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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세 곳은 출발점이다

2026.10.01 홍창남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교육부 정책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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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세 곳 선정은 한정된 재원으로 선례를 만드는 집중 투자로,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이어야 한다. 성과는 단기 정량 지표가 아닌 지속가능한 연구생태계의 구축 과정으로 평가해야 한다. 정부는 인내를, 대학은 본질적 성과에 대한 집중을 보여야 한다.
홍창남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홍창남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부산대, 전남대, 충남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첫 지원 대학으로 선정되었다. 세 대학에는 올해 대학당 약 700억 원이 투입되고, 2030년까지 다른 거점국립대보다 대학당 4000억 원 안팎을 더 지원받는다. 선정되지 못한 대학의 지역에서는 열 곳을 약속하고 왜 세 곳이냐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나머지 대학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를 세 대학의 성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질문은 두 가지로 모인다. 왜 세 곳인가, 그리고 그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

비판에는 근거가 있다. 국정과제의 본래 구상은 아홉 개 거점국립대를 함께 육성하는 것이었다. 세 곳에 먼저 집중하면 선정 대학과 미선정 대학의 격차가 확대되고, 우수한 교원과 학생이 선정 대학으로 몰리면서 거점국립대 사이에 새로운 서열이 형성될 수 있다. '10개'를 약속하고 '3개'로 출발했으니, 후퇴로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서울대 10개 만들기)을 발표하고 있다. 2026.4.15.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서울대 10개 만들기)을 발표하고 있다. 2026.4.15.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문제는 정부의 재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홉 곳의 교육 여건을 동시에 서울대 수준으로 향상하려면 매년 수조 원이 필요하다. 현재의 재원을 아홉으로 균등 배분하는 방안도 있었지만, 그 규모로는 교원 몇 명과 장비 몇 대를 보강하는 데 그칠 뿐 기업과 연계된 단과대학과 융합연구원을 설립하기 어렵다. 독일의 엑셀런스 이니셔티브 사례에서 보듯, 우수 연구 클러스터가 다수 집적된 지역에서는 기업의 혁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소수에 그친 지역에서는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균등하게 배분한 재원은 모래사장에 부은 물처럼 흡수되고 만다. 소수 대학에서 먼저 선례를 창출하고 이를 확산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나머지 여섯 곳이 지원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다. 이들 대학에도 기존 지원에 더해 올해 300억~400억 원이 순증으로 투입된다.

다만 이 논리에는 전제가 있다. 세 곳 선정은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어야 한다. 5극3특 권역 가운데 과반이 아직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고, 정부가 성장엔진으로 선정한 피지컬 AI 같은 분야는 인재를 양성할 대학이라는 축이 없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국가균형성장이라는 정책 본래의 취지가 퇴색한다. 성과를 확인한 뒤 확산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타당하지만, 확산의 준비까지 그 뒤로 미룰 이유는 없다.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지금이 정부와 국회가 확산의 의지를 보여 줄 시점이다.

선례를 창출해 확산하는 것이 이 정책의 논리라면, 무엇을 선례로 평가할 것인가. 여러 부처가 참여하고 국민적 관심이 큰 사업일수록 가시적 성과를 조속히 내도록 요구받는다. 매년 예산 심의와 국정감사가 돌아오면 정부는 제시할 수치가 필요하고, 그 결과 대학 순위와 논문 수와 기술이전 건수 같은 정량 지표가 평가의 기준이 되기 쉽다. 사업이 중도에 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초기에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도 이해할 만하다.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 성과로 답해야 한다는 요구도 정당하다.

그러나 정량 지표에 맞춰 운영되는 대학은 단기간에 가시화되는 사업에 재원을 투입한다. 단기 과제로 논문 편수를 늘리고 소액 기술이전으로 건수를 채우면 지표는 빠르게 개선되지만, 지원이 종료되면 대학은 원래 상태로 회귀한다. 이 정책이 남겨야 할 것은 지속가능한 연구생태계, 곧 세계 수준의 연구자를 확보한 대학이 기업과의 공동연구로 성장엔진 분야의 과제를 함께 해결하고 그 성과를 기술이전과 창업으로 공유하는 구조다. 여기서 확보한 재원과 신뢰가 다시 우수 연구자를 유치할 때 연구생태계의 선순환이 완성된다. 이러한 생태계는 5년 안에 수치로 구축되지 않으며, 정량 지표를 좇을수록 오히려 더디게 형성된다.

평가의 기준도 이에 부합해야 한다. 초기 2년은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교원 인사제도를 실질적으로 개편했는가, 우수 연구자를 유치했는가, 융합연구원이 기업과 함께 자립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정착했는가를 묻는 것이다. 논문과 순위 같은 결과 지표는 과정평가 이후에 확인해도 늦지 않다. 과정은 수치로 온전히 포착되지 않는다. 따라서 해외 석학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현장을 방문해 판단하는 정성 평가가 중심이 되고, 정량 지표는 이를 보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교육부도 투입과 과정과 결과를 함께 평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니, 그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대학에도 책무가 있다. 그동안 대학은 재정지원사업을 받을 때마다 계획서와 평가보고서 작성에 적지 않은 역량을 소진해 왔다. 이번에는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학은 자신이 창출할 핵심 성과가 무엇인지 스스로 규정하고 그 성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정부는 서면 보고를 최소화하고 현장에서 성과를 확인해야 한다.

세 곳을 먼저 선정한 것은 집중이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 판단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무엇을 선례로 평가할지가 먼저 확립되어야 하고, 그 기준은 정부가 교체되고 관심이 약화되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순위가 아니라 구조의 변화로 평가된 선례만이 추가 선정과 확산의 근거가 된다. 정부는 과정을 기다리는 인내를, 대학은 본질적 성과에 집중하는 결단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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