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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보다 노랫말 짓기가 훨씬 어려웠다”
[시가 된 노래, 노래가 된 시] (42)이문세 노래 작사·작곡가 이영훈
“영훈씨! 이제! 우리 인생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영훈씨의 음악들과 영훈씨를 기억하기 위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당신의 노래비를 세웁니다. 영훈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2009. 2. 14.”
이날은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47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문세의 영원한 음악적 파트너 이영훈의 1주기를 맞는 날이었다.
노래비는 그가 작사·작곡한 ‘광화문 연가’ 가사에 나오는 조그만 교회당(정동제일교회) 맞은편에 세워졌다. 아날로그 마이크 모양의 조각 아래 그의 얼굴이 새겨졌고 아랫단 양쪽에는 ‘광화문 연가’ 노랫말과 대표곡 목록이 써졌다.
서울시가 허가하고 건립 지원을 한 최초의 대중문화 노래비다. 개막식에는 이문세가 나와 노래했고 많은 동료 가수와 오세훈 시장이 참석했다. 이영훈이 생전에 사랑했던 곳에 노래비를 세워주며 사람들은 그를 그리워했다. 작곡가에게 이만한 축복이 어디 있을까. 명동에 대한 노래도 적지 않지만 명동에 가수나 작곡가의 노래비는 없다.
고인의 아들 이정환 군은 “광화문 돌담길에 아버지가 쓴 수많은 서정시의 흔적이 영원히 남게 돼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노래비를 보고 ‘광화문 연가’를 불러주고 추억하면 여러분과 내 마음속에 아버지가 영원히 계실 것”이라며 유족을 대신해 인사했다.
그가 떠난 지 3년 후인 2011년 그가 ‘맘마미아’를 보고 구상했던 뮤지컬 ‘광화문 연가’가 세종문화회관에 막을 올렸다. 2021년에 세 번째 시즌까지 나왔다. 대중음악 작곡가를 위한 헌정 공연 또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를 사랑한 많은 가수들이 무보수로 출연해 노래했다.
“1985년 킹레코드라는 녹음실에서 아르바이트로 밴드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었는데, 신촌블루스의 엄인호씨가 어떤 가수가 작곡가를 구한다며 나를 소개시켜 주었어요.” (이영훈 생전 인터뷰)
“굉장히 수줍어하는 그에게 곡을 좀 들려 달라고 했어요. 그가 마지못해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첫 멜로디가 내 심장을 쳤죠. 그 노래가 ‘소녀’입니다. 나한테 곡을 줄 수 있느냐고 묻자, 자기는 아마추어여서 히트도 안 될 거라며 겸연쩍어했어요.” (이문세)
1977년 데뷔한 이문세는 1집과 2집을 냈지만 가수보다는 라디오 DJ로서 이름을 얻고 있던 시절이었다.
두 사람은 곧 의기투합해 서울 수유리 자취방에서 밤을 새우며 작업했다. 6개월 동안 8곡을 완성한 이영훈은 ‘쉬운 노래를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하더니 30분 만에 한 곡을 만들었다. 그 곡이 바로 3집 앨범(1985년)의 대표곡으로 큰 사랑을 받고 이영훈의 이름을 음악계에 처음 알린 ‘난 아직도 모르잖아요’다.
이영훈의 위대함은 작곡 이상으로 작사에 있다. 그는 시적 감성이 풍부한 뮤지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사에 공을 많이 들였다. 노랫말 짓기가 선율 만들어내는 것보다 50배는 어려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격’이 있는 가사를 썼다. 눈물, 한숨, 허무, 자기연민, 감정 과잉을 걸러내고 담담하게 사랑과 이별, 상실과 그리움의 정서를 담아냈다. 시적이면서도 회화적이었다. 그의 노랫말을 따라 부르다 보면 한 폭의 풍경화 속 주인공 같은 느낌이 든다.
‘광화문 연가’와 같은 5집 앨범(1988년)에 실린 ‘시를 위한 시’에는 이런 아름다운 가사가 있다.
