K-뷰티 등으로 확산되면서 소프트파워가 실현되고 있다.

한류의 소프트파워화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한류가 여러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파워는 2~3년에 걸쳐 형성되지 않는다. 대중문화의 인기가 장기적으로, 발전적으로 진행될 때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에게 한류는 소프트파워의 주제로 선정될 만큼 튼튼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시기적으로 영화가 주춤해도 K-pop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웹툰과 한국 대중문학이 새로운 동력원으로 등장하면서, 전체 한류 산업과 콘텐츠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어서다.

소프트파워로 성장한 한류에 대한 관심은 공공외교의 주역이 정부 등 공공 부분만 아니라 대중문화를 만드는 대중문화 산업 등 사적 부분에서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한류의 경우 정부는 물론, 대중문화 산업과 문화 생산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한국교포들과 많은 현지인들도 꼭 보고 들어야 하는 글로벌 대중문화로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밴쿠버 총영사관이 매년 주최하는 K-pop 경진대회에는 캐나다 현지인과 교포는 물론, 각 나라에서 캐나다로 유학 온 여러 나라의 학생들도 참여하는 국제무대가 되고 있다.

민간 부분의 역할도 크게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1월 밴쿠버에서 열린 영화제는 봉준호 감독전 특선이었다. 200석이 넘는 극장을 가득 메운 캐나다인들은 영화 상영 직후 열린 '봉준호 영화의 특징'에 대한 강연에도 그대로 남아서 한국 영화와 봉 감독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졌다. 현지 교민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시대의 한류'에 대한 강연이 열렸을 때도 100명이 넘는 교민들이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인 아들딸을 데리고 참석했다. 많은 교민들은 한류로 인해 한껏 높아진 국가적 위상을 자녀들과 함께 듣고 싶었다고 했다.  

T1 선수들이 지난 15일 '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기념해 팬미팅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1 선수들이 지난 15일 '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기념해 팬미팅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편, 소프트파워로서의 한류에 대한 관심은 디지털플랫폼과 AI 시대에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가 AI 한류 또는 플랫폼 한류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한류는 이미 e스포츠, 디지털 게임, 그리고 웹툰 등과 같은 디지털 한류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등 첨단 디지털 기술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이제 한류 콘텐츠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플랫폼을 통해 상영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플레이브(Plave) 같은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 새로운 한류 주역으로 떠오르는 것에 관심을 두면서, 대중문화와 첨단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는 새로운 형태의 소프트파워를 공부하고 있다.

한류는 앞으로도 성장과 쇠퇴를 반복할 수 있다고 예상되나,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중소형 국가에서 발전된 초국가적 대중문화인 한류는 대중문화와 디지털 기술과 문화가 동시적인 발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영화, 멕시코와 브라질의 텔레노벨라(중남미의 드라마 장르), 그리고 일본의 애니매(만화)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이들 국가는 한두 개의 대중문화만을 발전시키면서 연관된 대중문화와 산업과의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제 한류는 30년을 넘어 제도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소프트파워화하고 있는 한류의 미래는 정부와 대중문화 산업이 한류의 새로운 기반인 플랫폼과 AI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이를 토대로 플랫폼 한류와 AI 한류를 어떻게 성장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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