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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한 확고한 철학…두 예술가가 전하는 ‘행복 요소’

[클래식에 빠지다] 크라이슬러와 르누아르(Kreisler& Renoir)

2022.09.08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하버드대학의 니콜라스 크리스태키스(Christakis. Nicholas A)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행복한 사람의 반경 1.6km 이내 사람들이 행복해질 확률은 25%이상이라고 한다. 즉 행복한 사람 주변에 있으면 우리도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에는 건강과 돈독한 인간관계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 또한 행복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예술의 목적 중 하나인 미(美)의 추구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미의 개념에 대한 확장성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에 의해 점점 발전해오고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수용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반면 세대를 초월해 그 시대의 보편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작품들은 예술이 갖고 있는 미의 역할에 좀더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심각하거나 무겁지 않으며 아름다움을 좀더 직관적이고 본능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며 행복감을 준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 두 명의 예술가 프리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와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는 시대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통해 우리에게 정서적 만족감을 주고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들의 확고한 철학을 보여주고 있는 그들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행복감을 주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 2016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화가 르누아르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2016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화가 르누아르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댄스(Dance)

우리에게 몸짓이란 하나의 생명력이며 의사소통 방식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다. 개인과 집단이 의식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한 몸짓은 하나의 미적 양식을 지닌 춤으로 발전하며 리듬을 가진 음악과 결합했다.

아름다운 음악을 춤과 함께 보고 듣는 것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는데 바이올리스트겸 작곡가인 크라이슬러와 화가 르누아르에게도 춤은 훌륭한 예술적 소재였다.

크라이슬러의 소품 중에 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유독 많은데, <3곡의 비엔나 옛 춤곡(3 Old Viennese Dances)>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10년 독일 마인츠(Mainz)에서 출판된 <고전적 원고(Klassische Manuskripte)>에 포함되어있는 <3곡의 비엔나 옛 춤곡>은 <사랑의 기쁨(Liebesfreud)>을 첫 곡으로 <사랑의 슬픔(Liebesleid)>, 마지막 <아름다운 로즈마린(Schon Rosmarin)>으로 구성됐다.

비엔나 태생의 크라이슬러는 지방의 옛 민요에서 영감을 받아 왈츠형식의 작품을 작곡했는데, 첫 곡 <사랑의 기쁨>은 시종일관 밝고 로맨틱한 선율로 첫 주제의 시작처럼 마지막 테마도 기쁨을 표현하며 마무리 하고 있다.

두 번째 곡인 <사랑의 슬픔>은 우수에 찬 듯 시작해 아름다운 한때를 회상하는듯 하다가 다시 쓸쓸한 현실로 돌아오지만 끝 부분은 관조적인 느낌을 주며 끝난다.

마지막 곡 <아름다운 로즈마린>은 너무나 사랑스런 곡으로 왈츠의 원형이 된 독일의 춤곡 렌틀러(Landler) 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모두 짧은 소품이지만 작품들은 모두 저마다의 스토리를 갖고 있으며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르누아르의 작품들도 춤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작품들이 있다. 그 중 파리 오르세이(Musee d'Orsay)에 소장되어있는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Bal du Moulin de la Galette)>는 르누아르의 최대 걸작 중 하나이다.

(그림=저작권 만료 무료 다운로드 사이트 ‘아트비 artvee’)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그림=저작권 만료 무료 다운로드 사이트 ‘아트비 artvee’)

파리 몽마르트르 (Montmartre) 지역의 물랭 드 라 갈레트는 풍차 제빵소가 있는 곳으로 한때 파리코뮌의 지도부가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후에는 무도회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19세기말 당시 일요일 오후 부르주아와 노동자들이 술과 음악, 춤을 즐겼던 곳으로 마치 작품은 스냅사진의 한 장면처럼 묘사되어 있다. 그림 속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느껴지는 심리적 묘사와 풍경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춤과 음악을 생생한 느낌으로 연상하게 만들고 있다.

또 다른 춤 3연작시리즈인 <도시에서의 춤>, <시골에서의 춤>, <부지발(Bougival)에서의 춤>은 모두 같은 시기인 1883년에 완성됐으며 친한 지인들을 모델로 하고 있다.

작품은 드가(Edgar Degas)의 발레 작품처럼 격식 있는 춤이 아닌 서민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르누아르와 크라이슬러는 이외에도 춤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모두 자유로우면서 서민적이고 로맨틱하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 모호함과 명료함

예술가의 모호함에는 관조적인 시선이, 명료함에는 관찰자의 시선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동양화의 원경과 근경처럼 적절한 조화와 균형이 주는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

크라이슬러의 음악과 르누아르의 회화는 모호함과 명료함을 통해 그들 작품의 미학적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음악은 바흐의 음악처럼 심오하거나 베토벤처럼 강한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 가볍게 흥얼거리면서 부를 수 있는 멜로디를 가져와서 작품의 모티브로 종종 활용하였다. 물론 <Recitativo and Scherzo>와 같이 전위적인 작품 등도 있지만 그의 작품세계에서는 드문 편이다.