“내가 눈 감고 강물이 되면 그대의 꽃잎도 띄울게/내가 눈 감고 바람이 되면 그대의 별들도 띄울게”
또다시 읊고 싶은 노랫말들이 많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잊을 수 없는 기억에/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저 타는 노을 붉은 노을처럼/난 너를 사랑하네/이 세상은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붉은 노을’)
“혼자 걷다가 어두운 밤이 오면/그대 생각나 울며 걸어요/그대가 보내준 새하얀 꽃잎도/나의 눈물에 시들어 버려요/그대가 떠나가면 어디로 가는지/나는 알 수가 없잖아요” (‘난 아직 모르잖아요’)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너는 무슨 말을 했던가/어떤 의미도 어떤 미소도/세월이 흩어가는 걸” (‘그녀의 웃음소리뿐’)
작사가 김이나는 가장 좋아하는 가사로 ‘옛사랑’을 꼽은 적이 있다. 평단으로부터 “시와 선율이 하나가 된 예술 작품”이라고 평가받은 노래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내 맘에 둘 거야/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내버려두듯이/흰 눈 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광화문 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이영훈은 “이 가사를 쓰고 난 후, 더는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이 곡 이후에 쓴 내 노래의 가사들은 모두 별첨 정도일 뿐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클래식 악기와 작법이 가미된 ‘한국적 팝 발라드’(전편 ‘광화문 연가’ 참조)를 만든 그의 손에서 나온 노랫말들은 노래 못지않게 클래식하다. 마치 피아노로 쓴 가사 같다.
거기에 이문세라는 보컬리스트의 독보적 음색과 기교를 절제한 창법이 덧입혀지면서 그 당시 팝에 비해 홀대받던 대중가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음악이란 인간의 가장 깨끗한 상태의 영감에서 이루어질 뿐이다. 논리와 방법이 만든 음악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쓰레기일 뿐이다.” (생전 인터뷰)
이영훈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문세보다 한 살 어리다. 아버지는 그의 음악을 반대해 기타를 부숴버린 엄격한 교사였으나 어머니는 아들의 음악적 자질을 알고 피아노를 사줬다. 그 피아노로 중학생 때 나중에 히트곡이 된 ‘사랑이 지나가면’, ‘소녀’를 작사·작곡했다고 한다. 그는 서라벌고를 졸업한 후 정규음악 수업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었다.
자신의 가사에 ‘광화문’이 자주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 감성의 출발은 광화문과 덕수궁입니다. 워낙 궁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니까 어릴 때부터 광화문 주변을 자주 찾았고 그곳에서 감성을 키웠어요”라고 말했다.
이영훈-이문세는 한국 대중가요사상 서로에게 최고의 페르소나다. 1985년 정규 3집 앨범부터 중간에 잠시 헤어진 적은 있으나 17년 동안 함께 했다. 이문세의 거의 모든 히트곡은 이영훈 작사·작곡이다.
유족에 따르면 이영훈은 강박에 가까운 태도로 작곡했다. 종일 피아노 앞에만 앉아 커피 40잔, 담배 4갑을 피우며 밤을 새웠다고 한다. 그런 습관이 건강을 해쳤다.
이영훈이 암 판정을 받은 뒤에도 이문세는 그의 건강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영훈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상태를 어느 정도 감추었다고 한다. 마지막 순간, 이문세는 그의 손을 잡고 기도하며 배웅했다.
이영훈의 노래들은 30년이 흘렀어도 전혀 올드한 느낌이 없다. 라디오에서, 노래방에서,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꾸준히 들리고 불린다. 수많은 후배 가수가 커버했고 리메이크했다. 그래서 그의 부재가 실감 나지 않는다.
