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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고린내 제거할 획기적 기술 있다고?

국립산림과학원 ‘은행나무 성감별 DNA 분석법’으로 세종로 가로수길 조성~ 중국에 특허까지

2015.12.02 정책기자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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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목이 황금 궁궐로 변신을 이룬 때// 한줄기 미풍에도 얇은 금편(金片)들 떨어져 내려/ 땅바닥은 사방에 금빛 멍석 깐 듯/ 목욕재계하고 그 위에 호젓이 단좌하고 싶다// 알몸인 이 몸에 그 정결한 금편들 닿으면/ 녹아서 이내 부드럽게 금칠하리…(중략)”
 
위 시는 박희진 시인의 ‘방학동 은행나무’ 시 내용의 일부이다. 시에서 노래하듯, 은행나무는 우리의 인식 속에 가을철 황금빛 낭만과 같은 상징으로 자리잡아 왔다. 출근길, 혹은 이동 중 길거리에 켜켜이 쌓인 노란 은행잎을 밟고 걷고 있노라면, 마치 가을이 수줍게 ‘자박자박’ 소리를 내며 따라오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한다.
 
 
늦단풍철을 맞아 11월이 지나 뒤늦게 물든 은행나무길.
은행나무는 가을에 노란 단풍잎을 뽐낸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은행나무는 익히 도심 가로수로 활용하기에도 장점이 매우 많은 나무로 알려져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도 강할 뿐만 아니라, 도심 속 이산화탄소와 중금속 흡수율도 뛰어나다. 도시 미관과 환경 효율 모두를 충족하는 도심 가로수로서 이만한 나무도 또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을철이면 암나무에 달린 열매 특유의 냄새가 불쾌감을 유발하고,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 또한 늘어가고 있다. 은행나무 열매는 암나무에서만 열리는데, 곤충과 동물로부터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 은행 열매 과육에 생성되는 독성 물질이 바로 악취를 유발하는 것이다.
 
다른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뿜는 은행나무의 독성물질은 악취를 유발하기도 한다.
다른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뿜는 은행 열매의 독성 물질은 악취의 원인이기도 하다.

“아유, 은행나무 좋아 보이는 것도 다 옛말이지. 집 앞에 은행 열매 냄새 이거 어쩔 거야? 요 며칠 비가 와서 그래도 냄새가 좀 씻겼나 했는데 웬 걸, 멀쩡히 달려있던 열매까지 빗줄기에 죄 떨어져서 더 냄새나는 것 같아. 젖은 길바닥에 사람들 발길에 짓물러진 열매 냄새까지 섞여 더 문제야.”
 
“학교 가는 언덕길에 은행나무길이 펼쳐져 있는데요, 비가 오고 난 뒤에도 씻기지 않고 계속 남아있는 열매 얼룩 자국과 과육 찌꺼기가 보기에 그리 좋지는 않아요. 그리고 제가 실수로 길에 떨어진 은행 열매라도 구두 굽으로 밟게 되면 그 냄새가 강의실까지 따라올 것만 같아 내내 찜찜해요.”
 
11월 중순에 걸쳐 내린 단비가 지난 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어느 이웃 아주머니께서는 단지 앞 수북이 젖은 은행 낙엽과 열매 더미에 낭만 대신 불만을 한자락 늘어놓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같은 동네에 사는 고등학교 후배 김보미(22) 씨 역시도 푸념을 하며 구두 굽을 바닥에 문질렀다.
 
사람들의 발길과 빗물에 뭉개져 길바닥을 더럽히고 있는 은행나무 열매 흔적들.
사람들의 발길에 뭉개진 은행 열매들로 더러워진 길바닥.

이와 같이 도심 환경 정책상 애용해오던 은행나무 식재가 열매에서 비롯된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하며 이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마 가장 보편적인 은행 열매 처리법은 시민들이 은행 열매를 주워가거나 관리사무소 혹은 구청에서 떨어진 은행 열매를 치우고 수거하는 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지자체마다 일부러 은행줍기 행사를 열어도 반응이 미지근할 정도로, 예전에 비해 은행 열매 줍기에 대한 인기도 줄어가고 있다. 열매를 일일이 치우는데도 한계가 있는 점 또한 물론 제기된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참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은행나무 암수감별법’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1년에 개발에 착수한 이 방법은 어린 은행나무의 잎을 이용, DNA를 분석해 암나무와 수나무를 조기에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의하면 이 기술은 암나무에는 없고 수나무에만 있는 ‘SCAR-GBM’ 표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1년생 이하의 어린 은행나무에서도 암·수를 정확히 구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통 은행나무가 15년 가량 자라야 암수 구분이 가능했었지만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식재 전 단계부터 수나무를 구별해 식재 사업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의 특허 기술로 이제 어린 나무의 잎만 보고도 은행 나무의 성별을 분별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특허 기술로 어린 나무의 잎만 보고도 은행 나무의 성별을 분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에 힘입어 2013년 5월, 서울 세종로 은행나무 가로수길 조성사업에서 ‘은행나무 성감별 DNA 분석법’을 활용해 수나무의 선별·식재가 이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지하철역 주변과 같이 시민 통행이 많은 지역 등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은행나무 교체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말, ‘은행나무 성감별 DNA 분석법’이 중국까지 진출해 국제 특허를 취득했다. 우리나라의 은행나무 암·수 구분 기술의 중국 특허 등록이 갖는 의의는 중국이 은행나무 원산지이자 세계 최대 은행 생산국이란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과 홍용표 과장은 “이번 중국 특허 등록은 은행나무 원산지인 중국에서 관련 기술을 우리가 선점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이를 계기로 한국의 은행나무 산업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측은 암은행나무 열매를 소득원으로 하는 재배농가의 수익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2013년부터 열매가 열리지 않는 수나무 식재 사업이 이루어진 서울 세종로. 은행 열매 악취가 전혀 나지 않고 열매 얼룩도 전혀 없는 깨끗한 길이었다.
2013년부터 열매가 열리지 않는 수나무 식재 사업이 이뤄진 서울 세종로. 은행 열매 악취가 전혀 없었고, 길바닥에 떨어진 열매 얼룩도 없어 깨끗했다.
 
하지만 수나무 식재 및 교체 사업의 비용 부담 때문에 단시간 내 은행 열매 문제를 깔끔히 해결하기엔 어렵다는 시민들의 의견도 있다. 이에 지역마다 열매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그물망 혹은 받침대 설치를 검토하는 한편, 시민들도 열매가 맺히기 전 은행나무의 조기 낙화를 유도하는 친환경 기법 제안 등의 다양한 의견을 꾸준히 건의 중이다.

 



김연수
정책기자단|김연수siren7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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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간의 이해와 공감을 소중히 여기는 서울 토박이.
뮤지컬, 미술을 좋아하며 지식재산권 분야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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