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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음악은 로맨틱영화부터 스릴러물까지 다양한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의 음악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인생의 무게가 느껴지는 심오한 철학자 같으며 또 달콤한 솜사탕 같은 연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모차르트의 음악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보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우리 귀를 파고드는데, 25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선율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여러 심상을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영화에서 그의 음악이 쓰이게 된 이유가 바로 이러한 부분이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클래식 악기의 입문단계에서 어느 정도 초기단계를 거치면 많이 시작하는 곡이 모차르트의 곡들이다. 자신이 붙으면 어려운 로맨틱 곡으로 좀더 멋지게 연주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서 모차르트를 쉽게 치부하기도 하지만 곧 알게 된다. 연주하기 제일 어려운 작곡가 중 하나가 모차르트라는 것을.
그의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맑은 영혼을 잘 표현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연마 이상의 정신적인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의 심오함과 순수함, 로맨틱한 아름다움이 대중적 종합예술인 영상에 어떻게 녹아 들어있는지 몇몇 영화를 통해 살펴본다.
◆ 레퀴엠(Requiem)
많은 영화에서 극적 장면이나 주인공의 고뇌 또는 심오한 장면을 표현할 때 주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쓰였다.
레퀴엠은 로마가톨릭의 죽은 자를 위한 장송미사곡인데, 곡의 시작 첫 부분에 “Requiem aeternam(영원한 안식을)”으로 시작하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레퀴엠은 입당송(Introitus)으로 시작해 자비송(Kyrie), 부속가(Sequientia) 등을 지나 마지막 영성체송(Communio)으로 구성되는데, 보통 4대 레퀴엠으로는 모차르트, 브람스, 베르디, 포레를 꼽는다.
이 중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대중적으로 제일 많이 알려져 있는데, 특히 부속가의 마지막 부분인 “Lacrimosa”는 라틴어로 “눈물의 날”이란 뜻으로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대표적으로 널리 알린 곡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죽음이 다가옴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프라이멀 피어>에서는 에드워드 노튼의 살인과 반전연기부분에 음악이 흐른다.
부속가의 시작부분은 “Dies irae(진노의 날)”인데, 영화 <엑스맨>에서 OST로 쓰였고 다음 곡 “Rex tremendae(두려운 왕)”은 역시 영화 <아마데우스>와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스 와이드샷>에서도 쓰였다.
또한 톰 행크스가 에이즈환자이자 법률가를 연기한 영화 <필라데피아>에도 모차르트 레퀴엠이 사용됐다. 마지막 부분인 영성체송 바로 전 “Agnus Dei(아누스 데이)”가 영화OST로 사용되었는데 아누스 데이의 뜻은 하느님의 어린양이다.
사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부속가인 “Lacrimosa”의 8마디까지만 작곡이 되었고 나머지부분은 모차르트 사후 제자인 프란츠 쥐스마이어(Franz Sussmayr)에 의해 만들어졌다. 뒤의 아누스데이와 영성체송은 엄밀히 말하면 모차르트 제자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 피아노 소나타(Klavier Sonata)
모차르트는 모두 18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유산으로 남겼다. 그 중 우리 귀에 익숙한 11번 K331과 16번 K545는 피아노를 어느 정도 치셨던 분이면 모두 아는 곡이다.
소나타 11번의 3악장은 론도형식의 터키풍(alla turca)라고 적혀져 있는데, 리듬의 일반적인 성격이 행진곡풍이어서 터키행진곡으로 불린다. 바이올린 협주곡 5번 역시 마지막 악장은 터키풍으로 작곡되었다.
소나타 11번이 OST로 쓰인 짐 캐리의 영화 <트루먼 쇼>는 코믹스런 부분도 있지만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영화음악은 현대 미니멀리즘의 대가 필립 글래스(Philip Glass)가 맡았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3악장을 주인공의 쳇바퀴 도는 일상생활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짐 캐리의 역대급 연기도 훌륭했고, 요즘 시대에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주제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나타 16번 1악장은 피아노학원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곡 중 하나이다. 그의 나이 32살에 작곡되었는데 초심자용 소나타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이 곡은 완성도 높은 심포니 39번과 같은 날에 완성되었고, 그의 최전성기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구조나 구성 등 고전주의 음악의 본보기와 같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은 진정한 사랑을 찾은 후에 그토록 고대하던 다음 날이 찾아온다는 고전적인 타임루프의 영화지만 나름의 철학적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영화다.
