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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한국의 밤’ 그 숨은 뒷 이야기

남궁연의 ‘세계와 함께 하는 아리랑’ ①

2010.02.23 남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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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다보스포럼 기간 중 개최된 ‘코리아 나이트 2010‘ 행사에서 나는 총괄기획과 연출을 맡는 영광을 안았다.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 리더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만큼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웠다. 그런 만큼 행사를 기획하는 일 역시 하나부터 열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구석이 없었다.

행사를 기획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국제적인 행사다운 면모를 잃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한국의 전통성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점이었다. 구체적으로 ▲행사장은 전통적이면서 모던해야한다 ▲식음료는 풍성하지만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야한다 ▲사운드는 좋아야 하지만 대화에 방해되지 않게 작아야 한다 등이 우리가 극복해야 할 모순점이었다.

드럼으로 치자면 ‘매우 힘차게 두드리되 조용하게 연주하라’는 것과 같은데, 이쯤 되면 겐리히 알트슐러(Genrich Altshuller)의 ‘창의적 문제해결이론’을 빌려와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우리가 직면한 것이 기술적 모순인지 물리적 모순인지를 구분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창의적 문제해결이론인 ‘트리즈(TRIZ)’는 혁신을 위한 강력한 구조적 접근법이다. 따라서 각 파트의 책임자들에게 분야별로 짐을 나누어 해답을 찾게 하고, 나는 전체 조직구조의 문제점을 찾기로 했다.

일단 당일치기로 관련 서적을 몽땅 찾아 읽고나서 분석에 들어간 이후 사흘만에 얻어낸 결과는 놀랍게도 나 자신이 행사의 감독을 하기에는 능력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었다. 스태프들에겐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하고, 고민고민하던 중 달력에 적힌 한 줄 문장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
‘그래! 모르면 물어서 길을 찾자!’

그 날 이후 약 다섯 달간의 준비기간 동안 나는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지식을 아웃소싱 하기로 하고, 수많은 업체와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묻고 또 묻고를 수십 일, 말이 좋아 ‘자문’이지 그분들에겐 ‘고문’에 가까운 것이었으리라.

시간이 지나면서 자문을 해주시던 많은 분들이 내 번호를 ‘수신거부’ 번호로 등록하는 정황마저 포착됐다. 그러나 나를 귀찮아 하신(?) 그 분들 덕분에 ‘한국의 밤’은 멋진 성공을 거두었으니 이 글로서 늦게나마 그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래서 이 참에 나의 첫 칼럼은 내 이야기보다는 나를 도와 ‘한국의 밤’을 멋지게 장식해준 숨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한다.

콘크리트 벽과 대화하는 남자 ‘건축가 민경식’

건축가 민경식 씨.
건축가 민경식.
이번 행사의 일등 공신은 행사장 공간 설계를 맡은 건축가 민경식이다. 이번 행사의 가장 중요한 공간 구성과 상징이 된 ‘까치와 호랑이’ 콘셉트을 제안한 사람이 바로 그다. ‘호랑이 해’에 호랑이 콘셉트가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행사 준비가 시작된 2009년 여름으로 거슬러올라가보면 당시는 이듬해 십이간지가 무엇인지조차 당연히 관심 밖이던 상황이다.

사실 행사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는 소위 ‘비주얼 콘셉트’라 할 수 있는데, 첫 회의 때 그가 손에 들고 온 ‘까치와 호랑이 민화’는 모든 스태프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지를 단번에 인식시켜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당시 한국을 찾았던 유엔환경계획의 ‘아킴 슈타이너’ 사무총장의 ‘한국이 세계 최초의 녹색 호랑이가 되길 바란다’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우리는 공간 구성뿐만 아니라 행사 타이틀까지 ‘GREEN TIGER’로 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그 후 우리는 사전 답사 차 다보스 현지로 나섰다. 한창 공사중인 ‘슈바이처호프’ 호텔에서 우리는 행사에 필요한 전력용량, 출입구 등을 체크하고 있었다. 그런데 민경식 소장은 다니는 공간마다 면벽 상태로 뭔가를 자꾸만 웅얼웅얼 읊어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그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노래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의 주인공으로 서울대 재학 당시 대학가요제에서 입상하기도 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만의 이 독특한 작업법은 공간의 특성을 음성으로 기록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효과는 놀라웠다. 그의 ‘웅얼웅얼 기법’으로 호텔이 소유한 도면보다 더욱 세밀한 3차원 도면을 완성하는 데 성공한 것. 우리는 전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지도’를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3차원 도면은 장비 출입구와 출연자 출입구의 분리, 식음료 및 행사관리 인원동선, 참가자 동선 등을 사전에 거의 100% 계획할 수 있게 해주었고, 복도를 막아 VIP 대기실을 만드는 설계로 부족한 공간활용을 극대화하는 데에도 큰 공을 세웠다. 그가 만든 3차원 도면은 호텔 소유주의 간곡한 요청으로 현재 다보스에 남겨져 있다.

