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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넘어

한류 역사콘텐츠, 영어자막은 언제일까

2025.10.30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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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말로 책임있는 한류콘텐츠 생산자들이 한국의 역사에 대한 콘텐츠 생산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때다. 그러나 한국의 방송사들이 제작한 각종 역사다큐들이 유튜브에서 검색되지만 영어자막을 단 것은 아직 찾지 못했다. 방송사가 역부족이라면 한류를 중시하는 관계 정부기관에서 중요한 사업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올해 한류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증가가  체감될 뿐 아니라, 이 관광객들은 과거 소비위주의 관광으로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고, 한복을 입어보거나 음식을 만들어 보는 등 여러 문화체험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새로운 경향을 보인다는 소식이다. 이 모두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큰 영향 때문이라는 논평을 여러 신문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한류를 오래 연구하고 관찰한 입장에서 한국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관심이 하나의 성공한 영화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30년 전에 시작된 한류의 영향력이 한국이라는 신흥 선진국에 대한 관심의 그릇을 채워왔고, BTS와 블랙핑크, <오징어게임>이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강력한 미디어 콘텐츠 뿐 아니라 성공적인 팬데믹 극복과 계엄이라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해결하는 응원봉의 물결 등 한국이 생산해 낸 모든 뉴스가 그 그릇을 채워 드디어 가시적으로 흘러넘치는 때가 왔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 화력조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작한 단편영화 <사르후 전투> (사진=유튜브 화면캡쳐)
국립진주박물관에서 화력조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작한 단편영화 <사르후 전투> (사진=유튜브 화면캡쳐)

입장을 바꿔서 우리가 어느 나라의 미디어문화와 그 나라가 생산하는 뉴스들에 이끌릴 때, 그 나라에 대한 미디어 콘텐츠를 보고 상품을 소비하다가 그 나라로 여행을 다녀오기까지 한 이후엔, 어느 단계로 관심이 옮아갈까? 

더욱이 여행을 올 수 있는 여유가 없는 대부분의 세계인은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무엇으로 충족할 것인가? 한국드라마와 케이팝, 웹튠이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하는 생태계를 지니고 있으니, 그저 이런 새로운 문화상품을 열심히 소비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필자의 관찰에 따르면 지금이야말로 책임있는 한류콘텐츠 생산자들이 한국의 역사에 대한 콘텐츠 생산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때다.   

동아시아에서 가시화된 초기 한류현상은 아시아 방송프로그램시장에서의 방송권 거래에 기초했고,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의 매개로 글로벌 콘텐츠로서 전세계적에 유료로 제공되는 현재의 한류현상은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 대중문화의 중요한 원천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한류의 현재를 보이지 않게 만들고 유지하고 있는 가장 방대한 힘은 전자와 같은 제도화된 유료콘텐츠 소비 뿐 아니라 유튜브와 인터넷의 개인간 스트리밍 서비스에 기초한 무료 콘텐츠들이다. 경제적으로만 판단한다면 후자는 전자의 저작권 이해를 위반하는 일이지만, 후자가 한류의 시장을 확대하지 않았다면 전자의 성공도 보장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서구의 명품브랜드의 이익과 짝퉁의 역할과도 유사하다. 방대한 짝퉁시장이 명품 원본에 대한 관심과 욕망을 최대화시켜서, 짝퉁이 가장 많이 유통되는 아시아시장에서 명품의 판매와 위력도 최고로 유지되는 모순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 관계가 형됭되어 있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서 무료콘텐츠 소비는 한류현상의 중요한 측면, 문화공공외교 차원에서 핵심적인 중요성을 띈다. 이 한류 애호자들이 한국의 역사와 전통에 관심을 지닐 때, 어떤 무료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을까? 

한마디로 세계의 한국 관심자들은 지금까지 역사드라마로 한국역사를 접해왔다. 그런데 픽션으로 관심이 생긴 외국 시청자들이 온라인에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 영어로 검색할 때 만나는 첫 번째 영상들은 한국에 관심있는 개인들이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근거없이 수집한 영상들로 편집된 한국사에 대한 마구잡이 해설들이고,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동원한 더욱 기이한 내용들이 대량으로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KBS, EBS, MBC 등 한국의 방송사들이 만들어서 쌓아둔 한국에 대한 각종 역사다큐들의 방대한 분량이 유튜브에서 검색되지만 영어자막을 단 것은 아직 찾지 못했다. 또한 최근에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한국 역사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양질의 콘텐츠 어느 것도 영어자막을 단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 유튜브의 개인적인 역사물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KBS 등 공영방송사는 왜 역사물에 영어자막을 달지 않을까? 

예산이 없어서라는 정답이 예상되는데, 대부분 한글 자막을 달아두었기 때문에 AI번역의 도움을 받아 전문가 검수를 거쳐 영어자막을 제공하는 일은 과거와 비교해 비교할 수 없게 쉬워졌다. BBC 다큐멘터리와 같은 전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지만, 이미 생산해 둔 프로그램을 요즘 감각에 맞게 재편집해서 영어자막을 달아서 체계적으로 공개하는 일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와 더불어 발전된 CG 역량과 고고학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한 새로운 역사콘텐츠도 적극 지원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주 박물관 화력조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던 단편 재연영화 <사르후 전투>(2022)와 홍경래의 난을 다룬 <정주성 1811> 같은 작품, 공주박물관이 최근에 유튜브에 개봉한 <한성475>은 놀라운 성과이다. 이 두 개의 단편영화 제작비를 알 수는 없으나, 박물관의 젊은 학예사들의 기획력, 고고학적 사실과 역사학적 진실,  최근 영상기술의 표현력이 만나서 이루어진 이 영상들은 우리가 한줄의 텍스트로만 접했던 중요했던 역사적 순간을 살았던 조상들의 번뇌와 고난을 생생히 되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영상들에도 영어 자막은 없다. 방송사가 역부족이라면 한류를 중시하는 관계 정부기관에서 중요한 사업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다. 언제까지 한국역사가 매우 궁금한데 볼 게 없다는 말을 듣고 있어야 하나.

홍석경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한류 연구자로 정진하면서 팬덤 온라인 참여관찰로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방법을 거쳤으나 스스로는 여전히 세상 속 의미의 생산을 묻는 기호학자라고 이해한다. <세계화와 디지털문화시대의 한류>, <드라마의 모든 것>, <BTS길 위에서>를 출판했고 넷플릭스의 영향, 한국문화산업, 한류현상의 이론화를 위해 국제적 연구자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다년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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