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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순이, 가루쌀빵에 눈뜨다!

2023.09.19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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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빵을 무척 좋아했고 그 식성은 중년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 그런데 빵의 주재료가 밀가루이다 보니 기분 좋게 빵을 먹고 난 뒤가 늘 문제다. 매번 소화가 안 되는 더부룩한 경험을 하건만, 빵을 즐겨 먹는 식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의 평일이건만, 많은 사람들이 '2023 대한민국 농업박람회'를 찾아왔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의 평일이건만, 많은 사람들이 ‘2023 대한민국 농업박람회’를 찾았다.

지난 8월에 ‘가루쌀과 함께하는 건강한 빵지순례’ 소식을 접했다. 일부 동네 빵집에서 밀가루가 아닌 가루쌀로 만든 빵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침 9월 14일~17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에서 가루쌀빵 시식을 할 수 있다고 해 방문해보기로 했다. 

국내 기업이 쌀을 원료로 우수한 기술력을 더해 개발한 다양한 쌀 가공품이 전시되어 있다.
쌀을 원료로 우수한 기술력을 더해 개발한 다양한 쌀 가공품이 전시되어 있다.

9월 15일, 평일인데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이건만 정말 많은 사람이 ‘2023 대한민국 농업박람회’가 열리는 aT센터를 방문하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입장객의 눈에 띄는 곳에 ‘쌀홍보관’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쌀을 원료로 우수한 기술력을 더해서 개발한 다양한 쌀 가공품이 전시되어 있다. 

어떤 제품이 있을까? 유기농 쌀 시리얼, 명미당 인절미 흑임자, 우리쌀 춘장, 현미 베이글, 생어거스틴 소고기 쌀국수, 감자 치즈볼, 전복내장 영양밥, 달빛유자 막걸리, 톡생 막걸리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전시된 제품은 ‘2023 쌀 가공품 품평회’를 통해 선정된 제품이라고 한다. 제품 대다수가 쌀의 함량이 최소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쌀홍보관에서 가루쌀로 만든 마들렌을 시식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서 기다리고 있다.
쌀홍보관에서 가루쌀로 만든 마들렌을 시식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쌀홍보관’ 내부에서 달콤한 빵 냄새가 풍기고 있다. 하나둘씩 사람들이 쌀홍보관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줄이 길어지는 바람에 쌀홍보관 바깥으로도 길게 늘어섰다. 오후 2시 30분 정각에 가루쌀로 만든 마들렌을 나눠준다는 안내문을 본 사람들이다. 나도 얼른 대열에 합류했다. 

종이컵에 든 마들렌을 먹기 전 주변 사람들의 반응부터 살펴봤다. 마들렌을 입으로 가져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도 재빨리 마들렌을 먹었다. 가루쌀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동안 숱하게 먹어왔던 밀가루로 만든 빵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내 옆에서 빵을 시식하고 있는 일행에게 물어봤다. “가루쌀이라고 해서 뭔가 다른 맛을 기대했어요. 그런데 그동안 먹었던 빵과 차이가 하나도 없어요. 그렇다면 굳이 밀빵을 먹을 이유가 없어요. 당연히 글루텐이 없어서 뱃속이 편안한 가루쌀빵을 먹어야겠죠”라고 말한다.  

가루쌀로 만든 마들렌을 먹어본 일행이 밀빵과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루쌀로 만든 마들렌을 먹어본 일행이 밀빵과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밀가루에는 글루텐 성분이 있다. 글루텐(gluten)은 밀, 보리, 귀리 등에 들어 있는 글루테닌(glutenin)과 글리아딘(gliadin)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성분이다. 글루텐은 물에 용해되지 않는 성질을 갖는 불용성 단백질의 일종이다. 그런 글루텐이 있어서 밀가루 반죽을 쫄깃하게 하고, 빵을 만들 때 부풀어 오르게 한다. 

그런데 글루텐을 포함한 밀가루 음식은 소화에 어려움을 겪거나 아토피 우려가 있는 영유아식의 식품 원료로 적합하지 않다. 내가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으면서도 속이 더부룩한 게 글루텐의 영향이 컸다. 그런데 가루쌀빵은 글루텐이 없는데 맛은 기존의 밀빵과 차이가 없으니 나와 같은 빵순이에겐 더없이 좋았다.

가루쌀과 일반쌀을 비교해 보니 육안으로도 차이가 있다. 가루쌀은 작고 동글동글하게 생겼다.
가루쌀과 일반쌀을 비교해 보니 육안으로도 차이가 있다. 가루쌀은 작고 동글동글하게 생겼다.

‘가루쌀’은 쌀가루완 차이가 있다. 쌀가루는 물에 불려서 쌀을 가루로 빻는데 비해 가루쌀은 물에 불릴 필요 없이 가루로 빻을 수 있다. 쌀홍보관에선 가루쌀을 만드는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가루쌀은 일반쌀과 육안으로 본 모양 면에서도 달랐다. 일반쌀과 비교해 더 작고 동글동글하게 생겼다. 

가루쌀을 빻아서 손으로 만져보니 밀가루처럼 입자가 미세하고 부드러웠다. 가루쌀은 기존에 재배하던 쌀과 품종이 다르다.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분질 유전자 특허 등록에 성공함으로써 ‘바로미2’라고 부르는 가루쌀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가루쌀을 재배하게 된 연유가 무엇일까?

