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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 토론한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청소년 보호법 폐지 등 사회이슈 놓고 갑론을박… 정부 당국자가 직접 답변도

2017.09.22 정책기자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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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였다. 수업시간에 학교 선생님은 종종 ‘적자생존’을 강조했다. 이 말은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이 살아남는다’로 어떤 환경에서든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한자 뜻을 뺀 우리말로 해석하면 ‘적어야 산다’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필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이다. 눈이나 귀로만 정보를 얻고 글로 적지 않으면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메모하는 일이 습관이 됐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적고,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상기하기 위해서다. 수필 ‘메모광’의 주인공은 찢어진 신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었다고 한다. 그만큼 무언가 적는 일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적는 일은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다. 조선시대에는 주변의 잘못된 일이나 자신의 하소연을 알리기 위해 신문고가 적극 활용됐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은 주장관이나 관찰사에서 신고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신문고를 직접 울리게 했다.

오늘날에는 국민신문고, 소비자상담센터 등 다양한 창구가 개설돼 국민들의 권익이 보장되고 있다. 실제로 ‘청원법’ 3조와 4조에는 국민이 청와대에 법률, 명령, 조례, 규칙 등의 제·개정 또는 폐지를 청원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가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 적으면 이루어진다? 청원 게시판 ‘인기’

청와대가 운영하는 청원게시판 메인화면 캡쳐.
청와대가 운영하는 청원게시판 메인화면 캡쳐.
 

지난달 19일 문을 연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아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다. 이 게시판은 우리 사회의 난제라고 할 수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밝히는 토론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의 청원게시판에는 1만4,015건이 올라왔다. 외교·통일·국방/유아·교육/인권 등 분야별로 다양한 게시글이 몰려 국민들의 관심사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창구가 됐다.

청원은 시민이 정부에 원하는 사안을 작성해 게시판에 게재하는 방식이다. 게시물을 본 시민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과 같을 경우 게시판에 있는 ‘동의’ 버튼을 눌러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SNS에서 널리 활용되는 ‘좋아요’ 기능과 무척 닮아있다.

글 작성도 간편하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별도의 가입 절차없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 중 하나를 선택해 로그인하면 된다. 정부는 공신력과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추천을 받고 국정 현안으로 분류된 청원’은 관련 부처 당국자가 답변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글 등은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운영에 도움될 수 있는 내용이라면 누구나 청원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게시판의 특징이다.

■ 인기 청원글 대부분 국민 관심 사안들

‘청소년 보호법’폐지를 촉구하는 청원게시판의 인기글.
‘청소년 보호법’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게시판 인기글.
 

일정 이상의 지지를 받은 ‘베스트 청원’ 목록을 보니 최근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뜨거운 감자’들이었다. 리스트에는 최근 이슈가 된 청소년 폭력 사태와 여성 집값 지원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청소년 보호법 폐지는 청소년 강력 범죄에 따른 법제도 변화 요구와 미성년자에 대한 법적 보호 가치가 대립하고 있어 일부 사회적 요구가 있음에도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문제다.

‘여성 군복무 청원’과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역시 쟁점 사안으로 이에 동의하는 시민들이 입장을 밝히고 지지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행동을 적극 촉구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새로운 토론 공간, 직접 민주주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색 청원도 주목을 끈다. 축구대표팀의 무기력한 경기력을 지적하며 2002년 월드컵 당시 국가대표 축구팀 사령탑을 맡은 네덜란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재임용하라는 청원이었다.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청원을 통해 관심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혼 후 처가의 호칭을 높이자는 청원도 관심을 끈다. 게시자는 ‘도련님’ 같이 시댁의 호칭은 ‘님’ 자가 들어가지만 처가는 ‘처제’, ‘처형’에서 보듯 ‘님’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성평등과 가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선 호칭을 평등하게 불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 보완해야 할 점도 남아

그러나 청원게시판에도 몇 가지 개선점이 노출됐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는 ‘일정 이상’ 지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 베스트 청원이라고 하지만 내용이 부실하거나 감정적으로 쓴 글도 있다. 때문에 어떤 청원을 국정운영으로 삼아야 할지 보다 실질적인 분류법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같은 게시물을 여러차례 올리는 청원도 문제도 지적된다. 일부 사람들이 주목을 끌기 위해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작성하는 경우다.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청원이 올라는 상황에서 이 같은 글은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취임 100일을 맞아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취임 100일을 맞아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부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국정운영에 반영한다는 계획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세부 방법 중 하나가 청원게시판 운영일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국정운영에 참가하고, 진정한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도 노출된 개선점을 해결해 청원문화가 개선되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최종환
정책기자단|최종환jhlove2412@naver.com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혼자 열심히 하는 사람, 함께 하는 사람, 함께 해서 남을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함께 꿈꾸고 소통하고 남을 도와주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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