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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병오년 '붉은 말띠' 해…"모두 신나게 달리자"

2025.12.31 천진기 국가유산청 무형유산위원회 위원장(전 국립민속박물관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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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은 붉은색[赤]을 의미하는 10간의 병(丙)과 말[馬]을 상징하는 12지의 오(午)가 결합된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이다. 말은 싱싱한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 탄력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기름진 모발, 각질의 말굽과 거친 숨소리를 가지고 있어 강인한 인상을 준다. 또한 병오년은 양(陽)의 기운이 강한 해이다. '힘차게 질주하는' 말처럼 '희망과 전진, 상승'이라는 병오년 해운[年運]이 기대된다.
천진기 국가유산청 무형유산위원회 위원장(전 국립민속박물관장, 문학박사)
천진기 국가유산청 무형유산위원회 위원장(전 국립민속박물관장, 문학박사)

매년 정초가 되면 그 해 수호신이라 할 수 있는 12지 띠동물의 의미나 상징을 알아보고 새해의 운수, 희망, 덕담으로 띠풀이를 한다. 

60갑자에서 말띠 해는 갑오(甲午;靑;木), 병오(丙午;赤;火), 무오(戊午;黃;土), 경오(庚午;白;金), 임오(壬午;黑;水) 으로 순행한다. 2026년은 10간의 병(丙)과 12지의 오(午)가 결합된 병오년(丙午年)이다. 병은 적(赤)이고, 불(火)이고, 남(南)이다. 오(午)는 말이고 양의 기운이 가장 강하다. 병오년, 붉은 말의 해는 양(陽)의 기운이 가득한 해이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설치된 새해 말 조형물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12.22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설치된 새해 말 조형물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12.22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말은 싱싱한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 탄력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기름진 모발, 각질의 말굽과 거친 숨소리를 가지고 있어 강인한 인상을 준다. '힘차게 질주하는' 말[馬]처럼 '희망과 전진, 상승'이라는 병오년의 해운[年運]이 기대한다.

말을 탄 초인이 있어…

한국인에게 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육사의 시 '광야'에 나오는 "백마 탄 초인이 있어…"라고 생각한다. '말', '탄', '초인'의 세 단어가 한국 역사와 문화에서 말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말은 신성한 동물, 상서로운 동물이다. 말은 하늘의 사신, 나라를 세운 시조의 출현을 알리는 영물, 시대를 예지하는 신화적 신통력을 가진 존재이다. 말을 타고 오는 초인은 금와왕·혁거세·주몽 등 나라를 건국한 국조이자 최고 지위인 조상신이었고, 시대의 선구자·영웅·장수·새신랑이다. 

하늘을 나는 천마(天馬), 흰 백마(白馬), 두 마리의 쌍마(雙馬), 용과 같은 기상의 용마(龍馬)가 길하다. 천마는 몸에 빛나는 양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비상하면서 천상과 지상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신과 인간을 연결한다. 

천마도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천마도 (출처=국립중앙박물관)

백마의 흰색은 광명 즉, 태양의 상징이요 남성의 원리이다. 백마는 신성, 서조, 위대함이라는 관념을 지니고 있다. 신랑이 백마를 타고 장가를 들고,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시대와 사회를 구원하는 것이다. 한 마리보다 두 마리의 쌍마는 더욱 힘차고 길하다. 이 시대를 구원하러 오는 애기장수가 태어날 때는 운명을 같이할 용마가 세상에 같이 나타난다.   

우리는 말을 '탄[타는]' 민족이었다. 짐을 옮기거나 끌 때보다는 사람이 탈 때 주로 말을 이용했다. 말은 튼튼한 다리와 최고의 속도를 자랑한다. 말은 한 나라의 성쇠를 가르고 문명의 얼굴을 바꿔놓는 역할을 한다. 말을 타는 민족들은 항상 시대를 앞서 세계 문명사를 이끌었다. 말의 질주는 최적의 빠른 정보 전달자이다. 정보화 시대의 생명은 속도이다. 말을 탈 줄 아는 문화 유전자를 가진 우리 한민족은 현대 정보화 사회의 선구자이고 미래 세계사에서도 선두 주자가 될 수 밖에 없다.

5세기 고구려 쌍영총 벽화에 그려진 말탄사람 (출처=국립중앙박물관)
5세기 고구려 쌍영총 벽화에 그려진 말탄사람 (출처=국립중앙박물관)

말띠 타령은 이제 그만! 정보화 사회의 최적격, 말띠!!!

