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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 100일, 이제는 기본돌봄과 국가책임 말할 때

2026.08.05 남현주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본사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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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의 핵심은 서비스 연계가 아니라 국민 누구나 지역에 관계없이 기본의료와 기본돌봄을 보장받는 '돌봄기본권'을 실현하는 데 있다. 국가는 의료취약지와 인구감소지역에 더 높은 국비를 지원해 기본 돌봄 기반을 책임져야 한다.
남현주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본사회위원회
남현주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본사회위원회

통합돌봄이 본격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통합돌봄을 의료와 요양, 복지와 주거를 연계하는 정책으로 설명해 왔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통합돌봄의 본질은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있지 않다. 통합돌봄은 국가가 국민의 돌봄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를 다시 묻는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돌봄은 이제 누구나 나이 들고 병들면서 마주하게 되는 생애주기의 문제가 되었다. 통합돌봄은 국민이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확대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지난 100일은 그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6월 26일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4만 6215명이 통합돌봄을 신청했고, 3만 7304명이 서비스를 연계 받아 총 12만 3595건의 서비스가 제공됐다. 통합돌봄이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국민 누구에게, 어디까지, 무엇을 보장할 것인가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본격 시행된 27일 서울 시흥5동 주민센터에서 한 어른신이 통합돌봄 신청을 하고 있다. 2026.3.27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본격 시행된 27일 서울 시흥5동 주민센터에서 한 어른신이 통합돌봄 신청을 하고 있다. 2026.3.27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기본돌봄'이라는 개념이다. 기본돌봄은 새로운 복지사업이 아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역과 소득에 관계없이 보장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의료와 돌봄의 사회적 기반이다. 다시 말해, 돌봄을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으로 남겨두지 않고 국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공공 인프라를 의미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통합돌봄은 서비스가 있는 곳에서는 연계의 문제이지만, 서비스가 없는 곳에서는 공급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0일간 연계된 서비스의 62.6%는 기존 국가사업을 활용한 것이었고, 지역이 새롭게 설계한 특화서비스는 37.4%에 머물렀다. 이는 통합을 넘어 지역의 기본 돌봄기반 자체를 확충해야 한다는 과제를 보여준다.

서울과 대도시에서는 의료기관과 장기요양기관, 복지서비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그러나 농어촌과 인구감소지역, 의료취약지에서는 연결 이전에 기본적인 의료와 돌봄 자체가 부족하다. 공중보건의가 배치되지 않은 읍·면 보건지소는 올해 전체의 82.1%에 이른다. 방문진료를 담당할 의사도, 방문간호 인력도, 장기요양기관도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는 '연계'만 강조해 봐야 소용없다. 

그래서 기본돌봄은 반드시 기본의료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의료와 돌봄은 이용자의 삶에서 하나의 연속된 과정이기 때문이다. 퇴원한 어르신이 집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장기요양과 일상생활 지원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기본의료 없는 기본돌봄도, 기본돌봄 없는 기본의료도 결국 반쪽짜리 통합돌봄일 뿐이다.

이 문제는 결국 '돌봄기본권'의 문제로 이어진다. 국민의 주소가 돌봄의 수준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어느 지역에 살든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돌봄이 권리라면, 그 권리는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

따라서 재정 원칙도 달라져야 한다. 통합돌봄은 지방정부의 선택사업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기반이다. 그런데 현재 재정분담 방식은 차등의 층위가 어긋나 있다. 사업비 총액은 지자체 규모에 따라 차등 지원되지만, 국비 매칭비율 자체는 지역의 재정여건과 무관하게 대체로 동일하다. 그 결과 재정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남은 지방비 부담은 오히려 더 무겁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고령화율은 높고 의료와 돌봄 인프라는 더욱 부족해, 가장 돌봄이 필요한 지역이 가장 열악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가 되기 쉽다.

필요한 곳에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형평성'이다. 도로를 지방의 재정형편에 따라 놓지 않듯이, 기본의료와 기본돌봄 역시 지역의 재정여건에 맡겨서는 안 된다. 이미 우리 제도 안에도 선례가 있다. 기초연금은 지자체의 노인인구 비율과 재정 여건에 따라 국고보조율을 40%에서 90%까지 차등 적용한다. 기본의료와 기본돌봄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 인구감소지역과 의료취약지에는 국비 보조율을 80~100%까지 높여야 한다. 국가의 책임은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필요에 따라 책임을 다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 통합돌봄은 비용을 줄이는 정책이 아니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 정책이다. 실제로 지난 7년간의 시범사업에서 참여자는 대조군보다 요양병원 입원율과 요양시설 입소율이 낮았고, 가족의 부양 부담이 줄었다는 응답도 75.3%에 달했다. 통합돌봄은 새로운 복지지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사회적 투자'이다.

통합돌봄의 다음 100일은 행정체계를 조금 더 정교하게 만드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든 기본의료와 기본돌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돌봄기본권은 선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기본돌봄이라는 제도와 국가의 재정책임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통합돌봄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서비스를 연결했는가가 아니라, 국민의 주소와 관계없이 필요한 돌봄을 보장하는 국가를 만들었는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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