다보스 ‘한국의 밤’ 행사에 사용된 무대배경 이미지
다보스 ‘한국의 밤’ 행사에 사용된 무대배경 이미지
 
임팩트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표현하는 장인, ‘디자이너 윤성영’

현장 도면이 ‘전장의 지도’라면 무대배경은 ‘부대 깃발’이다. 단 하나의 디자인이 행사장의 분위기와 성격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행사 기획 초기단계부터 나의 주장은 초지일관 ‘우리도 선진국처럼 세련되게 해보자’였다. 사전 회의 때 프리젠테이션도 칙칙한 파워포인트 대신 일부러 애플컴퓨터의 ‘KEYNOTE’를 사용했을 정도다. 이를 위해 사진작가 강영호 씨에게 자문해 오바마 사진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정답은 ‘무대배경(백드롭·BACK-DROP)’이었다. 우리나라 행사의 백드롭에는 너무 많은 색상과 메시지가 들어간다. 바로 그것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사진이나 보도용 영상은 인물 위주로 찍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징과 글자들이 잘리면서 인물과 겹친다. 게다가 글자를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주로 연한 배경색을 사용하게 되므로 인물 윤곽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디자이너 윤성영 씨.
디자이너 윤성영.
이 점을 간파해낸 나는 애초 초청장 디자인만 맡기로 했던 윤성영 디자이너를 불러 거의 우격다짐으로 백드롭을 맡겼다. 내가 제시한 조건은 아주 친절하고도 단순했다. ‘시간은 단 이틀!’, 잠시 당황하던 기색을 보이던 그는 이내 나에게 단 한 가지 의미 있는 조건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당시 우리는 양평동에 세트장을 빌려 현지와 같은 구조를 만들고 총리허설을 하던 중이었는데, 그의 주문은 연습이 끝난 뒤 무대에 신장 175cm 정도 되는 사람을 세워놓고 3미터, 5미터 그리고 무대 끝 지점에서 각각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귀신 같이 영민한 윤 디자이너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여러 가지 시물레이션을 통해 사진이 잘 나올 수밖에 없는 백드롭을 디자인하겠다는 것.

그렇게 해서 탄생한 백드롭은 ‘까치와 호랑이’ 콘셉은 과감하게 옆으로 빼고, 인물이 살아나는 진한 녹색 배경으로 채워졌다. 그가 디지털 터치로 재탄생시킨 디자인에선 ‘전통문화의 현대화’의 정답이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실력은 출중했다.

다보스포럼 기간 동안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만 해도 약 300개가 넘는다. 그 중 ‘한국의 밤’을 가장 인상 깊은 행사로 기억되게 한 건 누가 뭐래도 이 ‘백드롭’이다. 내가 원하던 ‘세련된 그것’, 가히 ‘백드롭의 승리’다.

원자력 긍정머신 ‘음식코디네이터 한윤주’

식음료는 그야말로 난제 중에 난제였다. 풍성한 것을 어떻게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만들까? 이것은 마치 ‘영화 한 편을 2분 안에 보여주되 내용을 다 알 수 있게’라는 주문과도 같았다.

‘한국의 밤’은 각국의 정치·경제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참여자간의 대화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식음료를 즐기면서 대화가 가능하려면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한식의 특징은 어떤가? 우리는 잘 된 밥상을 일컬어 ‘한상 가득 차렸다’라고 하지 않던가.

음식코디네이터 한윤주 씨.
음식코디네이터 한윤주.
이 어려운 문제를 보기 좋게 아니 시원하게 해결한 분이 이번 행사의 식음료 코디네이터를 맡은 콩두레스토랑의 한윤주 대표다. 소위 ‘핑거푸드’, ‘원바이트’라는 개념으로 한상차림의 한식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도록 압축해 ‘스탠딩 뷔페화’ 하겠다는 것이 그의 전략이었다.

뿐만 아니라 식음료 배치공간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용하자는 것도 그의 제안이었다. 밥상-주안상-잔치상으로 3개 구역을 만들고 밥상에는 찬,밥,국,찜으로 하는 한국의 기본상차림을, 주안상에는 막걸리와 닭강정을, 잔칫상에는 폐백음식을 배치하고, 이곳에 안내원을 두어 각 재료에 얽힌 이야기를 설명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한-아세안 정상회담 등의 오찬을 기획하면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숟가락(간섭)이 많으면 음식은 쓰레기통으로 간다‘는 경험을 해본 나로서는 닥쳐올 식음료에 관한 지적들이 오히려 음식의 가장 핵심인 본래의 맛을 잃게 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 나는 영국의 세계적인 음반 매스터링(믹스된 음원을 CD에 넣기 전에 최종적으로 다듬는 작업) 엔지니어인 ‘이안 쿠퍼(Ian Cooper)’를 떠올렸다. 그는 믹싱이 잘된 음원은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CD에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주장은 이랬다. “손댈 필요가 없다면 과감하게 원본대로”

그래서 나도 데코레이션과 그릇, 유니폼 등 부수적인 것을 제외하고 ‘맛’에 관한 한 최대한 간섭하지 않겠노라고 약속했다. 다음 회에 이야기하겠지만 이후 현지 사정으로 인해 우리 식음료 팀의 고생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런 와중에도 한윤주 대표는 불평은 커녕 짜증내는 낯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행사준비 중 한국이 UAE 원전을 수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날 그는 아버지 이야기(한국 원전발전의 핵심 인물인 한필순 박사가 그녀의 부친이다)를 하며 한 번, 행사가 끝난 후 다보스 현장에서 넘어진 직원이 한국에 돌아와 검진해보니 척추에 금이 갔더라는 소식에 두 번 눈물을 지어 보인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한윤주 대표를 ‘원자력 긍정머신’이라 부른다.

※ 남궁연은?

남궁연(42)은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일 문화교류 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개최된 다보스 포럼 ‘한국의 밤’ 행사의 기획과 총감독을 맡아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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