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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코리아의 글로벌 전략

글로벌탑10코리아, 강대국의 '글로벌전략' 필요한가

2026.09.30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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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기치를 높이 올렸다. 글로벌 코리아의 가치 즉, 쓸모를 극대화하겠다는 명확한 의지의 표현이다…우리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글로벌 코리아, 중견선진국 한국이 누리는 이익과 영광에 따라오는 소위 강대국의 책임, 의무,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며칠 우크라이나가 한반도에서 전쟁이 임박했다고 주장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응? 진짜?", "우크라이나가 왜 저런 소리를 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고 실제로도 현 한반도, 동북아시아, 서태평양의 안보 지형과 상황을 오도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전략적 의미는 간단치 않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대한 안보 위협을 '우려'해 주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의 군사 동맹국이다. 북한은 현재 4년째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일한 외부 파병국이다. 현재 파병 주둔병력 8000명, 이에 1만 명을 더 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북한의 여러 유형의 포탄과 미사일 공급이 없으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안보 동맹은 깊어졌다. 

우크라이나는 이 북한을 자신의 전선에서 제거하고 싶다. 그래서 러시아와 결합한 북한 군사력이 위험하니 한국과 동아시아의 미 동맹국들이 뭔가를 해서 북한을 한반도에 잡아두게 하고 싶다. 이 파병국이자 무기공급국인 북한을 상쇄할 무언가를 한국과 한국의 동아시아 동맹국들에 받아내고 싶다. 안 그러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대폭 증강된 군사력으로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짐짓 훈수를 두고 있다. 

자국에 무기 지원을 해주는 중동부 및 북유럽 국가들의 빈 무기고를 채워주고 있는 한국에, 그에 더해 자국 우크라이나에 직접 군사, 무기 지원을 해달라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침략전쟁에 고통받는 국가의 절박한 심정과 동시에 냉혹한 전략적 계산이 그대로 느껴진다.

2026년 한국은 소위 '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ard)' 위에 올라섰다. '어어 이게 뭐지?'하다가 부지불식간에 글로벌 정치의 한복판에 선 것이다. 북한 탓이 크지만, 자신의 위상과 역할이 소위 '글로벌탑10국가'의 위치에, 국력이 강대국의 최소(The Least of the Great Powers)에 이른 탓이다. 

게다가 한국은 이제 국가 주력산업으로 자리 잡은 방위산업, 즉 무기 수출국으로 글로벌 4~5위권에 안착하며 소위 하드파워의 팽창, 힘의 투사(power projection)를 유럽, 중동, 동남아, 남미에 하고 있는 국가다.

이재명 대통령이 현지시간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현지시간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리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글로벌 코리아, 중견선진국 한국이 누리는 이익과 영광에 따라오는 소위 강대국의 책임, 의무,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국은 미국, 중국은 아니지만 이제 프랑스, 영국, 일본 정도의 강대국들이 맞닥뜨리는 숨 막히는 글로벌 이슈들로부터 숨을 수가 없다. 수세적인 시각에서 봐도 '어른들의 게임(Big Boys' Game)'에 한국은 이미 진입했다.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박고 모르는 척한다고 타조에게 다가오는 사자들의 아가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현 정부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기치를 높이 올렸다. 글로벌 코리아의 가치 즉, 쓸모를 극대화하겠다는 명확한 의지의 표현이다. 솔직히 과하다 싶은 자신감이지만 그 정도 기개는 있어야 글로벌 코리아, 강대국의 최소 자격은 있다고 할 것이다. 유사 이래 한반도에 존재한 공동체-국가 중에 이 정도의 경제, 과학기술, 군사, 문화, 정치, 사회 측면에서 통합 국력을 갖춘 강대국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 부정적 맥락에서 '제국', '준제국'을 경험하지 못한 한국은 아직 글로벌 정치를 기존 강대국과 같이 파악, 분석,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낯설고 당혹스럽다. 우크라이나가 왜 저러는지 이해는 되는데, 근본적으로 어떤 글로벌 안보 구조의 변화에 의한 것인지 그리고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지금까지 한국은 제대로 된 글로벌 전략을 가져본 적이 없다. 어떤 원칙에 따라 어떻게 국가이익을 극대화할지, 어떻게 다른 국가들에 대체 불가의 쓸모가 있을 수 있도록 만들지,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글로벌 사회의 요구가 무겁게 짓누를 때 어떻게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글로벌전략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지만, 이것 없이는 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전 정부들에서 신남방정책, 글로벌중추국가라는 기치를 들고 지역 전략과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려는 시도는 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아쉽게도 기존의 외교 정책들을 얼기설기 붙여 놓은 '국정과제' 수준에 머물렀다. 

'정책', '전술', '선언'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의 깊은 '전략'이 필요하다. 그 핵심 중 하나가 될 국가안보 전략을, 국방 전략을, 작전계획을 하루아침에, 한 달 만에, 일 년 만에 강대국들의 글로벌전략 수준으로 내놓을 수는 없다. 게다가 이젠 글로벌 안보가 군사-경제-과학기술-정치 안보의 수렴, 즉 하나로 뒤엉키는 컨버전스의 시대다. 

이러한 국가 대계를 부처별로 몇 달 만에 내놓으라 하여 짜깁기하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건 기존 강대국들이 하는 것을 좀 더 배워야겠다. '글로벌탑10코리아'가 벤치마킹할 선진국의 모범사례가 남아 있는 영역들이 별로 없는 와중에 명확히 이 글로벌전략 개념설계, 수립, 실행은 그 남은 영역이다. 

가혹할 만큼 정신없이 몰아치는 외교 현안들에 버겁겠지만 현 정책 결정자들은 따로 이를 실행할 민·관·산·학·연·군의 전략가들을 모을 '기회의 창'이 잠시 열렸음을 알아 달라. 달리 재촉하면, 번듯한 글로벌 전략 없이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

백우열

◆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UCLA 정치학 박사로 혁신 과학 시대의 정치적 新舊 난제에 천착하는 융복합정치학자다. 국내·국제정치의 상호작용, 글로벌 안보컨버전스, AI 정치와 정책을 연구한다. 주요 저서로는 <피크코리아(Peak Korea)>가 출간됐으며, 그 국제편에 해당하는 <세계에서 한국은 얼마나 쓸모있을까?>를 집필 중이다. 또한 <Global Expansion of Korea's Defense Industry>는 2026년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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