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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기술 날개 달고 비상하는 'K-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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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졸중 이후 한쪽 시야가 흐려진 김 씨의 일상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길을 걷다 사람과 부딪히고, 식탁 위 물건을 자주 놓쳤지만 병원에서는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던 중 의료진은 스마트폰과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기기 '비비드 브레인(VIVID Brain)'을 제안했다. 집에서 정해진 훈련을 반복하는 방식이었고, 몇 주가 지나자 김 씨는 일상의 불안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느꼈다. 완전한 회복보다도 다시 삶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감각이 그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짧은 환자 경험은 오늘날 'K-헬스케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비드 브레인은 세계 최초로 뇌졸중 후 시야장애를 대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기기로, 기존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로는 치료 선택지가 거의 없던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치료 중심의 의료가 환자의 일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2026년 새해를 맞이한 'K-헬스케어' 산업은 사상 유례없는 성과를 예고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와 더불어 국가 대표 수출 산업으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DMO) 기업으로 성장했고,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는 국내 최초의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으며 바이오제약 산업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혁신 신약 개발 역량의 비약적 성장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등 국내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는 20조 원을 돌파하며, 한국은 글로벌 바이오 기술 거래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이는 단순 제조를 넘어 연구개발 중심의 혁신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료서비스 분야의 성과 역시 두드러진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60만 명(잠정치)을 상회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수술 성공률과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 첨단 의료기술이 결합되며 형성된 '신뢰'는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제적 평가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신뢰는 의료 시스템 수출과 '한국형 병원 모델' 확산으로 이어지는 한편, 국내 보건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구개발, 임상·품질, 규제·사업화 등 전문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가 확대되며, 제약,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등 K-헬스케어 산업 일자리는 약 15만 명 증가했다.
이제 K-헬스케어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진단·치료·재활의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의료는 병원 중심에서 환자의 일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일부 성공 사례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과제도 함께 직시해야 한다.

환자에게는 여전히 접근성과 신뢰가 중요하다. 병원 밖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치료와 관리에 대한 불안, 기술에 대한 이해 격차는 해소돼야 할 과제다. 기업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허가·수가·시장 진입 구조 사이의 간극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 역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공공성과 혁신의 균형, 파편화된 정책의 통합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 K-헬스케어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환자·기업·정부를 유기적으로 잇고, 공공성과 혁신을 결합하는 '연결의 전략'이 필요하다.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축적된 실제 임상 데이터와 높은 의료 접근성은 이러한 전략의 토대이며, 디지털 기술과 결합될 때 의료인력 부족과 의료격차, 고령화와 만성질환이라는 글로벌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먼저 환자 중심의 디지털 헬스 환경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삶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효과를 설명하고,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이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디지털 헬스에 특화된 유연한 제도 환경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주기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신뢰 기반의 데이터 활용 체계와 AI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공공성과 혁신을 연결하며, 파편화된 정책을 통합하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K-헬스케어는 이미 기술적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과 실행의 속도'다. 미국이 의료 AI를 기술의 문제가 아닌 '채택의 속도'로 문제를 정의하듯, K-헬스케어 역시 제도와 현장의 간극을 얼마나 빠르게 좁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환자의 삶에서 출발해 기업의 혁신을 거쳐 공공의 가치로 완성될 때, 디지털 기술이라는 날개를 단 K-헬스케어는 'K'를 넘어 세계인의 일상 속에서 숨 쉬는 보편적 헬스케어로 자리 잡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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