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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신뢰로 일군 세계 1위…기술강국 ‘성큼’

[2008 희망 코리아·코리안] 동화엔텍, 선박엔진 냉각기 세계 제패

200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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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바다를 누비는 선박의 엔진 냉각기 100개 중 28개가 우리 것이죠.”

국내 굵직한 대기업 얘기가 아니다. 직원 300명도 안 되는 한 중소기업이 도전적 발상으로 시작한 기술개발과 20년 넘는 신의와 노력으로 일궈낸 ‘신화’다.

(주)동화엔텍. 국내 최대 선박용 공기냉각기 전문제조회사이자, 이 분야에서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업체다. 공기냉각기는 엔진의 과열을 막아주는 기기로, 자동차로 치면 라디에이터의 역할을 한다. 장기간 운행과 고열을 발산하는 선박용 엔진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장비인 셈이다.

김해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2만3000㎡ 규모의 동화엔텍의 생산라인은 새해 연초의 들뜬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쉼 없이 돌아갔다.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주문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몇 일째 야간작업 중이다. 덕분에 2007년 매출액도 당초 예상했던 1200억원에서 130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동화엔텍 전직원은 225%의 특별 성과급을 받았다.

선박용 디젤엔진 공기 냉각기 주문이 늘어나면서 동화엔텍 공장은 밤 늦게까지 불을 훤하게 밝히고 있다.

선박 엔진냉각기 기술로 중국·덴마크·일본 따돌려

동화엔텍의 공기냉각기는 세계 전체시장의 27.5%를 차지하고 있다. 소규모 선박용 엔진 냉각기로 재미를 본 중국(GEA사, 22%)도, 유럽의 해양강국인 덴마크(VESTAS사, 20%)도, 기술강국인 일본(Suction Gas사, 5%)도 동화엔텍을 따라잡지 못했다.

물론 동화엔텍의 출발은 화려하지 않았다. 한국해양대학 출신인 김강희(77) 회장이 선박수리회사에 있을 때 선박수리의 어려운 기술을 몽땅 외국에 맡기고 외화를 허비하는 현실을 바꿔보자고 작심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그때 배가 한번 들어오면 한두 주 정도 쉬며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선박가 일본까지 가서 공기냉각기 수리를 해오고 있더군요. 그게 늘 의아하고 안타까웠습니다.”

1980년 12월 동화엔텍의 전신인 동화정기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실수도 있었지만 일본에서 수리하는 것보다 신속하고 싸다 보니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81년에는 공기 냉각기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욕심으로 한국선박연구소와 공동으로 기술개발에 나섰다. 그 이듬해 6월 쌍용중공업이 자체기술로 제작한 엔진 1호기에 동화엔텍이 개발한 공기냉각기를 부착, 시운전에 성공하기에 이른다.

84년 마침내 완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의 무명 중소기업이 만든 공기 냉각기에 외국선주들이 관심을 가질 리 없었다. 평소 꼼꼼한 수리에 믿음을 갖고 있던 몇몇 국내 선박회사는 동화엔텍의 제품을 써보겠다는 의향을 보였지만, 대부분의 외국선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영국 롤스로이스와 차세대항공 엔진용 냉각기 개발 기술협력 맺어

선박용 디젤엔진 공기 냉각기를 제작하고 있는 동화엔텍 근로자들.
국내선박용으로 어느 정도 회사는 유지됐지만, 좁은 시장에서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현대중공업이 주문받아 제작하는 선박에 동화엔텍의 제품을 부착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당시만 해도 현대중공업에 선박을 주문한 외국선주들은 동화엔텍의 제품을 쓰면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반발했지만, 막상 제품의 우수성이 입증되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동화엔텍은 순풍에 돛 단 듯 탄탄대로 성장으로 95년 수출 1000만불 탑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는 동화엔텍이라고 해서 피해갈 수 없었다. 납품주문을 했던 한라중공업이 부도가 났다. 납품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방송·신문을 통해 연쇄부도설이 돌면서 기존 고객회사 가운데 일부는 계약을 취소했고 은행들은 대출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경영진-노조 신뢰로 위기 극복…20년간 노동쟁의 전무

하지만 동화엔텍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좁은 국내시장에 매달리기보다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해 돌파구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다 노조가 나서 스스로 임금을 깎고 야간작업을 하며 원가절감에 앞장선 것이 위기극복의 보탬이 됐다.

