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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에서 어린 하이든이 겪은 고통과 기쁨의 순간들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오스트리아/하인부르크(Hainburg)

2018.01.31 정태남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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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부르크는 수도 빈에서 약 45킬로미터 동쪽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국경과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하며 정식 도시명은 하인부르크 안 데어 도나우(Hainburg an der Donau), 즉 ‘도나우 강변의 하인부르크’이다. 이 작은 도시는 많은 여행자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곳이지만 사실 그 기원은 까마득한 옛날 로마제국 전반기로 올라갈 정도로 매우 유서 깊은 고도(古道)이다.

하인부르크의 중심 성당. 그 앞에 있는 분수는 ‘하이든 분수’이라고 불린다.
하인부르크의 중심 성당. 그 앞에 있는 분수는 ‘하이든 분수’라고 불린다.

하인부르크 중심부에 들어서니 하이든의 흉상이 보이고 성당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이 우아한 바로크 성당이 있는 광장은 하인부르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장소이다. 광장에는 분수가 있는데 이름이 ‘하이든 분수’이다.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하이든은 교향곡뿐만 아니라 협주곡, 현악사중주와 소나타 등 고전주의 형식의 기틀을 확립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또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에게 음악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생의 후반에는 유럽 최고의 음악가로 존경받았다.

그렇다면 이곳이 하이든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하인부르크는 그가 6살부터 8살까지 살았던 곳이다.

이 광장과 연결된 골목길에서는 하인부르크의 향토음악가 엠베르거(F. Emberger)씨가 전통악사 복장 차림으로 동양의 먼 나라에서 오스트리아의 이 구석까지 찾아온 ‘하이든 순례자’를 맞아주었다.

그가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골목길에서 백파이프를 연주해 보이자 지나가던 초등학생 아이들이 축제의 한 장면을 같은 광경을 신기하게 지켜봤다.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하이든의 어린 시절이 연상되었다. 하이든은 축제 때 연주되던 이런 민속 음악에 크게 매료되었을 것이다.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하인부르크 향토음악가 엠베르거(F. Emberger). 어린 하이든은 축제 때 연주되던 이런 민속 음악에 크게 매료되었을 것이다.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하인부르크 향토음악가 엠베르거(F. Emberger). 어린 하이든은 축제 때 연주되던 이런 민속 음악에 크게 매료되었을 것이다.

하이든은 하인부르크에서 남쪽으로 약 12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 로라우(Rohrau)에서 1732년 3월 31일에 태어났다.

그는 자연으로 둘러싸인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그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친척 아저씨 요한 프랑크의 제의로 하인부르크에 있는 그의 집에서 머무르며 음악교육을 받게 되었다.

프랑크는 하이든 아버지의 사촌으로 하인부르크의 학교장이자 성당의 음악감독이었다.

부모의 품을 떠나 하인부르크에 온 어린 하이든은 성당의 종소리를 무척 좋아했다.

그는 아저씨의 허락을 받아 새벽 미사가 열리기 전에 온 힘을 다해 줄에 매달려 종을 쳤고 종이 울리면 기뻐서 환호성을 질렀다.

하인부르크에서는 축제가 자주 있었기 때문에 종을 칠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친척 아저씨는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하이든을 자상하게 배려해주지 않았다. 따라서 하이든은 밥을 굶기가 일쑤였으며 더럽고 헤어지고 냄새나는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 예사였다.

친척 아저씨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러는지는 몰라도 참을성도 없었다. 그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며 회초리를 휘두르곤 했다. 하이든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훗날 하이든은 하인부르크 시절에 대해 친척 아저씨 집에서 밥 먹은 횟수보다 매 맞은 횟수가 더 많았다고 회고했을 정도였다.

성당 가까이에 세워진 하이든 기념상.
성당 가까이에 세워진 하이든 기념상.

이런 끔찍한 추억에도 불구하고 하이든은 음악적으로 날로 성장했다. 사실 하이든은 친척 아저씨로부터 노래하는 것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악기도 배울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하이든이 음악에 엄청난 재능이 있었다는 사실은 친척 아저씨에게는 무척 다행스런 일이었을 것이다.

왜냐면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에 관련된 많은 일들을 어린 하이든이 아주 잘 도와주었을 테니까.

그러던 어느 날 수도 빈의 슈테판 대성당의 음악감독 게오르크 로이터가 소년 성가대 대원을 선발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여러 지역을 돌다가 하인부르크에 오게 되었다.

그는 이곳 성당에서 어린 하이든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즉시 하이든을 ‘스카웃’하여 수도 빈으로 데려갔다. 이리하여 시골아이 하이든은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 빈에서 가장 중요한 성전인 성 슈테판 대성당 소년 성가대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무한히 넓은 세계에 진출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성가대가 바로 유명한 ‘빈 소년합창단’의 전신이다.

그러고 보면 하인부르크는 그의 일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기회를 제공한 시골도시였던 것이다. 비록 하이든에게 이곳 생활이 고통스럽긴 했어도 말이다.

정태남

◆ 정태남 건축사

이탈리아 건축사이며 범건축(BAUM architects)의 파트너이다.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 미술, 언어, 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로마역사의 길을 걷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이탈리아 도시기행>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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