크라이슬러의 곡에는 정확한 템포의 표기라든가 꼭 지켜야 하는 악상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연주자들의 개성이 많이 드러나며, 상상력의 여지 또한 많이 주고 있다.

실제로 외국 유명 음대의 반주과 시험에는 크라이슬러 곡에 맞추어 순발력 있게 반주를 하는 것이 오디션에 포함되어있는데 곡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모호함과는 반대로 연주자입장에서는 곡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유의 고상함과 우아함, 스토리의 전개와 다양한 색채감을 살리는 작업은 고도로 숙련된 연주자가 아니면 명료하게 뉘앙스를 살리기가 어렵다. 결국 그의 음악은 모호함 속에 명료함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르누아르의 그림 역시 모호함 속에 명료함이 함께 있다. 초기 인상파의 강한 영향 이후 그의 그림은 고전적 특성을 보이게 되는데, 인물이 중심이 된 그의 화풍에는 윤곽선이 모호하다.

그는 여러 실험을 통해 윤곽선에 의지하지 않고 색상을 사용해 빛과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다빈치의 스푸마토(Sfumato, 연기같은) 기법과는 또 다른 그의 그림은 빛과 색채를 통해 양감을 아름답고 화사하게 표현하고 있다.

르누아르의 친구들은 그의 작품을 보고 “무지개 같은 찬란한 반사광”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호한 윤곽선 대신 색상을 유려하게 사용한 그의 기법은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 달리 인물의 표정과 느낌을 좀더 생동감 있고 명료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 여인과 소녀

여인과 소녀는 르누아르와 크라이슬러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크라이슬러 작품의 집시여인을 뜻하는 ‘La gitana’와 ‘Berceuse Romantique, Polichinelle’ 등은 모두 로맨틱한 여성을 향한 세레나데 풍의 곡이다.

로즈마린이 누군지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그냥 허브꽂이라고 알쏭달쏭하게 말한 크라이슬러의 작품 <아름다운 로즈마린>은 귀여운 첫사랑 소녀의 이미지를 들려주고 있으며, 그의 유명한 <사랑의 기쁨, 슬픔>은 모두 연애의 감정을 작품 속에 잘 드러내고 있다.

르누아르의 회화에서도 여성과 소녀의 이미지는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오르세 박물관(Musee d'Orsay)에 있는 <피아노 앞의 두 소녀(Girls at the Piano)>, <두 자매(Two Sisters)>, 고양이를 앉고 있는 마네 (Edouard Manet) 조카를 그린 <줄리 마네(Julie Manet)> 등의 작품은 여성과 소녀를 사랑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작품 <줄리 마네>는 고양이 조차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이외에도 크라이슬러와 르누아르의 많은 작품 속에 여인과 소녀는 사랑스러움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줄리 마네>(왼쪽)와 <피아노 앞의 두 소녀> 작품. (그림=저작권 만료 무료 다운로드 사이트 ‘아트비 artvee’)
<줄리 마네>(왼쪽)와 <피아노 앞의 두 소녀> 작품. (그림=저작권 만료 무료 다운로드 사이트 ‘아트비 artvee’)

◆ 행복의 길

유럽의 위대한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e Kostolany)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자신의 저서에서 크라이슬러를 만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어느날 크라이슬러는 자신이 투자한 주식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속으로 코스톨라니는 ‘하룻밤연주로 모든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데 무슨 걱정일까’ 생각했다고 한다.

사실 행복은 우리에게 가깝지만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작가 헤르만 헤세 (Herman Hesse)는 “행복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다”고 했다. 사건·사물을 바라보는 방식과 태도가 행복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르누아르는 “내 마음에, 그림이라는 것은 즐겁고, 유쾌하고, 아름다운 그 무엇이어야 한다. 그렇다, 아름다워야만 한다. 이미 우리 삶에는 유쾌하지 못한 것들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이미 그러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추석에 크라이슬러의 음악과 르누아르의 그림을 함께 감상하며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마지막으로 올해 초 열반하신 평화운동가이자 세계4대 생불이셨던 틱낫한(Thich Nhat Hanh) 스님의 말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이 곧 길이다”

☞ 추천음반

크라이슬러의 음악을 크라이슬러 보다 더 잘 연주한 사람이 있을까? 그의 레코딩은 현대의 녹음처럼 깔끔하지 못하지만 그가 아니면 도저히 표현해낼 수 없는 아름다운 가치를 지니고 있다.

크라이슬러 자신의 레코딩을 포함해 자크티보(Jacques Thibaud)와 미샤엘만(Mischa Elman)의 초창기 녹음도 추천하겠다. 현대적 녹음으로는 조슈아 벨(Joshua Bell)의 음반도 훌륭하다.

이외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Rachmaninoff)가 편곡 연주한 <사랑의 기쁨, 슬픔(Liebesfreud, Liebesleid)>도 들어보시기를 권한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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