영상에서 주인공 빌 머레이의 반복적인 루틴과 함께 소나타 16번의 1악장이 사용되었다.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아르투르 슈나벨(Artur Schnabel)은 모차르트 피아노 음악을 이렇게 말했다. “아이가 치기는 너무 쉽고, 어른이 치기에는 너무 어렵다”
◆ 콘체르토(Solokonzert)
콘체르토는 협주곡이라는 뜻이다. 솔로악기와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연주되는 곡을 뜻하는데, 모차르트는 피아노, 바이올린, 관악기 등 여러 협주곡들을 남겼다. 67년도 스웨덴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서도 아주 아름다운 멜로디의 협주곡이 쓰였는데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2악장이다.
이 곡은 겨울이 지나고 햇살 가득한 봄에 풀밭의 꽃이 피어 오르는듯한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영화의 흥행에 더불어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은 피아니스트 게자 안다(Geza Anda)의 모차르트 협주곡 앨범에 엘비라 마디간의 한 장면을 커버로 사용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마지막 부분 두 발의 총성으로, 한발은 엘비라에게 마지막은 자신에게 쏘는 총성으로 마무리되면서 영화의 엔딩음악이 흐른다.
엘비라와의 아름다웠던 사랑이 관객들에게 리마인드 되면서 비극적 결말과 모차르트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가슴 시리고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을 교차되게 만들고 있다.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마지막 협주곡 작품으로 그가 클라리넷을 위해 작곡했던 3곡 중 하나이다. 보통 협주곡에 들어가는 카덴자가 이 작품에는 이례적으로 없다.
이 곡의 2악장은 아련한 추억의 아름다움을 회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명곡이다. 시드니 폴락 감독의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OST로 유명한 이 곡은 아프리카의 광대한 대자연과 로맨스의 추억을 영상 속에 녹여내고 있다.
모차르트의 시대 당시에는 클라리넷은 독주악기로써 그리 큰 매력이 없이 평가되었지만 악기의 가능성을 알아본 그에 의해 이후 솔로악기로도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 모차르트의 파토스(Pathos)
아리스토 텔레스의 수사학에 따르면 설득의 3요소에는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가 있다. 감독은 관객을 설득시키기 위해 이 3요소를 항상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너무 이론적이거나 너무 열정적이거나, 너무 자신만의 재능만 믿어서는 좋은 작품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다만 모차르트를 파토스로 사용하는 감독이라면 한가지 걱정만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앞선 내용에서 그의 심오함을 레퀴엠에, 순수함은 피아노 소나타에 그리고 로맨틱한 아름다움은 협주곡에 빗대어서 살펴보았다. 250년이 지난 그의 음악이 우리 곁에 항상 머무를 수 있는 이유는 위의 3가지 이유가 우리를 설득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주인공 팀 로빈스는 소장과 간수들의 눈을 피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결혼 중 편지 이중창인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를 방송으로 내보냈다.
그 순간 모든 죄수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스피커를 바라보고 있었고, 팀 로빈스는 이후의 일어날 일은 생각하지 않은 채 문을 잠그고 음악을 감상했다. 영화 속 지긋지긋한 감옥생활에서 그 순간만큼은 행복해 보이던 팀 로빈스의 모습이 기억난다.
코로나로 답답한 일상생활, 모차르트의 영화음악을 들으며 그 순간만큼은 영화 속 팀 로빈스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 추천음반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칼뵘(Karl Bohm)이나 카라얀(Karajan), 아바도(Abbado)등 명반이 많지만, 원전연주에 충실한 존 엘리엇 가디너(Sir. John Eliot Gardiner)경이나 아르농쿠르(N.Harnoncourt)의 연주를 추천 드린다. 그 시대 연주되었던 스타일도 색다르게 느껴볼 수 있다.
피아노 소나타는 클라라 하스킬(Clara Haskil) 의 연주로 들어보시길 권하고,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영화 속 OST인 게자안다의 연주도 좋지만 루돌프 제르킨(Rudolf Serkin)또한 너무 훌륭하다.
클라리넷 협주곡은 알프레드 프린츠(Alfred Prinz)와 비엔나 필하모닉의 연주, 현대연주자로는 베를린필하모닉 수석인 벤젤 푹스(Wenzel Fuch)나 스웨덴 연주자인 마르틴 프로스트(Martin Frost)를 추천한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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