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영역
피지컬 AI 강국, 결국 '사람'에 달렸다

지난 1일 의결된 2027년 예산안은 대한민국이 피지컬 AI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를 숫자로 보여준다.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에 대한 투자는 올해 약 10조 8000억 원에서 내년 21조 30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특히 피지컬 AI 예산은 9000억 원에서 3조 1000억 원으로 세 배 이상 확대된다. 제조·스마트팩토리·건설·농업·국방·돌봄·물류·항만 등 8대 분야에서 실증을 추진하고 공공 현장에 국산 AI 로봇 2000여 대를 도입한다.

투자의 방향도 규모도 반갑다. 그러나 이 청사진에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이 로봇을 설계하고 학습시키고 실제 현장에서 움직이게 할 '사람'이다. 예산이 아무리 늘어나도 이를 기술과 산업으로 전환할 인재가 부족하다면 피지컬 AI 강국도, 로봇 수출 강국도 되기 어렵다.
피지컬 AI는 기존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복합적인 역량을 요구한다. AI가 카메라와 센서로 환경을 인식하고,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로 행동을 결정하며, 로봇의 관절과 구동기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전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강화학습과 로봇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동역학, 제어, 센서와 구동기의 물리적 한계도 알아야 한다. 코드의 오류가 화면 속 버그가 아니라 수십 킬로그램짜리 로봇의 오작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AI와 로봇,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재는 세계적으로도 희소하다. 카네기멜런대는 이미 로보틱스 학사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는 기업과 공동으로 피지컬 AI 연구센터를 출범시켰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는 학생들이 직접 로봇을 만들고 강화학습까지 적용하는 수업을 운영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역시 센싱·인지·학습·동역학·제어를 하나의 로봇 시스템 안에서 교육한다. 학부 교육에서 연구, 창업과 산업으로 이어지는 인재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있다.
한국도 산학협력 기반 인공지능 전환(AX) 대학원을 확대하고 AI 중심 대학을 늘리는 등 인재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숫자를 넘어 '어떤 역량을 가진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다.
두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는 파편화된 인재양성 사업을 연결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을 학부-대학원-재직자 교육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성장경로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융합의 깊이다. AI 강의와 로봇 실습을 따로 제공해서는 부족하다. 학생이 실제 로봇을 만들고 학습시키고 실패시키며 다시 개선하는 통합형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기반을 가진 우리에게 공장은 가장 좋은 피지컬 AI 교실이 될 수 있다. 대학과 연구실의 교육을 제조·물류·조선·건설 현장과 연결한다면 다른 나라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경쟁력이 된다.
반도체라는 두뇌와 데이터센터라는 인프라, 로봇이라는 몸에 막대한 투자를 하더라도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피지컬 AI 1강의 성패는 예산 규모 못지않게 얼마나 깊이 있는 융합 인재를 길러내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 단위 투자만큼 정교하게 설계된 '사람의 로드맵'이다.
◆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장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KIST AI·로봇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인공지능·로봇 분야 연구를 수행하며 국가 과학기술 전략 수립과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어 왔다. 인공지능 기반 영상인식, 선별 및 전역 관제 등 다양한 AI 분야에서 다수의 원천기술을 개발해 산업 및 공공 영역에 확산시켰다.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했고, 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과 KIST 미래재단 석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