동화엔텍은 노조가 생긴 이래 20년간 단 한 건의 노동쟁의도 없었다. 그만큼 회사경영진과 근로자 간 믿음은 두터웠다. 회사는 1년 만에 정상화됐고 김 회장은 보답으로 직원들과 회사 주식을 나눴다. 직원들은 지금 이 회사 주식의 16%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동화엔텍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 영국 롤스로이스사와 차세대 항공 엔진용 공기 냉각기 개발 기술협력 계약을 맺었다. 당시 롤스로이스는 한국의 공기 냉각기 업체 중 기술력과 경영투명성에서 탁월했다며 동화엔텍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동화엔텍은 지난 2007년 6월 영국의 롤스로이스사와 차세대항공 엔진용 공기 냉각기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을 체결했다.

2007년 3월에는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4455㎡ 규모의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이 연구개발센터에서는 선박 및 플랜트용 공기 냉각기,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용 냉각기, 고압 LNG용 베이퍼라이져(액체를 기체로 만드는 기계) 및 항공가스터빈용 냉각기 등 7건의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연구개발 노력을 인정받아 산업자원부로부터 우수제조기술연구센터(ATC)로 선정되기도 했다.

새해 1월부터 중국공장 가동…“약속·책임·신의가 최대 경쟁력”

2008년은 동화엔텍에게 새로운 도전의 해다. 새해 1월부터 상해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중국은 2015년까지 조선 분야에서 한국을 넘어서겠다고 벼르는 경쟁국. 선박 분야에서 중국의 급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중국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품고 있다. 상해공장이 가동되면 동화엔텍은 세계적인 회사와 규모의 경쟁을 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8년 매출액 목표는 1600억원(상해공장 미포함).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 같은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약속’, ‘책임’, ‘신의’를 최대 경쟁력으로 강조한다. 동화엔텍이 이 만큼 성장한 것도 ‘약속’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약속’ 불이행에 대한 결과는 ‘불신’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감수해야 한다”면서 “2008년 새해에는 ‘약속’은 어느 경우에나 지키는 것에 의의가 있음을 재인식하고 ‘약속’을 마음에 새기고 신바람 나게 일하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동화엔텍과 같이 기술력 하나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혁신형 중소기업들이 탄탄하게 성장해 대한민국을 떠받치고 있는 한 기술강국의 꿈을 이루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 대한민국을 빛낸 세계일류상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 불안, 국제유가 고공행진 등 대외여건의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한국상품이 100개에 달하고 점유율 5위 안에 드는 세계일류상품 수도 크게 늘었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세계일류상품발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결과, 세계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한국 상품이 2001년에 비해 9개 증가해 100개에 이른다. 동화엔텍의 선박용 디젤엔진 공기냉각기도 이번에 세계일류상품에 포함됐다.

인터넷전화기가 세계시장점유율 18.1%에서 44.7%로 뛰어올라 2위에서 1위의 자리를 탈환했으며, 플래쉬 메모리는 20%(3위)에서 41.1%(1위), 디지털 저작권 유통관리시스템이 2%(5위)에서 55.6%(1위)로 점유율이 대폭 높아졌다.

또 지문인식보안시스템과 디지털오디오송수신IC, 사료 첨가물로 쓰이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쓰레오닌(L-Threonine) 등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007년 상반기 세계시장점유율 1위 100대 상품이 벌어들인 외화액만도 292억 달러에 이른다.


산자부는 또 이번 세계일류상품 심의에서 삼성전기의 CSP기판과 서울엔지니어링의 풍구 등 28개 품목과 32개 생산기업을 세계일류상품과 일류상품 생산기업으로 추가 선정하고, 요건에 미달한 22개 품목과 32개 기업은 세계일류상품과 인증기업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세계시장점유율 5위 안에 드는 세계일류상품 전체 품목 수는 577개에서 583개로 6개가 더 늘어났으며, 인증기업은 종전과 같은 657개사로 나타났다.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 자격은 해당업체의 세계일류상품 생산규모가 세계시장점유율 5위 안에 들거나 세계일류상품의 수출실적이 국내 1위, 또는 세계일류상품의 수출실적이 우리나라 수출액의 30% 이상이어야 한다.

세계일류상품으로 추가 지정된 삼성전기의 CSP기판은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 MP3 등의 반도체 팩키징 작업에 사용되는 것으로,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을 하며 세계시장의 29.1%, 세계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자동차 차체제조용 로봇과 풍구, 산업용 자동화 원자 현미경, 선박용 디젤엔진, 사이드미러히터 등 기계 분야에서 세계일류상품으로 많이 선정됨에 따라 산업·수송기계 분야에서 무역수지 개선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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