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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이 결정적인 지점을 통과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20일(현지시간)북한이 총 5개 동계종목에 46명 규모의 선수단으로 참가하고, 남·북한 선수단이 개회식에 공동 입장하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한다는 내용을 최종 승인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과 실무회담에서 합의한 내용 중 IOC 협의 및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 매듭지어진 것이다.
이번 합의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IOC가 추구하는 스포츠를 통한 화해와 협력이라는 올림픽 정신과 직결되는 중요한 이슈라는 점을 IOC가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우리 내부의 갈등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세계인의 축제인 평창올림픽을 정작 주최국인 우리는 한 마음 한 뜻으로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철지난 이념의 잣대기 동원되고, 정쟁의 대상이 되고, 나아가 국론 분열마저 초래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불리는가 하면 IOC에 ‘남북 단일팀 구성 반대’ 서한을 보낸 정치인도 있다. 제 얼굴에 침 뱉는 남부끄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올림픽은 다리를 놓을 뿐 결코 장벽을 세우는 일이 없다. 올림픽 정신은 존중과 대화, 그리고 이해다”라며 “평창올림픽은 한반도의 더 밝은 미래를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를 통한 남북 긴장 완화가 올림픽 정신과 배치되는 것이 아님을 선언한 셈이다. 불과 한 두 달 전만해도 북한 핵과 미사일 발사로 올림픽을 과연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까 우려를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남북 화해와 한반도 긴장 완화의 단초를 마련했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국제적 주목도도 높아졌다.
북한이 1936년 나치의 베를린올림픽처럼 평창올림픽을 체제 선전장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굳이 냉전적 사고를 들먹일 것도 없다. 80여 년 전 우중(愚衆)의 시대에는 체제 선전이 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체제 선전의 시대도 체제 경쟁의 시대도 아니다. 한 예로 북한의 3대 세습독재 체제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2030세대든 5060세대든 북한의 선전에 넘어갈 만큼 우리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남북 합동문화행사 등을 단순히 체제 선전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는 물론 경계해야한다. 그에 못지않게 우리가 멀리 해야 할 것은 당파적 이익을 앞세운 무분별한 정치공세다.
남북은 단일팀을 구성하고 한반도기라는 단일기를 들고 공동 입장한다. 국가 대신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을 연주한다. 단일팀 영문표기는 남북의 국가 명을 모두 고려해 고려시대 이래 한반도를 지칭한 프랑스어 코레(COREE)에서 힌트를 얻어 ’COR’로 정했다. 올림픽 단일팀을 구성한 것은 처음이지만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도 남북은 단일팀을 구성했다. 한반도기와 아리랑도 진작부터 사용됐다. 남북이 한 팀을 구성한 만큼 남북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명칭과 상징을 마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새삼스레 무슨 숨은 의도라도 있는 것처럼 토를 다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밖에 볼 수 없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충분한 소통과 이해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사전 공감 없이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 구성이라는 명분에 기대 밀어붙이듯 추진한 데 따른 비판은 겸허히 새겨들어야 한다. 정부는 “우리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 뜻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더 이상 단일팀 논란으로 평화올림픽의 메시지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평창’이 ‘평양’에 묻혀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외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북 단일팀 구성 합의 등 ‘남북 올림픽 회의’ 결과에 대해 AFP통신은 ‘획기적인 거래(Landmark Deal)’라고 평했다. 그런가 하면 블룸버그는 한국의 ‘올림픽 타협’은 ‘가짜 금(Fool’s Gold)’이라며 북한에 대한 경계의 끈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남북대화, 융화지상주의는 위험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쓴소리도 얼마든지 참고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 쏟아내는 다분히 정파적인 말들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사로운 애국심 혹은 이기적인 욕망으로 말미암아 평화올림픽의 대의를 무작정 부정하는 것은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을 뿐이다. 진정으로 국익을 생각한다면 나무와 함께 숲을 봐야 하지 않을까.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남북 교류협력 복원과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승화돼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북핵 해결로까지 이어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정부는 최근 조성되고 있는 남북 대화의 모멘텀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제 사회의 이해를 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지속가능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도 평창올림픽은 명실상부한 평화올림픽으로 역사에 기록돼야 한다.
◆ 김종면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
서울신문에서 문화부장 등을 거쳐 수석논설위원을 했다. 지금은 국민권익위원회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로 세계 문학과 글쓰기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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