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영역
유럽은 한국의 안보 파트너가 될 것인가?

유럽은 한국의 안보 파트너가 될 것인가? 된다면 어떤 안보 파트너가 될 것인가? 2026년 한국은 더 많은 더 강한 국가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만 그런 건 아니다. 평화의 시대가 가고 전쟁의 시대가 온 지금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의 주요국들은 대부분 유사한 상황이다. 탈냉전 시대 세계의 경찰로 세계 질서를 좌우하던 미국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중국과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그러나 역설적으로 안으로 움츠러드는 미국만이 남았다. 이러한 미국에 안보를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한국과 동아시아와 유럽의 국가들은 다들 각자도생을 해야 할 지 아니면 어떻게든 뭉쳐야 할 지 갈팡질팡 하고 있다.

새삼 한반도와 동아시아 주변을 둘러본다. 누가 있을까? 일본이 먼저 보인다. 일본도 우리와 같은 배를 타고 있다. 오월동주라면 지나친가? 기시다 총리 이후 일본은 한국과의 안보 파트너 관계 강화에 열심이다. 미국이 저리 변한 걸 화들짝 놀라듯 알아챈 후다. 작년 한 도쿄의 안보대화에서 일본측 보수 주류 인사들이 금기어였던 '(미국으로부터의) 전략적 자율성'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본에게 한국과의 안보 연계가 새삼 달리 보이는 것이다. 한국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러니 일본과 껄끄럽더라도 경제, 과학기술, 문화교류, 그리고 군사안보까지 강화하는 한국이 이상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유럽의 주요국들이 이 안보 파트너 결핍에 어떤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그리고 한국이 사용하기 시작한 '전략적 자율성'의 기원은 유럽의 프랑스다. 물론 개념상이었고 실제로는 프랑스와 유럽은 미국에 절대적으로 안보를 의존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는 집단안보체제 하에서였다. 그런데 지금 그 나토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유럽-대서양 동맹을 떠난다고, 그린란드 영토를 넘기라고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를 상대하는 유럽 국가들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튀르키에 앙카라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한·나토 협력을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번에 협상을 개시한 한·나토 조달 기본협정은 우리 방산기업들이 나토 방산시장으로 더 넓게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그 성과를 제시했다. 또한 위성락 실장은 "한·나토 협력이 일회성 교류가 아니라 해를 거듭하며 뿌리를 넓혀가는 협력임을 보여준다"고 선언했다. 물론 나토 체제 편입까지는 아니다.
전쟁의 시대를 본격화 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국은 폴란드를 비롯한 중동북부 유럽 국가들에 대규모로 무기를 팔면서 현지 공동 생산과 준동맹급의 안보 협력 연계 구조를 만들어왔다. 대규모 무기를 공급하면 그 수입국의 안보는 최소한 부분적으로 수출국, 즉 한국에게 의존하게 된다. 엄청나게 큰 안보 책임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 나토 정상회담을 통해 현 정부도 안보 협력을 전제로 한 대유럽 방산 수출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담의 성과도 그 맥락인데 이에 대한 명확한 인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외부에서 보기에 한국은 유럽을 새로운 안보 파트너로 삼고 앞으로 점증할 글로벌 및 지역 안보 위기 시에 상호 간에 군사적, 경제적, 과학기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지를 시험하고 있다. 폴란드와의 방산 수출 협상에서 폴란드 지도자들은 한국을 실제로 '동맹'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한반도,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나면 그들이 '상호운용성'이 보장된 폴란드제 한국 무기를 보내겠다고 했단다. 솔깃하지 않은가? 함께 나누고 만들고 수출까지 같이 하게 되는데 그 물건이 국가의 생사를 좌우하는 첨단 무기다.
일단 유럽 전체는 아닐지라도 유럽의 일부는 이미 한국의 핵심 안보 파트너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이들이 미국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또 우리가 그럴 수도 없지만 최소한 각자도생 보다는 어떻게든 뭉치려는 모양새다. 동아시아와 유럽의 안보 컨버전스(수렴) 구조 속에서 머나먼 거리의 폭정(tyranny of distance)도 이겨내는 본능적인 행동인가? 한국의 안보는 언제나처럼 위기고, 탈냉전 평화에 취했던 유럽은 이제 제대로 위기다.
◆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UCLA 정치학 박사로 혁신 과학 시대의 정치적 新舊 난제에 천착하는 융복합정치학자다. 국내·국제정치의 상호작용, 글로벌 안보컨버전스, AI 정치와 정책을 연구한다. 주요 저서로는 <피크코리아(Peak Korea)>가 출간됐으며, 그 국제편에 해당하는 <세계에서 한국은 얼마나 쓸모있을까?>를 집필 중이다. 또한 <Global Expansion of Korea's Defense Industry>는 2026년 출간 예정이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