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으로 편지를 보내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우체통 말고도 SNS나 이메일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우체통의 사용 빈도 역시 확연히 줄었다. 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년 동안 전국의 우체통 수가 1/3로 줄었을 만큼 손편지를 보내는 일이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이다.
뭐든 빨리빨리 하는 게 대세가 되어버린 요즘이지만, 우체통으로 상징되는 느린 아날로그 감성을 잊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3월 29일 전국에 있는 우체통을 새롭게 단장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기존의 우체통을 깨끗하게 닦고, 훼손된 부분은 손질하는 등 봄을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청소도 하고 우체통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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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9일 전국 각지에서 우체통 정비 사업이 진행됐다.(제공=우정사업본부 페이스북) |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은 “국민들에게 친근한 우체통과 우편함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이어주는 상징물로서 국민들이 산뜻하고 청결하게 우체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번 작업을 진행했다.”며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도 좋지만 따뜻한 정이 살아있는 편지도 많이 애용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주 1회 ‘우체통 청소의 날’을 지정해 우체통을 운영·관리할 예정이다. 일주일에 한 번 물청소를 하고 페인트칠 점검을 하는 등 이전보다 더 청소에 공을 들인다는 방침이다.
서울우정청 김영태 주무관은 “우체통이 주로 도로변에 있다보니 먼지가 많이 쌓여 미관상 좋지 않았다. 실제로 물청소까진 아니어도 집배원분들께서 매일매일 먼지떨이를 하고 있다.”며 “주 1회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지속해서 우체통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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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체통은 대부분 도로변에 있기 때문에 먼지가 쌓일 위험이 높다. |
이번 우체통 정비사업은 우체국 시설 전반에 대한 환경 정비의 목적도 있다. 이에 따라 지역민들의 수요를 반영해 우체통과 우편함을 설치하고 우편차량과 이륜차 같은 집배 장비를 정비하는 등 우체국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환경 정비가 함께 진행됐다.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http://www.koreapost.go.kr)에서는 자신의 집 근처에 우체통이 어디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해 ‘우체통 위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혹은 서울지방우정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우체국 위치 찾기’ 코너를 클릭하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직접 집 근처 우체통 위치서비스를 이용해보았다. 우체통 위치서비스를 클릭해보니 곧바로 위치 추적 창이 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필자가 사는 부천을 클릭한 후 검색해보니 집 근처에 위치한 우체통을 지도를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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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사업본부와 서울지방우정청 사이트를 방문하면 이와 같이 우체통이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우체통이 없어졌는데도 여전히 우체통이 있다고 표시된 곳들이 있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지도와 함께 주변에 특징이 될 만한 장소를 글로 설명해놓고 있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체통을 자주 이용한다는 주부 김미리 씨는 “한 달에 한 번 친구나 남편에게 우체통을 통해 편지를 전한다. 매일 보는 사이지만 이렇게 우체통을 통해 편지를 전하면 말로는 할 수 없는 얘기를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의 바람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실제로 정부에서는 1년 후에 도착하는 이른바 ‘느린 우체통’을 만들어 전국에 설치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09년 영종대교에 처음 설치된 이래 제주 올레길 등 전국 관광명소 50곳에 ‘느린 우체통’이 설치돼 있다. 서울 북악스카이웨이에 설치된 ‘느린 우체통’의 경우 처음 설치된 시점에 무려 2,500명이 이용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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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에 대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느린 우체통’이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우체통을 거의 이용할 일이 없는 필자에게 우체통은 기억 속에 잊혀져가고 있는 물건이었다. 우체통을 굳이 이용하지 않고도 편지를 전달할 수 있기에 그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우체통 입 속으로 꿀꺽 집어넣기 전까지 가졌던 긴장감과 설렘이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밤새 고심해서 적은 편지에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다리며 길을 걷다가도 몇 번이고 우체통을 바라봤던 기억들이 새삼 떠올랐다.
이번 취재과정에서 우정사업본부 페이스북(/epost.kr)을 자주 들여다봤는데, 예상 외로 많은 댓글이 올라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댓글의 대부분은 우체통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응과 함께 손편지의 소중함을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들이었다. 이번 정비 사업을 계기로 손편지의 소중함이 국민들 사이에서 더 많이 공유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또 어떤때는 독약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