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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절버스, 예산낭비 사례로 보기는 어려워

국내 버스산업, 문화 파급효과 감안해야

200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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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획예산처가 서울시의 굴절버스를 예산낭비 사례로 선정했다고 한다. 기획예산처는 굴절버스가 일반버스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고 수입품이기 때문에, 제때 수리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교통에 관심이 많은 본인이 보기에는 이것은 여러가지로 좀 아쉬운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의 굴절버스. ⓒ서울시

굴절버스는 한 대가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다목적, 다기능버스이다. 우선 굴절버스는 구조적으로 저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저상 구조란 바닥이 낮다는 뜻으로 기존의 버스가 두 계단을 올라 버스에 탈 수 있다고 할 때, 저상버스는 바닥에서 곧바로 탈 수 있다는 것이다.

굴절버스는 기본적으로 저상버스다. ⓒ서울시
요즘 장애인과 교통약자들에 대한 이동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저상버스는 필수적인 교통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안 그래도 정부에서 교통약자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상황인데, 굴절버스를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또한 굴절버스는 에너지와 비용을 줄이는 버스이다. 버스와 전철의 가장 큰 차이점이 전철은 각 전동차를 길게 연결하여 대량 수송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대량수송을 하면, 동력비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으므로, 효율적인 대중교통체제 구축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땅 밑에서 지하철이 이러한 역할을 한다면, 지상에서는 바로 굴절버스가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연료비도 줄이고, 기사 인건비도 줄이는 굴절버스가 단지 차량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예산낭비 사례로 지목 받는 것은 난센스다.

굴절버스와 BRT


그리고 굴절버스는 BRT라는 새로운 버스교통체계에 적합한 차량이다. BRT란 Bus Rapid Transit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첨단버스체제, 간선급행버스 등으로 번역되며, 한마디로 버스의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향상시켜, LRT(Light Rail Transit) 즉 경전철급의 서비스와 수송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 개선 대책이다.

굴절버스가 달리는 중앙버스전용차로. ⓒ서울시
BRT에서는 중앙버스전용차로, 환승센터와 같은 시설과, 준공영제 운영, 새로운 요금제도 같은 운영체계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구성되며, 결과적으로 버스의 서비스 질을 높이게 된다. 그런데 이 BRT체제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굴절버스이다.

BRT는 기본적으로 이동성 중심의 간선버스가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빠르게 달리면서 대동맥을 형성하고, 접근성 중심의 지선버스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실핏줄을 만들면서, 이 버스들을 환승센터에서 갈아타게 함으로써, 최적의 효율적인 버스노선망을 만들게 된다.

예전의 버스들은 점 대 점(Point-to-point) 방식이라고 하여, 목적지까지 바로 가는 버스들을 무수히 만들다 보니, 버스노선들은 마치 미로처럼 바뀌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되어 버렸고, 이로 인한 배차시간 증가 등의 서비스 질 하락으로 버스 시스템 전체가 공멸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나 BRT에서는 물류에서 가장 효율적인 네트워크로 판명된 허브-앤-스포크(Hub-and-spoke) 방식의 노선체제를 도입하여 간선과 지선이 협력하여, 버스노선의 총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새롭게 노선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허브-앤-스포크 구조의 노선을 이용하면, 승객들은 환승센터에서 무료환승을 통하여 다양한 간선과 지선노선을 이용할 수 있게 되므로, 종래에 비해 환승횟수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버스 서비스가 개선되며, 버스회사들의 수지도 개선되는 것이다.

점대점 방식(위)과 허브-앤-스포크 방식(아래)의 노선망 비교, 허브-앤-스포크가 훨씬 간단하고 효율적이다. 굵은 파란선 부분이 간선이다.

그런데 바로 이 허브-앤-스포크 구조의 버스노선체제의 핵심 수단이 굴절버스이다. 허브와 허브를 연결하는 대용량 간선 수송에 가장 적합한 것이 굴절버스이기 때문이다. 중앙버스전용차로는 버스 수용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곳에 자잘한 버스들을 투입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승객이 많은 곳에 지하철을 놓고, 적은 곳에 버스를 놓듯, 간선수송에는 대용량 굴절버스를 쓰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다.

