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케이-푸드 플러스(농식품·농산업) 수출액은 136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농식품 수출액은 104억 1000만 달러, 농산업 수출액은 32억 2000만 달러로 집계됐으며, 두 분야 모두 집계 이래 최대 실적이다.
수출 구조 역시 가공식품 중심에서 벗어나 신선 농산물과 고부가가치 품목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품목과 시장 다변화, 고부가가치 농식품 육성, 민간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농식품 수출을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닌 기술·품질·브랜드 경쟁력을 결합한 구조로 전환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목표다.
이 같은 수출 구조 변화는 과실 수출 부문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딸기와 포도 등 프리미엄 과일은 동남아, 중동, 미주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며 한국 농산물의 품질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과실 수출은 생과 판매에 그치지 않고, 품종과 재배 기술, 품질 관리 역량을 함께 수출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 민간 중심의 연구개발 역량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국가 주도가 아닌 독자적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딸기 품종에 대한 해외 로열티 계약을 체결한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헤테로가 대표적 사례다.
헤테로는 38세 청년농 최이영 대표가 2019년 직접 설립한 농업 법인으로, 9900㎡(3000평) 규모의 스마트팜에서 직원 6명과 함께 연간 20억 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국내 딸기 품종이 일본계 품종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자체 개발 품종을 국가 품종보호 대상으로 등록하고, 이를 해외 시장에 수출까지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국산 딸기 품종의 지적재산권 확보와 로열티 절감, K-딸기의 프리미엄 브랜드화에 기여한 사례로 평가된다.
데이터 농업과 프리미엄 품종 개발을 통해 K-농업의 가능성을 확장해 온 최이영 대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 '신지식농업인'에 선정됐다.
정책브리핑은 K-딸기 수출이 과실 수출을 넘어 품종과 기술 수출로 확장되는 현장의 혁신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 충남 홍성에 위치한 헤테로를 찾았다.
다음은 최이영 대표와의 일문일답.
충남 홍성군 헤테로 농장에서 만난 최이영 대표(사진=정책브리핑)
◆ "불가능을 가능으로"…21살 청년의 꿈, 세계를 물들이다
Q. 주식회사 헤테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해외 로열티 계약을 체결한 딸기 육종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창업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 시절 원예학과에서 처음 딸기를 접한 이후 지금까지 오직 딸기 하나만 보고 달려왔어요.
21살 때 가졌던 '세계 최고의 딸기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지금의 헤테로를 만든 거죠.
당시 우리나라는 개인이 품종을 개발해 수출하거나 산업화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거든요. 하지만 전 해외 사례를 보며 확신을 가졌고, 적게는 7년, 길게는 12년이나 걸린 품종 개발 기간을 견뎌냈습니다.
무수한 실패와 병해충으로 모든 묘가 죽어 나가는 시련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Q. 다른 농업법인이나 국가 주도 육종 기관과 차별화되는 헤테로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국가는 범국민적으로 재배가 쉽고 농가 소득을 평준화할 수 있는 품종 개발에 주력합니다.
반면, 저희 같은 민간 육종 회사는 독특하고 특징적인 품종을 만들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 '골드베리'는 맛과 향에서 기존 품종을 압도하거든요.
저희는 단순 농업을 넘어 연구개발(R&D)에 전력을 다해요. 현재는 식물의 생육 데이터를 인공지능(AI)에 입력해 우수 형질의 유전 자원을 조기에 선별하는 '데이터 농업' 모듈을 개발 중이에요.
그럼 좋은 품종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개발 시간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죠.
헤테로가 개발한 골드베리. 잘 익었을 때 황금빛이나 연한 주황빛을 띤다. 높은 당도와 함께 기존 유색 딸기의 단점인 무른 식감을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홍성군)
◆ K-딸기, '과실'을 넘어 '종자와 시스템' 수출 시대로
Q. 최근 K-딸기의 글로벌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체감하시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현재 한국 딸기의 위상은 세계 두세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에요. 미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물론 중동 시장까지 진출해 있죠.
특히 일본 최대 바이어가 저희 '골드베리'를 먹어보고 '최고'라고 극찬했을 때 정말 보람을 느꼈어요.
이제는 단순히 딸기 과실만 파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개발한 품종과 그 재배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는 로열티 비즈니스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단계입니다.
Q.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국인 일본 등을 제치고 선택 받는 비결이 뭘까요?
결국은 '맛'이죠. 농산물은 무조건 맛있어야 팔려요. 저희는 고정관념을 깨는 맛과 품질을 지향하거든요.
올해는 프리미엄 골드베리를 통해 현지 기업들 사이에서 K-딸기 붐을 일으키는 게 목표예요.
내년부터는 로열티 없이 전 국민에게 보급할 수 있는 대중적인 프리미엄 품종 '황금실'도 선보일 예정이고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딸기가 양적 공세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우리는 압도적인 '고품질화'로 승부할 생각입니다.
◆ "농업은 만능 응용과학…진정한 R&D 지원 절실"
Q. 민간 육종가로서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느끼는 현실적인 장벽이나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물류비용이에요.
신선도가 생명인 딸기는 주로 항공 운송을 하는데, 운송비가 너무 높아서 단가 맞추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과거에 있었던 운송비 지원책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어요.
또 민간 육종가가 산업군까지 진출한 사례가 드물다 보니 홍보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죠.
무엇보다 '짜맞추기 식' 과제가 아닌, 기업의 가능성과 실증 능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 맞춤형 R&D 프로젝트'가 꼭 필요해요.
농가에서 종자는 반도체와 같아요. 이 핵심 자산을 세계화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보완해주셨으면 합니다.
Q. 농업을 통해 혁신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선배로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농업은 육체와 머리를 동시에 써야 하는 고도의 '융복합 응용과학'이에요.
경영, 개발부터 비료(화학·물리), 스마트팜(전기·컴퓨터)까지 모든 학문을 섭렵해야 하죠. 뭐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만능이 되겠다는 각오로 뛰어들어야 해요.
저 역시 10년 뒤 헤테로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딸기 육종 회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멈추지 않고 달릴 겁니다.
헤테로 직원들이 수출용 딸기 선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서른 여덟 청년농이 이룬 꿈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과실 수출을 넘어 품종과 기술을 함께 수출하는 혁신의 흐름은 농식품 수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민간 육종을 기반으로 한 딸기 산업의 변화는 K-농식품 수출이 나아갈 또 하나의 방향을 보여준다.
프리미엄 과일과 품종 경쟁력을 앞세운 'K-농업', 'K-푸드'의 다음 단계는 현장에서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정책브리핑 김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