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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서현섭 저(著) 『일본은 있다』 vs 전여옥 저(著) 『일본은 없다』

두개의 다른 얼굴 함께보는 지혜

1994.11.21 국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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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영 진 <통일원 통일정책실 보좌관>

요즘 장안 서점가에는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나고 있다. 두사람의 저자가 자신의 일본생활의 체험을 중심으로 기술한 수필 ‘일본은 없다’와 ‘일본은 있다’가 연일 베스트셀러에 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에 관한 한 고작 몇편의 번역소설이나 사회과학서적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던 우리의 독서풍토에서 보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호소카와의 신당바람이거나 아니면 국제화·개방화의 바람이 독서문화에도 깊이 스며든 듯하다.

묘한 호기심으로 두권의 책을 찬찬히 읽어보면 같은 한국인이 체험한 일본의 모습이 너무나 상반되게 그려져 있음에 다시한번 놀라게 된다.

감수성 예민한 여기자와 전문 외교관으로서 몸에 밴 저자들의 놀라운 관찰력과 식견으로 일본사회의 심층을 파헤치고 있기 때문에 두책의 명암은 더욱 뚜렷하다.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에서는 집단으로부터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한다는 일본인들의 강박관념이 타율적 단절과 질서를 낳았고, 좁은 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개미처럼 살 수밖에 없는 각박함이 회사 국가 일본을 만들었으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의식이 강한 자에게 끝없이 비굴하고, 약한 자에게는 한없이 잔악해지는 그들의 정신적 후진성을 만들어내었다고 통박하고 있다. 개인이 조직을 떠나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일본사회의 메마른 토양에서 개인의 창의성과 가치는 무참히 매몰된다.

결국 일본인들의 선택은 창의가 아닌 모방, 탈아입구를 향한 흉내내기 이외의 대안은 없었다. 일본의 성공은 운좋은 일시적 성과이거나 모방의식이 낳은 거품일 뿐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우리가 배울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배우려고 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저자는 우리의 자랑스런 민족성이 더이상 직이나 미련스러움으로 평가절하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반면 서현섭의 ‘일본은 있다’에서는 일본인들에게는 상대적 실용적 가치관과 열린 마음으로 학습하는 자세가 있으며,일본은 개성이 없고 영웅이 없는 나라이지만 집단의 의사가 결정되면 전체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응집력과 집단의식이 있다.

일본이 모방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방에서 출발한 일본 상품들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일본인들은 모방을 위해 엄청난 공부도 하고, 기술을 축적함으로써 모방품에 일본의 혼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대국 일본은 우연이나 일과성의 성과가 아니라 일본인들의 정신과 노력이 만들어낸 필연이다. 물론 오늘날 ‘경제대국’일본의 뒤안에 있는 ‘생활소국’의 어둠이 있는것은 사실이나 이또한 변화에 대한 놀라운 적응력과 목표를 향한 강한 집념을 가진 일본인들이 능히 해결해나갈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의 감정에 치우쳐 일본을 우습게 보거나 욕하기에 앞서 겸허하게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본의 역사는 당대 문화와 문명의 주류에 편승하려는 처절한 노력의 역사이며, 앞으로 동아시아시대가 도래해 우리가 세계 문명의 주류가 되면 일본은 분명히 우리에게 먼저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묘하게도 이 두권의 책에는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두개의 상반된 일본관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일본은 있는가? 없는가? 일본을 배울 것인가? 말것인가? 또는 일본은 ‘Big Japan’을 추구 할 것인가 ‘Small Japan’을 추구할 것인가? 등등. 필자의 결론부터 말한다면 일본은 두가지의 서로 다른 얼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만의 속성이 아니라 어느 나라,어느 민족에게나 내재해 있는 보편적인 존재양식이다.

문제는 상반된 두개의 얼굴을 가진 일본을 동적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지혜와 힘에 달려 있다. 우리가 가진 역사, 문화적 우월감이나 현실적 패배감으로 일본을 고정시켜놓고 보아서는 안된다.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있는 그대로의 일본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보다 중요하게는 우리가 원하는 바대로 일본이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서 일본은 상수가 아니라 변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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