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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의 삶에 허락된 '잠시 멈춤'…인문열차버스 중장년을 위한 이동형 인문 여행 '인문열차버스' 작년에 차일피일 미루다 그만 신청 기회를 놓쳤던 인문열차버스를 올해는 반드시 타기로 결심했다. 필자가 탑승했던 인문열차버스는 종착역까지 질주하지 않고, 중간에 잠시 멈춤을 허락한다. 인문열차버스는 중장년층을 위한 인문 여행 프로그램이다. 중장년층은 청년과 노년을 잇는 세대지만, 청년과 노년에 비해 정책의 초점에서는 종종 비켜나 있다. 가정과 일터에서 중심 역할을 해온 그들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다. 2025 인문열차버스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지역에서 인문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변화를 꿈꿀 수 있는 치유와 회복의 여정으로, 1박 2일간 4개 권역(영남권, 강원권, 수도권, 충청권)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2025 인문열차버스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지역에서 인문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변화를 꿈꿀 수 있는 치유와 회복의 여정으로, 1박 2일간 4개 권역(영남권, 강원권, 수도권, 충청권)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영남권에는 인문열차가, 수도권·강원권·충청권에는 인문버스가 달렸다. 전국에서 모인 참여자들이 사당역 공영주차장에 집결해서 2개의 조로 나뉘어 1박 2일 여정을 함께 했다. 필자는 마지막 충청권 인문버스를 선택해서 12월 13일부터 1박 2일간 여정을 함께했다. 출발지는 사당역이다. 전국에서 모인 참여자들이 사당역 공영주차장에 집결했다. 잔뜩 흐린 날씨만큼이나 각자의 마음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묻어 있을 것이다. ◆ 역사에서 삶으로, 인간 이순신을 만나다 첫 일정은 온양민속박물관에서 해설을 들으면서 우리의 전통 풍속인 관혼상제 전시를 살펴봤다. 첫날 일정을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시작했다. 사립 박물관이라는 안내가 무색할 만큼 넓은 공간과 2만 5,000여 점의 유물이 눈길을 끌었다. 해설사는 우리의 전통 풍속인 관혼상제 전시를 중심으로 과거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풀어냈다. 아기의 탄생과 함께 대문 앞에 내걸린 금줄에 담긴 출산의 의미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금줄에 담긴 출산의 의미, 혼례상에 올린 닭과 기러기의 상징, 상복과 제례에 깃든 슬픔과 효의 감정까지. 지금은 관혼상제 예식이 간소화되거나 생략되고 있지만, 과거엔 인생의 통과의례로 예식을 중요시했다. 박물관의 전시는 유물이 아니라 '살아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양모를 활용해 전통 탈의 모습을 재현하는 시간에 참여자들 모두가 각자의 탈을 꾸미느라 집중했다. 박물관 대강당에서는 양모 공예 체험이 이어졌다. 마지막 전시실에서 지역별로 전해지는 수많은 탈의 해학적인 표정을 구경했던 터다. 양모를 활용해 전통 탈의 모습을 재현하는 시간이다. 참여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탈을 꾸미느라 분주했다. 양모 끝에서 각자의 개성이 담긴 탈이 하나둘 완성됐다. 바늘로 양털을 꾹꾹 눌러야만 제법 탈의 모양이 잡혔다. 그 과정에서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었다. 완성된 탈의 뒤편에 자석을 붙여줘서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현충사와 인접한 충무공이순신기념관에서 '난중일기 속 인간 이순신'을 주제로 한 신병주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이어진 충무공이순신기념관에서는 신병주 교수의 강연이 진행됐다. 신병주 교수는 TV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어서 친숙했다. '난중일기 속 인간 이순신'을 주제로 한 강연은 위인의 업적보다 두려움과 선택의 순간에 초점을 맞췄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두 차례의 전쟁 속에서 이순신 장군은 명장으로 백전백승했지만, 그 또한 우리와 다름없는 인간이었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라고 말해야만 했던 장군의 심경을 따라가 보니, 참여자 각자의 삶에서 마주한 고비들이 겹쳐졌을 것이다. 인문열차버스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이유가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충무공 이순신 기념관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줄이 이어졌다.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강연이 끝난 뒤 각자 2개의 조로 나뉘어 각자의 선택에 따라 충무공 이순신 기념관이나 현충사를 둘러봤다. 갑자기 폭우로 변한 빗줄기에 많은 참여자들이 충무공이순신기념관 전시를 관람하는 것으로 했다. 신병주 교수의 강연을 경청한 뒤라서 전시물이 눈에 쏙 들어왔다.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 울림에서 글로, 내면을 향한 여정 숙소인 깊은산속옹달샘에서 싱잉볼 명상에 참여했다. 손바닥 위에 올려둔 싱잉볼을 채로 두드리자 은은한 울림이 미세한 떨림으로 전해졌다. 숙소인 '깊은산속옹달샘'에 도착하자 비는 어느새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둑해진 산속은 하얀 눈으로 환해졌다. 명상복으로 갈아입고 싱잉볼 명상에 참여했다. 손바닥 위에 올려둔 싱잉볼을 채로 두드리자 은은한 울림이 미세한 떨림으로 전해졌다. 그 울림은 몸의 곳곳을 지나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충주 시내는 비가 내렸지만, 숙소가 있는 산속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다음 날 아침, 향기호흡명상을 하면서 서로를 다독여주며 위로와 감사의 말을 하고 있다. 다음 날 아침의 향기호흡명상은 더 깊었다. 숨을 고르고 향을 느끼는 동안 마음의 속도가 한 박자 느려졌다. "그동안 사느라 정말 애 많이 썼어요. 두 팔을 교차해서 나를 안고 토닥토닥하면서 고맙다고 말해주세요" 라는 강사의 말에 대다수의 참여자들이 자신을 되돌아보다가 소리 내어서 울고 있었다. 필자도 울컥하다가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 깊은산속옹달샘 고도원 이사장은 인문 강연에서 '꿈, 그리고 꿈 너머 꿈'을 화두로 자신의 삶을 풀어냈다. 