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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걸맞은 정신문화로 새롭게 부활하라

[전통문화와 창조경제] 선비정신

2015.10.13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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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정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어떤 맥락에서일까. 선비는 ‘수기안인(修己安人)’, 즉 개인의 수양을 바탕으로 도덕사회의 이상을 실천해갔던 전통사회 지도층이다. 그들은 솔선수범으로 공동체를 이끌었고, 타율적인 법(法)이 아니라 자발적인 예(禮)로써 백성을 교화했다. 선비가 이끌던 500년 장수 국가 조선은 무력이 아니라 향촌자치를 통해 질서와 평화를 누린 문명 예의 국가였다. 그 결과 이웃나라로부터 동방예의지국과 군자의 나라로 불렸다.

2013년 5월 5일 탕평책 상징인
2013년 5월 5일 탕평책 상징인 ‘도산별과’ 재현 행사에 앞서 퇴계 이황의 위패를 모신  도산서원 상덕사에서 퇴계에게 행사를 알리는 고유제를 올리고 있다.(사진=한국학진흥원)

이런 선비정신이 낮게 평가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에 국권을 침탈당하면서다. 일제는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의 정신문화 지도층인 선비를 악랄하게 깎아내렸다. 이 때문에 선비정신은 공리공론의 온상으로 치부되며 사회 발전을 가로막은 요인으로 평가절하됐다.

다행히 선비정신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선비정신과 관련된 책과 강좌를 찾는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 많은 수련생들이 찾아들고 있을 정도다. 선비문화수련원 설립 이후 수련생이 14년째 매년 평균 50% 이상 늘어나 지난해에만 5만5000여 명이 수련을 마쳤다.

압축 성장에 따른 부작용
해결책은 바로 잊힌 선비정신

근래 한 여론조사(2014년 2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비정신에 대한 인식이 기존과 사뭇 다르게 나온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4.5%가 ‘선비정신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는데, 특히 40대는 82.9%가 ‘선비정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성별과 직업, 학력, 소득, 이념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선비정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이 그동안 부정적으로 인식했던 선비정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뭘까. 그동안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내며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 턱밑까지 발돋움했지만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적인 윤리의식은 급격히 퇴조했고 새로운 가치관은 세워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개인과 사회 모두 진통을 겪으면서 적잖은 대가를 지불한 것은 물론이다. 국가 경제는 성장세가 멈칫대고, 국가 이미지는 뒤처지며, 국민들은 행복하지 못하다.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100위권(2015년 118위) 밖이고, 자살률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11년 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할 정도다.

이 점에서 현 정부가 국민 행복을 국정 지표로 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어떻게 하면 국민이 행복할 수 있을까. 나는 가정, 학교, 이웃, 직장에서 매일 접촉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 확산으로 부모 형제도 만나면 다투고 헤어지기 일쑤다. 가족조차 이럴진대 남과의 관계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조금만 우월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른바 ‘갑질’을 한다.

우리 사회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모두 겉으로는 상생을 내세우나 실제로는 자기 입장을 고수하고 상대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만 골몰한다. 하지만 자기 이익만 취하면서 오래간 경우는 없다. 함께 가야 한다. 이런 세태를 바로잡으려면 자원, 자본, 인력 외에 신뢰(Confidence)와 같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추가돼야 한다.

이때 필요한 사회적 자본이 자신을 절제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선비정신이다. 300여 년 동안 만석꾼 자리를 지킨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도 절제와 배려의 선비정신이었다. 그것만이 모두가 원하는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케 하는 보증수표다.

선비정신은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해서도 요청된다. 실제로 품질이 비슷해도 선진국 제품은 프리미엄이 붙어 비싸게 팔리고 중·후진국 상품은 훨씬 싸게 팔린다. 그 이유는 선진국의 국가브랜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선진국 국가브랜드의 근간에는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가 있다. 지도층이 전쟁이 나면 앞장서고 재산은 기꺼이 사회에 환원하기에 국민들이 지도층을 존경하며 하나로 뭉쳤고, 이것이 오늘날 국가브랜드 창출의 원동력이 됐다. 영국의 신사도, 미국의 프런티어정신, 독일의 장인정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선비정신과 한국사회’ 국제 학술회의에서 국내외 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아산정책연구원)

선비의 ‘선우후락(先憂後樂)’
힘든 일 솔선, 좋은 일 양보하는 삶

다행히 우리에게도 이런 정신이 있다. 바로 선비정신이다. 우리 선비들은 국난을 당하면 기꺼이 몸을 던졌고 사재를 털어 백성들을 구휼하는 데 앞장섰을 뿐 아니라, 매사에 어렵고 힘든 일은 솔선하고 즐겁고 좋은 일은 양보하는 ‘선우후락(先憂後樂)’의 삶을 살았다. 이렇듯 국민이 행복하기 위해서도, 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도, 선진국에 걸맞은 정신문화 브랜드를 세계에 내놓기 위해서도 선비정신의 부활은 필요하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첫째 수신제가의 실천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인격 함양이 먼저다. 이를 바탕으로 가족을 대하고 직장과 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해나가야 한다. 둘째 상대에게 원하는 것은 자기가 먼저 실천해야 한다. 자식의 효도를 바라면 먼저 자기가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하에게 청렴을 요구하려면 먼저 윗사람부터 솔선해야 한다. 셋째 모든 실천은 말이 아니라 몸이 앞서야 한다. 그래야 감동하고 본받는다. 넷째 되도록이면 어릴 때부터 선비정신을 심어줘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끝으로 우리 모두 솔선해서 출발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지도층, 위정자가 먼저 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길이다.

옛날 선비들이 했던 것처럼 가까이부터 한 걸음씩 일신(日新)해가는 마음가짐이 핵심이다. 옛 성현들 말씀에도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알면 도(道)에 가깝다고 했다. 많은 국민들이 선비정신을 함양하며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겠다.

글 · 김병일(도산서원 원장,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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