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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바람에도 만족할 수 있는 힘

[마음 다독 주치의 이동우의 희망심기] ⑪ 일상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기쁨

2021.11.05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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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길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이 나고 드디어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입니다. 위드 코로나를 먼저 시행한 나라들이 예외 없이 확진자의 증가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때의 생활 습관 중 상당 부분을 유지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난 몇 차례의 글을 통해 코로나로 인한 제약을 오히려 코로나가 준 선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만족하는 힘’입니다. 현대인은 과거에 비해 만족하는 힘이 많이 약화되어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한 제한 조치가 오히려 적은 것들로 만족하면서 지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준 것이지요. 

현대인은 모두 어느 정도는 쾌락 중독자입니다. 좋은 옷을 입고 나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음식을 먹은 후 좋은 음악이 나오는 카페에 좋은 커피를 마시고는 귀가해서는 좋은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듭니다. 이처럼 자신을 온갖 쾌락으로 둘러싸고 있으면서도 더 강렬한 쾌락을 추구하느라 신상이 나오면 지르지 않고는 못 배기지요. 추구하는 대상이 다를 뿐 그 기저에 있는 심리기제는 알코올 중독이나 쾌락 중독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술 한잔에 취하던 사람이 매일 술을 마시면 몇 병에도 취하지 않습니다. 알코올에 내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온갖 좋은 상품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신상에 맥을 못 추는 것은 쾌락에도 내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쾌락 적응 현상이라고도 하지요.

알코올 중독자가 몸이 너무 망가져서 음주를 일시에 중단하면 알코올 금단 현상이 생기듯이 쾌락 중독자가 쾌락을 갑자기 차단하면 금단 현상이 생겨서 짜증이 많아지고 불안해지고 우울해집니다.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문명의 일원으로서 소비와 쾌락 중독 속에 살아오던 현대인에게 코로나로 인해 찾아 온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코로나 블루가 발생했던 원리가 바로 쾌락 금단 현상인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제한 조치 초기에 힘들어 했을 뿐 코로나 우울에까지 빠지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정신의 적응능력에 힘입은 것이지요.

아직도 각종 제한 조치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분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줄어든 자극으로도 만족하는 훈련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의 치료가 금주 또는 절주라면 쾌락 중독에의 처방은 만족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만족하는 힘은 ‘범사에 감사하기’를 통해 기를 수 있습니다.

불치병 선고를 받고 투병한 끝에 기적적으로 회복한 환자들에게는 숨쉴 수 있는 것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 걸을 수 있는 것이 모두가 다 기적이고 행복입니다. 평소 하찮게 여기던 일상 하나하나를 깊이 음미하고 기쁨을 느낌으로써 쾌락의 역치를 낮추는 훈련을 매일 해나간다면 스쳐가는 바람에도 만족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론, 앞으로의 위드 코로나 속 제한 조치도 잘 견디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길러진 만족하는 힘은 위드 코로나 기간은 물론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우리 마음 속에 간직하고 가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코로나19가 극복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주기적으로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과 이러한 사태의 원인이 근현대문명에 의한 자연파괴에 있다는 반성이 제기되면서 산업화, 도시화, 세계화라는 근현대문명을 추동해 온 흐름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더불어 생태적 전환을 비롯한 인류의 삶이 양식의 전환이 전세계의 석학들에 의해 논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족하는 힘을 배양하고 간직함으로써 지나친 소비로 인한 자연의 훼손 또한 막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동우

◆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임상의사로서의 진료업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정신보건업무, 정신건강정책 개발에도 참여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 읽기, 즉 마음 다독(多讀)에 매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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