오후에는 깊은산속옹달샘을 운영하는 고도원 이사장의 인문 강연과 글쓰기 특강이 이어졌다. 고도원 이사장은 '꿈, 그리고 꿈 너머 꿈'을 화두로 자신의 삶을 풀어냈다. 일곱 교회를 개척한 아버지 아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가정에서의 성장기, 말문을 잃었을 만큼의 시련, 그리고 25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온 '아침 편지'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대통령 연설담당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승승장구했을 것 같았던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모든 이야기는 저점에서 시작된다. 굴곡이 있어야 삶도, 글도 힘을 얻는다" 라고 말했다. 글쓰기에 대해서는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일단 써야 한다" 라고 강조했다. 단어에서 시작해 초고를 쓰고, 사색과 명상으로 생각을 가다듬는 과정이 곧 글쓰기라고 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글도 쓸 수 없다" 라는 그의 말은 인문열차버스가 전하려던 메시지를 또렷하게 요약해 주었다. ◆ 벅적한 관광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시간 깊은산속옹달샘 갤러리 내부. 한 참여자는 퇴직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시점에 지금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충남 천안에서 혼자 참여한 기정애 씨(50대 후반)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침 향기명상" 이라며 "나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됐다" 라고 말했다. 그는 "퇴직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시점에서 이런 시간은 '지금 잘 살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만들었다" 라고 했다. 이어 "처음에 인문열차버스를 신청할 적엔 정확한 출처를 몰라서 망설였지만, 막상 와보니 제가 낸 세금이 아깝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라고 덧붙였다. 깊은산속옹달샘 카페 안. 부부 참여자는 관광 위주의 여행과 달리, 스스로를 정리할 여유를 주었다고 밝혔다. 경기 안산에서 부부로 참여한 김형석 씨(60대 초반)는 인문열차버스를 이렇게 요약했다. "벅적거리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시간입니다. 관광 위주의 여행과 달리 과거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정리할 여유를 줬어요" 라고 말했다. 아내 고지연 씨는 "민속박물관 해설과 체험, 이순신 강연, 명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1박2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인문열차버스'라는 이름이 이해됐어요" 라고 말했다. 다만 부부는 공통적으로 인문열차버스의 홍보 부족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김 씨는 "실제 인문열차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와봐야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인문열차버스 신청 단계에서 이전 인문열차버스 참여자의 경험담이 더 드러났으면 인문열차버스의 효과를 알 수 있어서 좋았을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부부는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또 참여하고, 주변에도 적극 권하고 싶어요. 그러면 너무 많이 알려져서 경쟁률이 높아질 수 있어서 걱정이긴 합니다" 라고 입을 모았다. 인문열차버스처럼 부부가 함께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 프로그램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 이동형 인문학, 중장년에게 필요한 정책 실험 깊은산속옹달샘 꿈너머꿈 도서관 안. 참여자들은 다음에도 또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인문열차버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중장년 대상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지역과 세대를 연결하는 '이동형 인문학'이라는 특징을 바탕으로, 인문 강연과 문화시설 탐방, 체험, 성찰·명상 프로그램을 결합했다. 참가자는 일부 비용만 부담하며, 숙박·식사·프로그램을 포함한 구성에 비해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인문열차버스 외에도 '길 위의 인문학', '지혜학교'를 비롯해 청소년·청년·중장년·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인문학 프로그램을 전국 도서관과 지역 문화공간을 통해서 운영하고 있다. 인문열차버스는 우리의 삶에 잠시 멈춤을 허락했다. 그 여운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서 우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버스에 오르면서 여행을 시작했고, 버스에서 내리니 생각이 남았다. 인문열차버스에 탑승할 때는 설렘이 있었다면, 하차할 때는 질문 하나가 마음에 남았다. "지금의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중년의 삶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답이 아니라, 이 질문을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인문열차버스는 그렇게, 우리의 삶에 잠시 멈춤을 허락했다. 그 여운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서 우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 2025 인문열차버스 프로그램 알아보기 ☞ 인문360 누리집(inmun360.culture.go.kr) 정책기자단|윤혜숙geowins1@naver.com 책으로 세상을 만나고 글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2025.12.29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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