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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 헌법을 다시 기억하는 날

제헌절이 2008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후 18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어 제자리를 찾았다. 많은 이들에게는 달력에 빨간날이 하나 늘어난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제헌절의 공휴일 재지정은 휴식일이 하루 늘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에 밀려 상대적으로 희미해졌던 대한민국 헌법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민주공화국의 근본 가치를 국민의 일상에서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948년 7월 17일의 제헌은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같은 해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출범에 앞서 헌법이 먼저 제정・공포되었다는 사실은 통치 권력이 먼저 성립하고 헌법이 이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주권적 결단으로 헌법을 제정하고 그 규범적 틀 안에서 통치 기구를 구성하였음을 보여준다. 법률의 제정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입법 활동이라면, 헌법의 제정은 국가의 기본 질서를 창설하는 국민의 주권적 행위다. 제헌이 일반적인 입법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제헌절은 이러한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시작을 기념하는 날이다.
공휴일은 다양한 목적에서 지정할 수 있겠지만,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휴일은 공동체가 역사적 경험과 핵심 가치를 기억하고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한 사회적 장치로 기능한다. 3·1절이 독립 정신을, 광복절이 국권 회복을 기념한다면, 제헌절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기본권의 보장이라는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을 기억하는 날이다.
제헌절의 공휴일 재지정은 단순히 하루의 휴식을 더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공동체의 기억 속에 다시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공동체의 기억은 과거를 기념하는데 머물지 않고 국가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힘이 되며,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정신적 토대가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심화하는 갈등과 대립을 포용과 화합으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자유와 평등, 법치주의, 권력분립, 국민주권과 같은 헌법의 기본 원리를 함께 확인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헌법은 모든 갈등의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을 제시한다. 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자유롭고 책임 있는 시민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공동체의 약속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을 존중한다는 것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헌법의 틀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공동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제헌절은 대한민국이 어떠한 헌법적 토대 위에서 출발했는지, 그리고 그 토대가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날이 되어야 한다. 제헌절이 과거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 있는 헌법을 확인하며 그 가치를 함께 실천하는 날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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