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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너의 뇌를 갖고 논다!

[김창엽의 과학으로 보는 문화] 스마트폰 중독

2017.05.11 김창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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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비즈니스 전문회사 앱애니(appannie.com)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스마트폰 앱 사용시간이 세계 주요국가들 가운데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앱 비즈니스 전문회사 앱애니(appannie.com)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스마트폰 앱 사용시간이 세계 주요국가들 가운데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칼럼의 특정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제발, 가끔은 전화기에서 손을 좀 떼어놓고 살 수 없니? 허구한 날 게임 아니면 채팅이니, 엄마는 정말 싫다.” 40대 초반의 주부 J씨는 스마트폰 때문에 중학생인 아들과 갈등이 적지 않다.

“제 자신도 스마트폰에서 자유롭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지 않는 아들의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걱정이 안 될 수 없는 거죠.”

스마트폰 ‘과다’ 사용을 두고 발생하는 부모 자식간의 다툼은 어느 한 가정만의 문제는 아니다. 심지어는 부부간에도 트러블이 될 정도로, 스마트폰에 ‘중독’된 이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그로 인한 다양한 사회 풍속도의 변화는 21세기 인류를 특징짓는 키워드로 부족함이 없다. 의학적으로 ‘중독’ 여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우리 사회에 스마트폰 집착 혹은 중독이라 부를만한 현상이 특히 도드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스마트폰 앱 사용시간 가장 길어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이른바 ‘앱’(애플리케이션) 사용시간이 세계 주요국가들 가운데 가장 긴 것으로 드러났다.

다국적 인사들로 구성된 앱 비즈니스 전문회사 앱애니(appannie.com)의 올해 1~3월 모바일 앱 사용현황 보고서는 한국인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하루 약 200분 앱을 사용, 조사대상 국가 중 1위였다고 밝히고 있다. 

2~4위인 브라질,  멕시코, 일본은 하루 앱 사용시간이 평균 180분 안팎으로 한국보다 유의미하게 적었다. 특히 프랑스, 독일 등의 스마트폰 사용자 앱 사용시간은 100시간 남짓으로 한국의 절반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인들의 스마트폰 앱 사용 시간이 세계 최장인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게임 앱 사용시간이 많은 게 큰 몫을 했다고 앱애니는 분석했다. 반면 브라질, 멕시코 사람들은 채팅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소통문화나 개개인의 성격, 심지어는 정치 상황도 직간접적으로 스마트폰 사용빈도나 시간 등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카톡이나 페이스북 등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게임에 열중하는 부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비즈니스 등으로 인해 문자 그대로 전화통화하는데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사업이나 업무상 이유의 통화를 제외한다면,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대부분 앱을 활용하거나 게임을 하는데 투자된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요컨대 다양한 앱의 보급이 적절하든, 과도하든 혹은 중독 수준이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주요인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것이다.

앱은 어쩌면 그 태생이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도록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앱, 즉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라는 단어 자체가 ‘활용’이라는 뜻을 가진 데서도 알 수 있듯, 누군가에게 이용되고 사용되기 위해 고안된 것이기 때문이다.

앱의 개발, 보급 확산과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단순한 활용, 이용, 혹은 사용만을 염두에 두고 앱이 만들어지느냐는 대목이다. 바꿔 말해, 필요한 용도만 충족시킬 수 있도록 앱이 설계되느냐 하는 점이다.

길을 안내하는 앱을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 운전자든 행선지 경로를 미리 파악해두려는 사람이든, 길 안내 앱은 무엇보다 길 안내 기능에 충실하도록 디자인 되어야 한다. 하지만 길 안내 앱은 다양한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대략 경로를 아는 행선지라도 앱을 켜도록 유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교통단속 카메라 위치나 교통 턱 등의 존재를 미리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길 안내 앱 정도로는 집착이나 중독을 유발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의 호기심이나 소통 욕구 등을 자극하고 충족시키는데 한계가 있는 탓이다.

편의성 증대를 주 목적으로 하는 이런 단순한 앱과는 달리, 중독 혹은 집착 현상은 이른바 소셜네워크서비스(SNS) 앱, 그리고 게임 앱 사용자들 사이에서 주로 발견된다.

대부분 앱 최초 디자인부터 중독 유발

그렇다면 SNS나 게임 앱들은 사용자 혹은 수용자 차원에서만 중독 혹은 집착이 유발되는 걸까? 적지 않은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대부분의 앱들은 설계, 즉 최초에 디자인을 할 때부터 중독을 유발하도록 고안된다고 주장한다. 

