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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못지않게 중요한 건 인성이지요”
지난 16일 오후 3시, 대동세무고와의 고교축구 주말리그를 치르고 나온 나성수(장훈고 3년) 선수가 아쉬운 듯 소감을 전했다.
전국고등학교 축구 주말리그의 하나로 열린 이 날 경기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장훈고 축구장에서 학생과 학부모, 주민 등 관람객 3백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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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서울 장훈고 운동장에서 장훈고 대 대동세무고의 고교축구 주말리그가 벌어졌다. |
전반전은 대동세무고가 주도적으로 시합을 이끌었다. 밀린다고 판단한 장훈고 코치진은 큰 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장훈고 골키퍼의 몇 차례 선방이 돋보이는 가운데 전반은 무승부로 끝을 맺었다.
후반에도 대동세무고는 시작부터 고삐를 멈추지 않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되려 장훈고의 기습작전에 밀린 대동고는 후반 12분경 골을 내주고 말았다. 그랬던 장훈고의 기쁨도 잠시, 대동세무고는 반격 끝에 골을 넣어 동점을 만들어냈다. 양팀은 결국 더 이상의 득점 없이 1:1 무승부를 기록한 채 경기를 마감했다.
다른 학교들이 부러워 할 정도의 잔디 축구장에서 벌어진 이 날 시합은 장훈고의 홈그라운드 경기였던 데다 올해 시작된 리그전에서 내리 2승을 거둔 뒤 세번 째로 출전한 경기였기에 시합를 마친 선수들의 표정은 침체돼 있었다. 지난해 백록기 축구대회 3위, 전국체전 준우승을 한 장훈고로서는 무승부라는 이 날의 기록에 아쉬움이 컸을 법했다.
주말리그제는 주중에 이루어지던 경기를 주말로 옮겨, 권역별로 10~12개 팀씩으로 묶어 주말에 리그를 벌인 뒤 연말에 ‘왕중왕전’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부할 시간조차 없이 운동에만 매달릴수밖에 없는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08년부터 도입한 제도이다.
이에 따라 초·중·고 축구와 농구가 주말리그제를 처음 도입했고, 이어 올 시즌부터는 고교 야구에도 주말 리그제가 도입돼 학원 스포츠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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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훈고와 대동세무고 선수들이 경기 전 몸을 풀고 있다. 이 날의 경기는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
특히, 이 제도는 ‘선수 학생’이 아닌 ‘학생 선수’의 제자리를 찾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선수는 물론 감독과 학부모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무승부를 기록한 이 날 경기는 선수들의 아쉬움만큼이나 지켜보던 사람들의 아쉬움도 컸던 경기였지만, 경기 내내 보여준 선수들의 ‘페어플레이’는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장훈고 축구부 주장 강윤구 선수는 “팀 선수들이 부상 없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당장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규칙을 지키고 남은 경기에 대비하는 긴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팀의 주장이던 박지우 선수가 지난 경기에서 파울을 범해 두 번의 경고를 받아 출전하지 못해 대신 임시 주장을 맡고 있다는 그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더욱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이 경기를 참관한 전국 초중고 축구리그 서울시 곽한호 운영감독관은 “선수들의 자세가 매우 진지하고 학생 선수답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선수들 스스로 규칙을 준수하고 서로 부상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기량이나 승부 못지 않게 인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이다. 주중 경기가 진행되던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쉴 새 없이 벌어지는 경기가 과열 경쟁과 지나친 승부욕을 낳으면서 반칙과 부상이 속출할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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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팀 선수들이 시합전 심판진으로부터 주의사항과 경기요령을 듣고 있다. 학교 스포츠 답게 페어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다. |
주말리그제는 이처럼 도입 2년 만에 안정적인 정착 단계에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있다. 학생 선수를 교실로 데려가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이 학습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마련됐는 지는 아직 의문이라는 게 대표적인 지적이다.
일선 지도자인 장훈고 이규준 감독은 “운동하는 아이들을 공부하는 환경에 데려다놓은 것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축구선수의 장래를 내다볼 때 주말리그제가 가진 한계도 분명히 있다.”고 인정했다.
이 감독은 “학교 등록선수 37명으로 시합 출전선수를 가릴 때 선수 개개인의 실력과 컨디션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당장은 운동 실력이 그들의 대학 진학과 앞길에 유리하기 때문”고 말했다.
“축구선수가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축구를 못하면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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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훈고 선수들이 경기 전 이규준 감독으로부터 작전지시를 받고 있다. 이 감독은 현직교사이자 일선 축구지도자로 주말리그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
요컨대 운동선수들은 운동을 통해 좋은 대학에 진학을 하거나 좋은 실업팀으로 가기를 원한다. 때문에 “공부를 잘 하면서 운동까지 잘 하는 선수가 과연 얼마나 될 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공부를 하면서 하루 2시간의 단체 훈련을 병행하고 방과 후에도 개인 운동을 하며 하루 일과를 보내는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는 것.
주말리그제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학생 선수를 길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선은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학생들이 좀더 마음 편하게 축구를 하고, 편견 없이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보완해나가는 작업도 절실해 보인다.
시합을 마친 선수들은 기진맥진해 보였다. 말을 걸어도 답변하지 못할 만큼 지쳐 있었다. 하지만 축구선수로서의 희망을 얘기할 때만큼은 그들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희망에 차 있는 얼굴로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쪼록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주말리그제의 본래 취지를 잘 살려 그들이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이혁진(직장인) rhjeen0112@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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