우리 조상들은 띠짐승의 습성을 그 띠 해에 태어난 사람의 운명과 결부시키는 습속이 있다. 말띠 해에는 유별나게 띠 타령이 심하다. 그래서 '말띠 여자 팔자는 세다'는 속담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중국이나 우리나라 문헌이나 수집된 자료에는 이런 속신을 찾아볼 수 없다. 조선시대에만 해도 말띠 왕비가 여럿 계신다. 그 시대의 왕실에서 사주팔자를 따질 줄 몰라서 말띠를 왕비로 간택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말띠의 고약한 속신이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였다. 일본에서는 말해에 태어난 사람은 기질이 세어 여자가 시집가면 남편을 깔고 앉아 기세를 꺾기 때문에 말띠 태생의 부인을 경원하는 습속이 있었다. 일본의 습속이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확산된 것이다.

1966년 엄앵란과 신성일 주연의 <말띠 신부>라는 영화가 있다. 백말띠 딸을 낳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말띠 신부 3인방 부부는 출산을 앞두고 같은 병원에 모인다. 의사는 오히려 백말띠 딸을 낳으면 아이들 수가 적어 앞으로 입시와 취직에 유리하다고 말해준다는 내용이다. 

"2006년 쌍춘년에 결혼하면 잘산다", "다음 해인 2007년 황금돼지띠에 태어난 아이들은 재물운을 타고 난다"고 하는 이상한 상술로 띠동물을 색깔별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굳이 색깔로 띠를 구분하면 정해년(丁亥年)은 황금 돼지띠가 아니라 붉은 돼지띠이다. 근거없는 이야기이다. 2006년은 예식업, 2007년은 출산용품 업계가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그러나 황금 돼지띠에 출산율이 높아 그 해 태어난 아이들은 유치원 입학부터 고생했다고 한다. 아마 대학, 취직할 때도 힘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말은 강인한 생동감, 활력과 건강의 상징이다. 힘찬 질주의 속도는 정보화 사회의 현대인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덕성이다. 이제 말띠는 오히려 환영받는 띠다. 활력과 정열, 에너지를 가진 말띠다.

현대인들은 매일 명마를 타거나 입거나 신고 다닌다.

서울에서 가장 번잡한 서소문동에 65년 고가도로가 생기면서 마차의 통행이 금지되었고 차차 서울거리 곳곳이 우마차 통행금지 구역으로 정해지면서 마차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실제 말은 사라졌지만 그 이미지만은 우리 주위에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건각과 활력의 말 이미지를 활용해서 상품의 이름으로, 상품의 광고로, 심지어는 스포츠 구단의 상징으로 현대인의 일상생활 속에 말은 생생하게 살아 달리고 있다.

말은 뛰는데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말의 이미지는 건각(健脚), 즉 튼튼한 다리다. 그래서 말은 다리와 관계되는 신발, 교통·통신과 관계되는 자동차 이름으로 단골로 등장한다. 자동차 포니(pony)는 영어로 '예쁘고 귀여운 작은말'을 뜻하며 신차의 수려하고 매력적인 선의 흐름과 실용성을 상징한다. 한국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로서 세계 곳곳을 달리는 '한국산 조랑말'의 이미지를 잘 나타낸다. 

말표신발 광고 (출처=부산박물관자료)
말표신발 광고 (출처=부산박물관자료)

갤로퍼(GALLOPER)는 '질주하는 말'이라는 의미이다. 에쿠스(EQUUS)는 말의 학명이다. 에쿠스는 라틴어로 신화에 나오는 개선장군의 말, 멋진 마차, 천마를 의미한다, 동양고속, 은마관광, 천마관광, 파발마 등은 말 상징을 이용한 여행사이다. 말표 고무신, 말표 운동화 , 말표 구두약은 말이 지니는 건각의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이다. 현대인들은 아직도 매일 명마를 타거나 입거나 신고 다닌다. 말의 미래전설은 계속 된다. 말 달린다.

말(馬)! 말(言)하는 대로 이루는 새해 되소서

"말(馬)! 말(言)하는 대로 이루는 새해 되소서~~"라는 말띠 해에 '딱 맞는' 덕담을 본 적이 있다. 누구나 누구에게 복을 짓고 복을 비는 병오년 새해가 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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