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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뤼미에르 서밋, 영상문화의 미래를 위한 '빛'이 되기를

9월 7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발의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공동의장으로 참여한 영상의 미래에 대한 세계 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를 일부 미디어가 섣불리 규정하듯 단순한 한불 영상 산업 협력 행사로만 보기는 어렵다. 양국 대통령이 공동의장을 맡고 수십 개국의 정부 관계자와 영상산업 지도자, 글로벌 플랫폼 책임자, 영화감독과 배우 등 창작자, 영화제와 문화기관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영상의 생산과 소비를 둘러싼 문제를 공유하고, 새로운 영상 다자주의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양국이 향후 5년간 총 1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한 '한불 영화 파트너십'으로 이번 회의를 축소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큰 맥락에서 살피면, 이번 뤼미에르 서밋은 마치 1990년대 말,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문화 산물까지 자유무역의 대상으로 취급하려는 미국의 압력에 맞서 '문화적 예외(Cultural Exception)'의 원칙 아래 프랑스가 주도하고 한국이 연대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수세적인 의미를 지녔던 문화적 예외 원칙은 이후 유네스코로 장을 옮겨 보다 적극적 개념인 '문화 다양성' 철학으로 발전했다.
이번 뤼미에르 서밋은 이 원칙을 플랫폼 경제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시대라는 변화한 환경에 적용한 전 지구적 문화 거버넌스의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문화 다양성' 개념은 생물 종의 다양성이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것처럼, 문화적 표현과 생산의 다양성 역시 인류 문화의 지속과 발전에 핵심적이라는 인식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이번 서밋에서 "플랫폼과 AI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다양한 사회가 어떻게 스스로 문화적 표현을 생산하고 세계적으로 순환시킬 능력을 지닐 것인가?"로 번역되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을 스크린 앞에서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영화와 드라마처럼 완결된 작품들은 소셜미디어의 무한 피드와 숏폼 콘텐츠, 알고리즘 추천, 생성형 AI가 촉발하는 주의력 경쟁 속에서 점점 가시성을 잃고 있다.
이제 영상산업의 경쟁은 극장 대 스트리밍의 대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영화와 텔레비전, 스트리밍, 게이밍, 소셜미디어, AI를 하나의 영상 환경으로 묶고, 산업정책과 문화 주권, AI 윤리, 저작권,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특히 시청자가 특정 프로그램이나 작품을 만날 가능성, 이른바 '디스커버러빌리티(Discoverability)'는 단순한 마케팅 문제가 아니다. 이는 '문화 주권(Cultural Sovereignty)'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자각이다. 무엇을 볼 수 있고, 무엇이 보이지 않게 되는 지를 플랫폼 알고리즘에만 맡길 수 없지 않은가.

프랑스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국을 파트너로 삼았다.
한국은 서구가 지배하는 세계 영상산업 질서 속에서 자국의 독자적인 문화 생산 능력을 구축하고 그것을 세계적으로 유통하는 데 성공한 한류의 주체다.
압축적인 근대성을 보여 온 한국은 프랑스의 관점에서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를 이 프로젝트에 연관시키기에 적합한 동반자다.
동시에 국가 주도 엘리트 문화정책 전통이 강한 프랑스와는 달리, 지역의 문화산업과 민간의 창의성,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아래로부터 세계적인 문화유통을 성공시킨 파트너다.
즉, 한국은 단순한 문화교류 상대가 아니라 과거의 개발도상국도 전 지구적 문화 유통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역사적인 증거다. 또한 문화정책을 실제 산업과 창작 현장으로 연결해 추진할 수 있는 체력과 실력을 지녔다.
게다가 플랫폼과 생성형 인공지능이 가져온 압박을 최전선에서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한국은 문제의 심각함을 깊이 인식할 수 있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와 서밋 참가자들이 이번 회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논의를 국내 문화정책으로 어떻게 번역해 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한국이 이번 기회를 화려한 넷플릭스 시대 이후 점점 빈약해지고 있는 한류 콘텐츠의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이번 서밋의 의제에는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영상문화보존(아카이브)이 포함되어 있고, 마지막 의제는 한국에서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영상교육이다.
'뤼미에르'는 불어로 빛을 의미하는 동시에 영화의 역사를 만들어낸 뤼미에르 형제, 빛의 예술인 영화, 계몽의 시대를 환기하는 삼중의 의미를 띄는 말이다.
이번 뤼미에르 서밋이 단순한 양국 간 투자협약을 넘어서 한국이 한류의 주체로서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문화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한류 연구자로 정진하면서 팬덤 온라인 참여관찰로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방법을 거쳤으나 스스로는 여전히 세상 속 의미의 생산을 묻는 기호학자라고 이해한다. <세계화와 디지털문화시대의 한류>, <드라마의 모든 것>, <BTS길 위에서>를 출판했고 넷플릭스의 영향, 한국문화산업, 한류현상의 이론화를 위해 국제적 연구자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다년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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