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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전통시장? SNS 핫 플레이스로 떴어요

[창조경제혁신센터/지역 밀착형 사업]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1913 송정역시장’

2016.08.26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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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광주송정역에서 내려 지하철 광주송정역 2번 출구로 나온 후 왼쪽 모퉁이를 돌아 송정로 방향으로 몇 걸음 걸어가니 아치형 시장 간판과 흰색 건물에 붙어 있는 대형시계가 눈길을 끈다. 요즘 누리소통망(SNS)에서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1913 송정역 시장’이다.

‘1913 송정역 시장’은 재개장한 지 넉 달밖에 안 됐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미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그래서일까, 36℃를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의 한낮인데도 셀카봉과 360도 휴대용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수원에서 왔다는 박지영(28) 씨는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곳 사진과 추천 글들을 보면서 꼭 한번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장은 생각보다 작았다. 상가들이 마주 보는 거리형 시장으로 총길이가 170m에 불과했다. 10분이면 걸어서 왕복할 수 있는 작은 시장이지만, 구경하며 걷다 보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어느 하나 눈길을 끌지 않는 게 없어 한 시간은 족히 넘게 걸릴 정도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오후 1시.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계란밥’이란 이름의 분식점은 빈자리가 날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볶음밥을 계란옷으로 둘러 김밥처럼 만든 계란밥이 주 메뉴인데, 가격이 2000원에서 3500원으로 저렴했다. ‘또야식빵’ 앞엔 오후 2시부터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장 입구 쪽에 있는 ‘역서사소’도 눈길을 끈다. ‘여기서 사세요’의 전라도 사투리인 가게 이름답게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디자인에 활용한 엽서와 노트 등 다양한 문구용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밖에도 수제 맥주를 파는 ‘밀밭 양조장’, 세계의 다양한 라면을 맛볼 수 있는 ‘한끼라면’, 양갱을 파는 디저트 카페 ‘갱소년’, ‘수제어묵’, ‘느린먹거리by 부각마을’, ‘쑥’s 초코파이’ 등 청년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가게들이 이어졌다.

1913 송정역시장 입구.
1913 송정역시장 입구.

가게마다 가게의 역사와 사연을 담은 스토리보드가 눈에 띈다.
가게마다 가게의 역사와 사연을 담은 스토리보드가 눈에 띈다.

톡톡 튀는 청년들의 아이디어 창업 가게
SNS ‘꼭 가봐야 할 명소’로 각광

그렇다고 청년들이 창업한 음식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옷 수선 전문점인 ‘라의상실’, 전통 방식의 통닭을 파는 ‘매일닭집’과 ‘중앙통닭’, 옷 가게인 ‘호남상회’, 그릇 가게인 ‘영광상회’ 등은 1980년대 풍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 미용실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개미미용실’은 시장 상인들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여기다 생선 가게, 제분소, 떡방앗간, 홍어 가게, 한과점, 국밥집, 정육점 등 전통시장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가게들이 시장 구경 재미를 더해준다.

시장 중간쯤에 있는 ‘누구나 가게’도 눈길을 끈다. 청년 예비창업자들이 하루 또는 일주일 단위로 임대해 장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시기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오픈형 팝업(Pop-up) 점포인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차 시간표를 알려주는 대형 전광판과 편하게 짐을 맡기고 시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무인 물품 보관함이 있는 ‘플랫폼’이 있어 외지 관광객들의 쇼핑과 관광을 돕고 있다.

1913 송정역시장 약도.
1913 송정역시장 약도.

전통과 현대의 조화 리모델링
하루 평균 고객 200명에서 4300명으로 증가

‘1913 송정역시장’은 원래 송정역전매일시장이었다. 한때 번성했으나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 등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줄면서 점점 쇠락해 지난해엔 전체 55개 점포 가운데 36곳만이 영업을 유지하고, 19곳은 아예 비어 있었다. 찾는 손님도 하루 평균 200여 명에 불과했다.

지역민에게조차 외면받던 전통시장이 전국구 스타로 뜬 데는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센터)의 힘이 컸다. 센터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로 이곳을 리모델링해 지난 4월 18일 재개장했다. 단순히 시설을 현대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통시장의 특성과 옛 정취를 최대한 살리는 등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강원도 봉평장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카드 브랜드 팀이 적극 나섰다. 먼저 103년의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 송정역이 들어선 연도를 따 ‘1913 송정역 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1913 송정역시장’은 최대한 가게의 원래 형태를 유지하고 가게마다 스토리 보드를 설치한 게 특징이다. 스토리 보드엔 가게의 유래와 역사 등 가게마다 깃들어 있는 사연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70~80년대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든다.

1970~80년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상점들.
1970~80년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상점들.

매장 리모델링뿐 아니라 기존 상인들에게 메뉴 선정에도 도움을 줬다. 골목 끝자락에 자리 잡은 정미소 ‘개미네 방앗간’은 직접 농사를 지은 잡곡으로 만든 미숫가루를, 과일 가게인 ‘매일청과’는 신선한 딸기·바나나·포도를 사용한 생과일주스를 브랜드팀의 권유로 팔기 시작했다. 음료를 마셔보고 미숫가루나 예쁜 봉투에 소포장된 깨, 참기름, 과일을 사 가는 손님이 크게 늘었다. 개미네 방앗간 김인섭 사장은 “리모델링 전엔 하루 3만 원도 안 됐던 매출이 미숫가루 음료 판매와 젊은 취향에 맞춘 포장 개발로 재개장 이후 10배 이상 늘어났다”며 “하루에 미숫가루를 90kg이나 판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센터는 비어 있는 가게들을 청년들이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주선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7 : 1의 경쟁률을 뚫은 20~30대 청년들이 현재 17개 점포에서 장사를 하고 있고, 나머지 2곳도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재개장 이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하루 평균 4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리모델링을 하기 전보다 20배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황금연휴 기간이던 5월 7일에는 하루 동안 9000명이 찾았다고. 매출도 덩달아 올랐다. 청년 상인들의 매장은 평일 기준 55만 원, 주말 105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며, 기존 상인들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가량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 입주한 청년 상인들과 토박이 상인들 간의 갈등이 있을 법도 하건만 양쪽 모두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 상인들은 ‘어르신 상인’들의 가게에서 필요한 재료를 사고, 청년들끼리 당번을 정해 시장 청소를 도맡아 한다. 기존 상인들도 밤 장사를 주로 하는 청년 상인들을 위해 밤늦게까지 가게 문을 닫지 않고 불을 밝힌다. 신구세대가 어우러진 상생의 문화가 전통시장을 살린 핵심이었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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