가루쌀을 빻아서 손으로 만져보니 입자가 밀가루처럼 미세하고 부드러웠다.
가루쌀을 빻아서 손으로 만져보니 입자가 밀가루처럼 미세하고 부드러웠다.

우리 농업의 근간이었던 쌀에 그 해답이 있다. 오랜 세월 우리의 주식으로 자리했던 게 쌀이다. 그런 쌀이 생산량에 비해서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다. 즉 쌀이 남아돌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밥 외에도 먹을 음식이 다양하고 풍부하다. 그래서 밥과 국, 반찬 등으로 상을 차리는 것보다 다른 간편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MZ세대와 같은 청년층은 어릴 적부터 쌀보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인 빵, 파스타, 피자 등 서구화된 음식을 즐겨 먹고 있다. 그들에게 밀가루 음식 대신 밥을 먹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 그렇다고 쌀 소비량에 맞춰서 생산량을 줄일 수 없는 노릇이다. 쌀은 식량 주권 및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우리의 자원이자 농민들의 생계 수단이다. 그렇다면 밀가루를 가루쌀로 대체하면 어떨까? 고심 끝에 농식품부의 ‘가루쌀 제품개발지원사업’이 나왔다.   

쌀홍보관에서 가루쌀로 만든 마들렌을 즉석에서 구워내고 있었다.
쌀홍보관에서 가루쌀로 만든 마들렌을 즉석에서 구워내고 있었다.

농식품부는 ‘가루쌀 제품개발지원사업’을 정책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먼저 전국적으로 가루쌀 재배를 확대하고자 한다. 2024년도 1만 헥타아르(ha, 1만㎡)의 가루쌀 생산단지를 모집한다. 또한 가루쌀로 만든 제품 및 메뉴를 늘려나가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15개 식품기업의 19개 가루쌀 제품 개발 및 지역 20개소의 40개 신메뉴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로써 내년에는 가루쌀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쌀홍보관에 가루쌀빵 신메뉴 품평회에서 수상한 여러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쌀홍보관에 가루쌀빵 신메뉴 품평회에서 수상한 여러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농식품부는 가루쌀빵 신메뉴 개발을 위해 지난 3월 30일 대한민국 제과명장, 지역 명인, 제과기능장 등을 대상으로 공모했다. 동네 빵집 19개 업체를 뽑았고, 각 업체는 가루쌀 특성을 반영한 76종의 신메뉴를 개발하였다. 이후 제과·제빵 전문가 15명, 소비자단체(한국부인회 총본부) 33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맛, 시장성, 창의성, 가루쌀 배합비율(가루쌀 외 밀가루 사용 불가) 등을 기준으로 해서 19개의 우수메뉴를 최종 선정하였다.

가루쌀빵 신메뉴 품평회에 선보인 제품 앞에서 사람들이 한참을 머물러 있다.
가루쌀빵 신메뉴 품평회에 선보인 제품 앞에서 사람들이 한참을 머물러 있다.

지난 8월부터 9월 17일까지 ‘가루쌀과 함께하는 건강한 빵지순례’를 진행했다. 전국 19곳의 동네 유명 빵집에서 만든 가루쌀빵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였다. 쌀홍보관에 가루쌀빵 신메뉴 품평회에서 수상한 여러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루쌀빵을 시식해 본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전시된 빵 앞에서 오랜 시간 머물고 있다. 서울에서도 3곳의 빵집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가루쌀과 함께하는 건강한 빵지순례’를 통해 가루쌀빵 신메뉴 품평회에서 수상한 여러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가루쌀과 함께하는 건강한 빵지순례’를 통해 가루쌀빵 신메뉴 품평회에서 수상한 여러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박람회장을 나와서 그 중 한 매장으로 갔다. 직원에게 가루쌀빵을 달라고 했더니 지금 4개 제품이 있다고 하나씩 보여준다. 진열된 빵에 이름표가 붙어 있고, 재료명에 가루쌀이 표시되어 있다. 직원은 소화가 잘돼서 가루쌀빵을 찾는 분들이 여럿 있단다. 

가루쌀빵 신메뉴 품평회에서 수상한 제품을 구입해서 먹어봤다.
가루쌀빵 신메뉴 품평회에서 수상한 제품을 구입해서 먹어봤다.

빵순이인 나도 질세라 종류별로 하나씩 빵을 구입했다. 박람회장에서 가루쌀빵을 시식했지만 양껏 먹지 못했다. 귀가하자마자 가루쌀빵을 꺼내어 먹어봤다. 여느 빵과 다름없이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그런데 빵을 자꾸만 입안으로 가져가도 뱃속이 더부룩하지 않다. 그게 신기했다. 빵이 아닌 밥을 먹는 느낌이랄까!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빵 하나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이러다 영원히 빵순이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나를 빵순이라고 불러도 좋다. 앞으론 빵을 실컷 먹어도 뱃속이 편안해진다면 기꺼이 빵순이를 자처하고 싶다. 이러다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고 해외까지 가루쌀빵이 호평을 받을 그 날이 곧 다가올 것만 같다.     



정책기자단 윤혜숙 사진
정책기자단|윤혜숙geowins1@naver.com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만의 감성으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메일 연락처: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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