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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AI 선언'…한국 AI, 관객석에서 무대로

7월 24일(현지시간) 저녁, 샌프란시스코의 한 식당에 열 명 남짓이 마주 앉았다. 대한민국이 다 아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 구글의 AI 칩 TPU를 공동 설계해 온 맞춤형 반도체 강자 브로드컴 혹 탄 CEO,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 AI 칩과 데이터센터를 총괄하는 라니 보르카르 사장, 국내 그룹 총수 이재용, 최태원, 정의선, 이해진까지. 모두 AI 시대의 길목을 지키는 이들이다.
AI 서밋에 모인 한미 기업들의 가치를 합치면 2경 원이 넘는다. 피시앤드칩스와 맥주를 곁들인 소탈한 자리, 호스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 그동안 한국은 실리콘밸리발 소식을 전해 듣는 관객석에 있었다. 이번엔 무대의 방향이 반대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왜 지금 샌프란시스코로 갔을까. AI 경쟁의 축이 옮겨졌기 때문이다. 2016년 알파고 시대의 키워드가 '알고리즘'이었고 2023년 챗GPT 시대의 키워드가 '모델'이었다면, 2026년의 키워드는 '공급망'이다. 최고의 모델도 반도체와 전력이 받쳐줘야 돌고, 최고의 반도체도 AI라는 수요가 있어야 제값을 한다.
기술과 생산, 데이터와 에너지, 시장과 인재가 한 사슬로 엮이는 시대, 대체하기 어려운 고리를 쥔 나라가 협상의 상석에 앉는다. 세계 HBM 시장의 약 80%를 쥔 대한민국이다. 공급망 시대의 협력은 기업 간 거래로 끝나지 않는다. 전력과 부지, 정책과 제도까지 국가가 함께 보증해야 움직인다. 대통령이 직접 테이블에 앉은 이유다.
이날 발표된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은 이 지점을 겨냥했다. 공급망 핵심 국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AI 활용 시장, 글로벌 협력 허브,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AI 기본사회. 지난 6월 발표된 약 4700조 원 규모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글로벌 기술·자본과 연결하는 실행 선언인 셈이다.
숫자도 따라왔다.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는 5년간 9500억 달러, 약 1375조 원 규모의 반도체 협력에 합의했다. 데이터센터 분야에선 5GW, GPU 200만 장 규모의 투자가 추진되고, 네이버는 엔비디아·브룩필드로부터 100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대화도 세일즈에 머물지 않았다. 대통령이 AI 시대 부의 분배를 묻자 샘 올트먼은 기업의 성과를 국민이 공유하는 지분 기반 모델을 답으로 내놨다.

이튿날에는 국민연금공단이 앤드리슨 호로위츠 등 실리콘밸리 6대 벤처캐피털과 손을 잡았다. 첫날이 기술과 공급망의 악수였다면, 이튿날은 자본의 악수다. 우리 스타트업의 글로벌 자본 통로가 넓어진 것이다. 대기업만의 잔치가 아니라는 뜻이다. 서밋 현장에는 노타, 라이너, 플리토 같은 토종 AI 기업들이 자리했고 혹 탄 CEO는 퓨리오사AI 등 국내 스타트업과의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을 소개했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가 함께 만드는 로봇 개발 플랫폼도 대학과 창업 기업에 열린다.
물론 선언과 협약은 시작이지 완성이 아니다.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력, GPU를 나눌 기준, 현장을 채울 인재, 올해 말 시작될 '모두의 AI'를 국민이 체감하게 만드는 일까지. 서명된 약속을 가동되는 인프라로 바꿀 시간이 시작됐다.
젠슨 황은 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AI는 수입할 수 있지만 국가의 지능은 외주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순방이 확인한 것도 이것이다. 그 지능을 만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그리고 사람이 이미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 말이다. '대체 불가한 대한민국'은 구호가 아니라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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