지금 서울에서 굴절버스가 운행되고 있는 구간을 봐도, 470번, 140번, 160번 등 장거리 대수송 구간임을 알 수 있다. 이런 곳에 굴절버스를 쓰지 않고, 자잘한 버스들에 각각 기사를 태워서 운행시키며 중앙버스전용차로에 혼잡을 발생시키는 것이 오히려 예산낭비사례가 될 수 있다.

굴절버스의 파급효과


굴절버스의 또 하나의 가치는 바로 우리나라 교통문화와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굴절버스는 외국에서는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도 많다. 우리나라보다 못한 중국에서도 볼 수 있었고, 지하철을 만들 여력이 없는 중남미 국가에서는 굴절버스 중심의 BRT체제를 잘 구축하여 지하철 없이도 훌륭한 도시교통체계를 구축했다.

후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선진국에서도 굴절버스를 볼 수 있는데 미국 샌프란시스코도 대표적 사례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도시라서 도로가 잘 되어 있을 것 같지만, 도심의 도로들은 우리나라보다도 못하다.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중심가인 마켓가(Market Street)는 중앙버스전용차로를 포함하여 편도 2차선에 불과하며, 몇 곳의 대로를 빼고는 대부분 이와 마찬가지임에도, 굴절버스는 잘 운행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굴절버스.

이렇게 외국에서는 도로가 좁은데도 불구하고, 굴절버스를 잘 운행시키고 있는데, 도로 사정 때문에 우리나라에 맞지 않다는 주장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편견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다른 나라들이 잘만 타고 다니던 굴절버스를 그 동안 타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이제서야 사람들이 굴절버스를 타보고, 대용량 버스 수송의 편리함을 느끼면서 승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 일부러 굴절버스를 골라 타는 승객까지 나올 정도니 우리나라의 대중교통문화 선진화에 수입산 굴절버스의 기여는 충분히 평가받을 만한 것이다.

또 하나 우리나라에 기여한 점은 바로 관련산업의 파급효과이다. 국민들이 굴절버스를 모르니, 그 동안 자동차 회사에서도 굴절버스를 내놓을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외국산 굴절버스가 도입되며, 좋은 평가를 받자 우리나라 회사들도 부랴부랴 굴절버스를 준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버스 메이커인 현대자동차는 서울시에 굴절버스가 본격 도입된 2005년, 국산 굴절버스를 내놓았다. 특히 국산 굴절버스는 외국산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트를 조정하고 냉방능력을 높이는 등 외국산 굴절버스와 차별화하려는 모습까지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산 굴절버스. ⓒ현대자동차

굴절버스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버스 메이커의 이러한 변화도 없었을 것이니, 국내 버스산업 발전에 굴절버스 도입이 기여한 바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심지어 굴절버스 개념을 응용한 한국산 대용량 교통수단의 기술개발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연구중인 '도시형 연료전지 궤도차량시스템 기술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은 한마디로 기존에 디젤이나 천연가스인 화석연료로 달리던 굴절버스를 친환경 연료전지로 달리는 첨단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버스운전사가 앞으로 보면서 달리던 기존 방식에서, 도로의 상황에 따라, 스스로 조향을 하면서 유도주행을 하는 준자동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다.

도시형 연료전지 궤도차량의 모형. ⓒ철도기술연구원 전시물을 한우진 촬영

이러한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적은 첨단 시스템으로, 실용화된다면 버스와 전철의 장점을 취한 새로운 도시교통 시스템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사업 역시 우리나라에 굴절버스가 도입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효율적 교통수단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시작된 것이니, 굴절버스가 이저래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버스문화를 한 단계 올린 굴절버스


이처럼 굴절버스가 많은 비용들을 절감해주고, 우리나라 교통문화를 향상시키며, 심지어 관련산업에까지 파급효과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낭비 사례로 치부당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된다. 바로 앞만 볼 것이 아니라, 굴절버스가 장기적으로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들을 생각하면, 보다 너그럽게 굴절버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금도 서울의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누비며 승객을 열심히 나르고 있는 굴절버스가 우리나라 공공교통 발전에 더욱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국정넷포터 한우진ㆍ교통평론가 (ianhan@hanmail.net)

※ 국정넷포터가 쓴 글은 정부 및 국정홍보처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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