그가 떠난 지 16년. 모든 게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가고,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겠지만, 그는 여전히 ‘좋은 노래’를 사랑하는 이들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 한기봉 전 언론중재위원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로 언론과 글쓰기를 강의했고, 언론중재위원과 신문윤리위원을 지냈다. hkb8210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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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작가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요? 오제성 작가) 대한민국은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를 기점으로 글로벌 미술 무대에 합류하였습니다. 현재까지 국제 감각에 걸맞은 많은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통합한 행사는 올해가 처음입니다. 민관이 함께행사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나아가 미술이 전국 각지에 흔하게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이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은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으로 지원받고 있는데, 지원 계기가 있을까요? 오제성 작가) 과거와 다르게 지금의 예술가들은 사회와 함께 호흡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은 그 초석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갤러리와 예술가 사이에서 중재하여 상호 간의 건전한 관계 확립에 주력하고 있어요. 예술가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관과 관계 맺고 협동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에 설치된 람한의 작품 Pie Dough Unborn(Praying Hand)는 뒤편의 백일홍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Q)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에 선정되기까지의 과정과, 선정된 후 작품 활동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오제성 작가) 국가지원사업이다 보니 행정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편입니다. 갤러리와 함께 서류를 준비하면서 기존 활동 내역부터 향후 활동 계획까지 꼼꼼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예술가 개인의 활동뿐만 아니라 갤러리의 활동 이력과 향후 비전도 포함됩니다. 선정되고 나면 작품활동비와 홍보비 등을 받고, 사업에 관련된 각종 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습니다. 자연스레 작가는 작품 제작, 전시 개최를 활발히 할 수 있고, 갤러리는 홍보에 보탬이 많이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예술가와 민간 기관을 함께 묶어 지원하는 정책은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합니다. 한석현 작가의 작품 FRESH Plant는 나무인지 작품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Q)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에 지원하려는 작가들을 위해서 팁이 될 만한 조언을 한다면요? 오제성 작가) 경쟁률이 높은 만큼 기존의 작품 활동이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원 사업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활동이 명확해야 하고요. 그리고 지원 사업이 끝났을 때 어떤 성취를 이루고 싶은지 꼭 숙고해보기를 권유합니다. 이러한 사항을 서류에 서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여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을 비롯한 정부의 모든 지원 사업은 일종의 보행기입니다. 아이가 걸음마를 배울 때 보행기가 필요하죠. 그런데 나중엔 보행기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미술 관련 지원 사업은 미술계, 더 나아가 사회에 예술가들이 더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활동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예술가는 작업에 대한 꿈과 열정을 펼치는 것을 목표로 지원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제성 작가가 자신의 작품 순천선암사신산을 제작한 연유를 설명하고 있다. 오제성 작가는 미술관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SNS 계정이 있다면 전시 관람을 자랑도 하고, 관람한 것에 대해 지인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한다. 대다수 미술관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비전문가가 미술관에서 작품을 이해하면서 관람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전시 관람이 익숙하지 않다면 당장 작품의 의미를 찾기보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작품을 느껴보고, 미술관이 어떤 구조로 생겼는지 관찰하며, 근처에는 어떤 맛집이 있는지 방문해보면서 미술관 가는 길을즐기길 바란단다. 그렇게 미술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조금씩 조금씩 전문적인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덧붙이며. 예술인을 위한 여러 지원 사업이 많다. 지원 사업 정보는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과 같은 각종 지역 문화재단 및 기초 문화재단 누리집 공지 사항에 있다. 각 기관의 SNS 팔로우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휘겸재 뒷마당에 놓인 석상도 하나의 전시 작품인 양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휘겸재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 외에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갤러리인 휘겸재 자체가 하나의 미술 작품인 것 같다. 개량한옥이어서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는 경계가 투명한 통유리로 되어 있다. 정원과 뒷마당에서도 통유리를 통해 실내의 작품을 투영할 수 있다. 정원과 뒷마당에 놓인 석상도 하나의 전시 작품인 양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9월 1일부터 11일까지 미술여행주간으로 전국 7개 권역에서 전문 해설사와 함께 지역의 미술관과 화랑을 여행하는 16개 코스를 운영한다.(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9월 1일부터 11일까지 미술여행주간이다. 작년까지 개최했던 미술주간에서 매년 관람객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프로그램 미술여행을 올해는 미술여행주간으로 정했다.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제주 등 전국 7개 권역에서 전문 해설사와 함께 지역의 미술관과 화랑을 여행하는 16개 코스를 운영한다. 북촌 한옥마을에서 만나는 한국의 신진작가 투어,한국의 대표 갤러리가 주목하는 신예 작가 그룹전 투어 등 참가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이색 코스뿐만 아니라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외국인 특화코스도 준비했다. 휘겸재도 미술여행 주간 코스 북촌 한옥마을에서 만나는 한국의 신진작가 투어에 포함되어 있다. 과거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가 생각났다. 골목길 곳곳에 아기자기한 갤러리가 많았다. 가게에 들르듯 갤러리에 들어가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전국 곳곳에 크고 작은 갤러리가 많이 생겨났다. 미술에 문외한이면 어떠랴. 그저 작품을 보고 느끼면 된다. 더위도한결 가신 9월이다. 주변에 있는 미술관을 찾아서 나들이하는 건 어떨까? 다양하고 풍성한 미술축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궁금하다면? ▶https://k-artfestival.com/ ▶https://www.instagram.com/koreaartfestival/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
- 숏폼 대문자 T, 대문자 F가 대화하면 생기는 일 (feat. 2025 청년 예산안) 할말 다하는 ESTJ랑 상상력 좋은 ENFP 조합? T, F 모두 혹할만한 2025 예산안 속 청년 지원 정책 영상에서 알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