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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리에서 발견한 새로운 세계

[10월 문화가 있는 날 ④] 강연과 음악이 결합된 음악토크쇼 ‘듣기의 인문학’

2015.10.30 정책기자 손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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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달리 청각은 우리의 전체성을 회복시키고, 단절을 극복합니다. 시각이 내 시야 안에 들어온 공간을 분할하여 받아들인다면, 청각은 공간을 공유하고 전체를 채웁니다. 소리의 속성은 우리 삶을 여유 있고 부드럽게 만들지요.”

‘문화가 있는 수요일’을 맞아 색다른 프로그램을 찾아가 보았다. 강연과 음악이 결합된 새로운 토크쇼 ‘듣기의 인문학’이다. 

‘음악미학(音樂美學)’이라는 제목으로 뮤지션이 음악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주관해 마련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명동 롯데시네마 애비뉴엘에서 이한철, 김양평, 문학수, 하림, 고영배, 김가온, 조진주 등이 자신에게 영감을 준 음악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 올해 3월부터다.

강연과 음악이 결합된 새로운 음악토크쇼, 소리의 인문학
강연과 음악이 결합된 새로운 음악토크쇼, 듣기의 인문학.

10월의 ‘음악미학’은 인디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으며, 계원예술대학교 사운드 디자인 전공 교수이자 시인인 성기완 교수가 이 세상의 소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삶의 질에 소리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인문학적 차원에서 바라보았다.

“소리는 내 앞과 뒤를 실타래처럼 칭칭 감아 둘러싸고 공간 전체로 확장됐다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시각과 달리 청각은 뒤에서 나거나 밖에서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앞뒤로 분할되었던 공간을 복원시키지요.”

성기완 교수는 롯데시네마 영화관의 관람석 뒤와 옆으로 가서 소리를 내는 퍼포먼스를 했다. 청각과 시각의 차이를 알려주기 위한 첫 퍼포먼스였다. “21세기는 뒤가 허한 시대입니다. 소리는 뒤를 복원하지요. 전체성을 복원해주는 것이 청각입니다.”

성 교수는 서울역사가 문화역서울 284로 바뀐 후 개관 공연으로 ‘서울 사운드 아카이브 프로젝트(Seoul Sound Archive Project, SSAP)’를 선보였다. 서울역 주변에서 나는 소리를 리듬 있는 음악으로 탄생시켜 서울역 관련 사진들과 함께 전시했다. 일상적인 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서울역뿐만 아니라, 동대문 시장, 인사동에서 이질적인 소리를 모아 음악으로 만들어 보았다. 소리도 등고선이나 지도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각적인 그림(landscape)뿐만 아니라 청각적인 그림(soundscape)를 만들 수 있다.

소리의 풍경을 그림으로 나타낸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소리의 풍경을 그림으로 나타낸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일상의 소리가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성 교수는 덕수궁 석어당에서 차 마시는 소리를 녹음했다. 찻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졸졸졸 물 따르는 소리 등도 리듬을 만들며 음악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도심의 차 소리를 따로 녹음하여 ‘바탕소리’로 더하였다. 소리에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것을 만들었다.
 

덕수궁 석어당에서 차 마시는 소리를 녹음했다
덕수궁 석어당에서 차 마시는 소리를 녹음했다.(사진=성기완 교수 제공)

공간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것은 각각 다른 곳에서 노래를 불러 다른 느낌이 나는 것으로 확인해본다. 박민희 씨가 ‘사랑거즛말이’라는 정가(正歌)를 덕수궁의 석어당과 중화전에서 각각 부른 것을 녹음으로 들어보았다. 각기 다른 울림이 나타나, 노래와 함께 공간을 듣는 듯 하다.

방에서 나는 소리를 지도로 만들어 보면, 늘 들어가는 방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소리 덕분에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서울역 주변에서 나는 소리를 시각적 지도로 만들었다
서울역 주변에서 나는 소리를 시각적 지도로 만들었다.

강연을 듣고 나오는 길에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은은한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 다른 세계가 열린 듯하다. 하루하루 단조롭던 일상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새로운 관점이 삶을 풍부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끼는 수요일이다.

 

정책기자 손희승(프리랜서) seansuemo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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