유명 IT기업인 구글에 몸담았던 트리스탄 해리스 같은 이는 공개적으로 앱 등 소프트웨어의 ‘중독 디자인’ 주장을 펴는 전문가이다. 해리스는 그 자신이 구글에서 여러 종류의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는데 참여한 바 있으며 중독 디자인이 개입될 때가 많았다고 털어 놓는다.

‘앱 중독’ 혹은 ‘중독 디자인’ 이란 표현은 실상 스마트폰 앱 개발업계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대신 ‘브레인 해킹’(brain-hacking)이라는 속어로 흔히 통한다. 브레인 해킹이란, 컴퓨터 해킹처럼 컴퓨터 대신 사람의 머리를 조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꾸 어떤 앱을 사용하도록 앱을 설계한다는 뜻이다. 열어 본지 얼마 안 된 앱을 또 열고 또 열게 만드는 식이다. 스마트폰 앱 사용이 한국인보다 적은 미국인들의 경우, 통계에 따르면 깨어 있는 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평균 15분마다 스마트폰 앱을 한번씩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훨씬 많은 한국인이라면 더 잦은 빈도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릴 확률이 높다. 물론 게임 앱 같은 걸 장시간 사용하는 식이라면 빈도는 더 적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앱 개발자들이 일하는 모습. 앱은 설계될 때부터 중독성을 유발하도록 고안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 있다. 사진은 칼럼의 특정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데르치 엘케스 앤도)
앱 개발자들이 일하는 모습. 앱은 설계될 때부터 중독성을 유발하도록 고안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 있다. 사진은 칼럼의 특정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데르치 엘케스 앤도)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스마트폰 장시간 이용 역시 한국들의 속성 탓만 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성격이 단호하지 못하다든지, 게임 등에 쉽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는 식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스마트폰의 주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런 저런 앱들. 이중 상당수가 사용자로 하여금 반복적으로 접속을 유도하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주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런 저런 앱들. 이중 상당수가 사용자로 하여금 반복적으로 접속을 유도하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한때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카톡 업무 지시가 있을 정도로 스마트폰의 오용을 이끄는 문화 등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브레인 해킹이란 말이 시사하듯, 스마트폰 앱들은 생물학적으로는 인체의 호르몬 대사에까지 간여하도록 설계되고, 디자인 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사람들의 조바심 혹은 본능적 불안감 해소 심리에 스마트폰 앱 설계가 편승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손안에 스마트폰 없으면 불안·초조

한 예로, 상당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전화기를 손대지 않고 가만 내버려두면 일종의 불안감까지느낀다. 이 불안감은 두뇌에 신호를 줘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부르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갑작스런 분비를 불러 일으킨다. 설령 병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더라도, 잦은 스마트폰 화면 체크를 불러오는 생리적 경로에는 흔히 코르티솔의 분비가 동반된다는 뜻이다.

소통의 도구로 널리 사용되는 SNS 계통 앱들은 특히 조바심이나 불안감 유발에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혹은 트위터나 카톡을 통해 메시지를 보냈다고 가정하자. 보낸 사람 입장에서는 친구가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봤는지, 봤다면 어떤 답장을 했는지 궁금해지는 건 당연하다.

바로 이런 궁금증의 저변에 조바심 같은 것들이 도사리고 있고, 이 조바심이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의 분비 변화까지도 초래하는 것이다. 이런 앱들의 사용자는 결국 스마트폰을 코 앞으로 끌어당겨, 해당 앱을 체크하거나 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스마트폰 그 자체가 과학기술의 산물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헌데 스마트폰의 확산과 그로 인한 특유의 문화 형성에도 인체과학이 긴밀하게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 혹은 문화 현상에서 역기능은 최소화하는 게 사회를 위해서도 개인의 심신 건강을 위해서도 대체로 바람직하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사용 확대로 인해 새롭게 형성되는 일상 풍속 가운데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의 상당부분이 ‘과학’에 있음은 자명하다.

강제성을 띤 규제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문화의 역기능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있다면 개개인들이 보다 스마트폰 사용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김창엽

◆ 김창엽 자유기고가

중앙일보에서 과학기자로, 미주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장 등으로 일했다. 국내 기자로는 최초로 1995~1996년 미국 MIT의 ‘나이트 사이언스 펠로우’로 선발됐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문화, 체육, 사회 등 제반 분야를 과학이라는 눈으로 바라보길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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