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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생각한다] 노인, 늙는게 죄인가

절반쯤은 건강때문에 "외롭고 쓸쓸"

어려운 노인들 위한 사회안전망 정비 서둘러야

200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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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노인의 삶은 우리의 미래 모습이다.@농림부

한 할머니가 복지관에 전화를 걸어 묻는다. "노인 대학은 아무나 다닐 수 있나요?" "그럼요~" "그럼 수업 중에 애도 봐주나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시대 할머니의 모습이다. 맞벌이하는 부부 대신 어린 손주들을 돌봐주느라 막상 자신의 여가를 즐길 틈은 없다.
그러다 손주들이 자라 머리가 굵어지면 찬밥신세다. 한지붕 아래 같이 살아도 맞벌이하는 아들 며느리(혹은 딸 사위)들은 얼굴 한번 마주치기 힘들고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무시하기 일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396만9000명으로 전체 인구 중 7.9%에 이른다. 고령인구가 7%를 넘어서 면 '고령화 사회'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2019년에는 노인인구가 14.4%에 달해 '고령사회'에 도달하고 2026년에는 20%대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과연 어떤 존재들인가. 자신의 미래이기도 한 고령화사회의 노인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향후 자녀와 같이 살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에 ‘같이 살고 싶다’가 53%, ‘같이 살고 싶지 않다’가 45.8%로 나타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노인이 자녀와의 동거를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가 자유롭기를 원하는 노인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노인들은 ‘자신을 위해 혼자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 싶지만 자식들이 불편해 할까봐’ 혼자 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송옥자 할머니(72세)는 조그마한 아파트 하나를 얻어 8년 전 분가했다. 아들은 전화 한 통 없다. 같이 살 때도 같은 회사에 다니는 며느리와 아들은 한 지붕 아래 산다는 것 뿐이지 얼굴조차 마주치기 힘든 남남이었다. 함께 불편하게 사느니 외롭더라도 혼자 사는 것이 피차 나을 것이라 생각했던 할머니의 속뜻을 자식들은 모른다.
많은 노인들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 '할머니의 오후'@강낙용

빈곤, 질병, 고독, 역할 상실은 노년기에 맞는 가장 대표적인 어려움이다. 이 중에서도 고독은 노년기가 맞는 가장 심각한 문제다. 절반 이상의 노인이 혼자 살고 있고, 또 가족들과 같이 산다고 해도 대화 없이 사는 경우가 대부분.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 받기 일쑤다.

노인복지사들의 모임인 어사연(어르신을 사랑하고 연구하는 모임)에서 노인 1000 명을 대상으로 1:1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 노인 중 54.7%는 ‘자신의 역할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나 가정에서는 어르신들의 이런 생각을 외면한다. 그저 따뜻한 햇볕이나 쬐면서 시간을 보내는, 전혀 역할이 없는 존재로 치부해버린다.

그러다 보니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매일 7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노인 학대도 이젠 놀라운 얘기가 아니다. 노인학대 상담전화(1588-9222) 운영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노인학대 건수는 2001년 384건이다가 2002년 778건으로 늘었으며 2003년 7월말 현재 1,830건으로 급증했다.

그렇다면 노인들이 행복할 때는 언제일까. 어사연 설문조사에서 어르신들은 현재 행복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46.5%가 행복하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는 가족 때문(35.5%)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반면 전체 응답 어르신 중 50%는 건강 때문에 외롭고 쓸쓸하다고 답했다.

월 130만원 가량이 필요한 유료요양소에 입소하는 이들은 그나마 행복한 편이다.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중풍이나 치매에 걸려 돌봐줄 사람도 없이 홀로 지내도 주민등록 상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무료시설에 입소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부지기수다.

사람들의 관심 밖에 존재하는 노인들이다 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2003 인천 시민 생활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문제와 관련해 노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가 47%로 절반 가량 차지했다. 그 다음은 건강 12%, 외로움과 소외감 12%, 소일거리가 없음 10%, 직업이 없음 8.1%, 노인복지시설 부족 6.5% 순이었다. 한편 시나 사회단체로부터 받고 싶은 복지서비스 1순위는 ‘건강체크’(53%)라고 했다.

현재로서는 노인들을 위한 가족과 사회·경제적인 배려 중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것이 없는 실정이다.

반면 젊은이들은 점점 노부모 봉양을 꺼리고 스스로의 노후준비에만 신경쓰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노인문제에 대한 전통의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2002년 노부모 봉양에 대한 견해에서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가 70.7%로 98년보다 19.2%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답변은 9.6%로 1.5%포인트 높아졌다. 가족과 정부, 사회가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18.2%였다.

아직까지는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지만 10명 중 1명은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셈이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이제 노인의 생계와 복지는 이제 그들만의 책임으로 남겨두기엔 너무 벅찬 과제가 됐다.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들의 자녀에게 부담시킬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한시라도 빨리 젊은 시절의 여유를 저축해 그들이 늙었을 때 돌려 받을 수 있도록 연금체계를 갖추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정비해야 한다.

노인들도 '일을 원한다'. 지난 10월29일 서울시가 주최한 실버취업박람회장에는 3만여명의 노인구직자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무엇보다 여전히 ‘할 일’을 원하는 노인들에게는 일자리를 주어야 한다. 이른 정년퇴임으로 인해 인생의 후반 2~30년을 뒷짐지고 살아가는 것은 자신에게나 사회적으로나 아까운 일이다.

새해 들어 정부는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종합대책을 수립 발표했다. 경로당이나 노인복지회관 운영비도 일부 지원하고 노인을 위한 전문요양시설 등도 늘린다고 한다. 또 가정봉사원파견센터나 주간ㆍ단기보호시설도 대폭 확충, 가족ㆍ정부의 비용부담을 줄이면서 건강한 노후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기준을 개선, 복지 사각지대를 축소하겠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노인 일자리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 창출은 노인들에게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한 대안이다. 정부는 당장 2만여 개의 일자리를 노인들을 위해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지자체, 관련 단체가 취업박람회를 여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시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자체 설문조사�d 통해 많은 노인들이 일하기를 원하며, 되도록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단순노무를 하고자 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청소 사각지대로 방치돼 온 뒷골목 청소를 노인들에게 맡김으로써 노인 취업 문제와 환경 정비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인정을 받아 전국의 모델로 퍼지게 됐다.

노인은 다 쓴 소모품이 아니다. 제2의 인생을 맞은 이들일 뿐이다. 다만 체력이 떨어지고 아프면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일 뿐 그들의 인생경험과 평생 닦아온 기술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스스로 노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슬퍼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노인’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관심이 필요한 이들일 뿐이다.

젊은 세대들은 아직 자신에게 닥치지 않은, 그러나 언젠가는 찾아올 노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인들을 바로 쳐다보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고령화사회 한국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취재 : 최미랑 (withrang@new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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