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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전쟁, 대한민국이 '골든타임'을 잡으려면

[K 강국] ④'K-반도체' 현황과 향후 과제

2026.01.06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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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글로벌 AI 투자 전쟁 가속화로 반도체 수급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되었다. 한국은 독보적인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공급자 우위'의 기회를 맞이했으나, 중국의 매서운 추격과 취약한 설계 생태계 등 구조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는 단순 지원을 넘어 국가 반도체 연구소 설립과 인재 보상 체계 혁신을 주도하는 정교한 전략적 사령탑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인공지능(AI)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의 투자 경쟁은 유례없는 규모로 전개되고 있다. 오픈AI는 최대 700조 원을 투자하는 AI 인프라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2025년 143조 원의 설비 투자를 집행한 데 이어, 2026년에도 110조 원 이상을 투자하며 AI 리더십 굳히기에 나섰다.

막대한 예산 투입을 두고 일각에서는 'AI 거품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자동차, 휴머노이드 로봇, 그리고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한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 등 급격한 수요 증가 추세를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 보인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자본의 과잉이 아니라, 오히려 AI 기반 시설 구축에 필수적인 반도체 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공급의 병목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이 반도체 제조 공정의 난이도 증가에 따른 연구 개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계 전문 '팹리스'로 전환함에 따라,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과 고사양 메모리 공급 능력을 갖춘 한국과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독보적으로 변했다. 테슬라는 삼성전자와의 장기 파운드리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향후 자체 생산까지 고려할 정도로 공급 병목 현상은 심각하다. 미국과 일본이 제조 생태계 부활을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며 추격 중이나, 공정 안정화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고려할 때 현재의 '공급자 우위'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26년 국내 반도체 소자 기업들의 합산 순이익이 2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은 우리 산업이 맞이한 거대한 기회를 상징한다.

우리 정부 또한 'AI G3' 도약과 'AI 시대 K-반도체 육성'을 위해 1000조 원을 웃도는 대대적인 민관 합동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전략은 2047년까지 경기 남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국가 산단(360조 원)과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600조 원) 등 민간의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다. 정부 역시 이에 발맞춰 총 33조 원 이상의 재정 지원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투자 보조금을 신설하고,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개발, 전용 팹리스 구축, 전력과 용수 등 핵심 인프라 확충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0.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0.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처럼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가 뒷받침되며 산업 전반에 활기가 돌고 있지만, 최근의 성과가 외부 환경 변화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점과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에 맞서 5nm급 공정을 개발하고 고사양 메모리 시장까지 침투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여전히 1% 수준인 팹리스 시장 점유율, 취약한 소부장 경쟁력, 인재 유출을 막기 힘든 임금 구조, 국가 반도체 연구소의 부재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미·중 갈등은 우리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다. 바로 지금이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산적한 문제점들을 해결하여 '근원적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골든타임이다. 정부는 단순 지원을 넘어 적극적인 조정자로서 반도체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 대기업과 소부장 기업 간의 수직계열화 관행을 개선하고, 유망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 또한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는 산학연관 협업생태계를 혁신해야 한다. 초격차 미래반도체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는 국가반도체연구소를 설립하고, 부처별로 흩어져있는 연구과제를 통합관리하는 콘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나아가 과거 팹리스 지원 정책의 실패 요인을 냉철하게 분석해 민관 공동 투자 모델을 넘어 실질적인 대기업-팹리스 협업 생태계 실행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인공지능 반도체용 상생 파운드리와 트리니티팹의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한 대기업-팹리스-소부장 협업생태계를 구축해야한다. 반도체 전쟁의 승패는 결국 최고급 인재 확보와 기술 보안에 달려 있다. 전문 인력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도록 특허 보상과 스톡옵션 등 성과 보상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핵심 기술 유출 방지 장치 또한 더욱 촘촘히 보강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국가의 역할은 단순한 지원자를 넘어 전략적 사령탑으로 격상되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방향에 국민적 기대가 큰 만큼, 제조 분야의 강점을 공고히 하면서 생태계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정교한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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