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 가는 곳, 만나는 사람은 거의 정해져 있다. 그 틀을 깰 수 있는 건 여행뿐이다. 정서적 환기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떠나는 거다. 짐을 싸고, 정해진 길에서 살짝만 벗어나면 그만이다. 행복해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여행은 설레임을 쫓는 일이다. 짐을 싸는 순간 마주한 세상의 중심엔 선명한 ‘봄’이 있다. 망설임 없이 떠나 가슴을 채워보자. 일탈의 짜릿함에서 얻은 추억으로 한동안 고고하게 버틸 수 있을 거다. 고민하는 사이, 기어코 봄은 사라진다. 마침 4월 29일부터 5월 14일까지 봄 여행주간이다.<편집자 주>
눈 앞을 가리는 미세먼지에 숨이 턱 막힌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는 답답함을 배로 만들고, 올라가는 불쾌지수에 작은 일 하나하나 짜증이 밀려온다. 답답하고 더운 날씨의 연속,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찾아 무작정 떠나고만 싶다. 다가오는 여름을 피해 봄을 찾아 떠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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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 할인 혜택 등이 가득한 2017 봄 여행주간이 시작됐다.(사진=봄 여행주간 홈페이지) |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절호의 기회가 여기 있다. 빽빽한 빌딩 숲을 벗어나 봄바람 불어오는 국내 여행지로 떠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봄 여행주간. 무작정 여행을 떠나도 될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다가오는 연휴를 맞아 다양한 할인 혜택부터 다채로운 국민 참여 프로그램, 이벤트까지 전국이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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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는 전국의 테마 코스들.(사진=대한민국 구석구석) |
39개 지자체가 참여한 10개 테마 코스 중 나에게 맞는 여행 코스는 어디일까? 각각의 코스가 저마다 매력을 뽐내고 있지만, 도시를 벗어나 무작정 떠나는 여행인만큼 바닷바람을 쐬러 가는 것도 좋을듯하다.
현재 진행중인 10개 코스 중 바닷 바람을 만날 수 있는 코스는 ‘섬과 바람’, ‘해돋이 역사기행’, ‘남도 바닷길’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통영과 거제를 담은 ‘섬과 바람’ 코스가 눈에 들어온다. 섬 하나하나 애써 수놓은듯한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섬과 섬 사이를 넘실대는 봄바람, 거기에 스릴 넘치는 액티비티 루지까지. 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던 통영의 매력을 보고 있노라면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만 싶다. 그래, 이번 여행은 무작정 통영으로 떠나보는거다.
시내 곳곳에 바다 내음이 배어있는 통영은 풍부한 볼거리에 비해 조그마한 도시라 할 수 있다. 특히 어느 곳 하나 빼먹을 수 없는 관광지가 줄을 지어 있고, 관광지 대부분이 걸어서 이동 가능한만큼 차 없이도 무작정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도시라 할 수 있다. 바다내음 가득한 봄바람을 맞으며 걷는 남도여행,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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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케이블카에 올라 탁 트인 한려수도를 조망해보자. |
벽화가 그려진 서피랑부터 한려수도를 한 눈에 내려다보는 케이블카까지. 통영은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욕심이 앞서는 곳이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둘러보도록 하자.
가장 먼저 들를 곳은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다. 국내에서 가장 긴 길이(1975m)를 자랑하는 케이블카에 올라타면 무서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탁트인 한려수도 해상공원을 내려다보는 순간 무서움은 단번에 가신다. 약 10분간의 케이블카 탑승이 끝나면 460m 높이의 미륵산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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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대에 오르면 한산도, 비진도, 매물도 등 한려수도의 구석구석이 한 눈에 들어온다. |
케이블카에서 내려 5분 정도 올라가면 신선대 정상이 나온다. 신선대에 오르면 통영 시내와 바닷가가 한눈에 보이는데, 시원한 바닷바람만큼이나 시원한 전경에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어느새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날씨가 좋은 날에는 비진도, 소매물도, 거제도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한 눈에 들어오는 한려해상의 장관은 통영 신선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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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개국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루지. |
한려수도의 장관을 뒤로하고 미륵산에서 내려오면 곧바로 통영 루지가 보인다. 통영에서만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 루지는 총 1.5km의 코스를 카트를 타고 내려오는 액티비티다.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쾌감은 두 말할 것 없고, 빠르게 달리는 카트에 몸을 싣고 바닷바람을 맞는 재미는 오직 통영 루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케이블카와 루지를 통해 통영 시내를 먼 발치에서 구경했다면, 이제 통영 시내로 직접 들어가볼 차례다. 한려수도 케이블카에서 차로 약 15분, 버스로 약 20분 정도 이동하면 통제영이 나온다. 조선시대 경상, 충청, 전라 3도의 수군을 지휘하던 통제영은 조선 해군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던 위용을 여전히 가득 담고있다.
하지만 통제영이 항상 지금의 모습을 지켜왔던 것은 아니다. 통제영은 일제강점기 시대 일제에 의해 헐어내서 치워지기도 했는데, 2000년부터 13년간의 긴 복원 사업을 통해 과거의 당당한 모습을 되찾게 됐다. 과거의 모습을 되찾은 통제영.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올라섰던 통제영에서 한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충무공의 마음을 이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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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계단에는 벽화와 박경리 어록이 새겨져있다. |
한편, 통제영의 세병관을 기준으로 서쪽 벼랑을 서피랑, 동쪽 벼랑을 동피랑이라 부른다. 99계단으로도 유명한 서피랑은 최근 각종 TV 프로그램에도 소개되는 등 익숙한 여행지로 자리잡았다. 99계단에 칠해진 벽화와 서포루에서 내려다보는 통영 시내, 5옥타브의 피아노 계단 등 서피랑은 여러 매력을 자랑하지만,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매력은 소설가 박경리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서피랑 근처에서 나고 자란 박경리에게 서피랑은 유년시절 그 자체인만큼 애틋한 장소였다. 영화와 드라마로도 각색된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 바로 서피랑이었으며, 서피랑 마을 골목은 ‘박경리 문학동네’라고도 불린다. 특히 서피랑의 자랑, 99계단과 그 벽에는 온통 박경리의 글귀로 가득차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99개의 계단인데, 박경리의 어록과 함께 차근차근 오르다보면 순식간에 계단의 끝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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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영의 서쪽 벼랑, 서피랑. 서포루에 오른 이순신 장군은 한산 앞바다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
99계단의 끝자락, 서포루에 올라 통영 시내를 내려다보면 신선대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른 통영의 풍경이 나타난다. 통영 시내에서 바라보는 포근하고 자세한 느낌의 통영. 바다로 둘러싸인 아늑함과 작은 골목골목 들어찬 벽화는 편안하고 푸근한 느낌을 자아낸다. 통영의 정취를 느끼며 풍경을 관람하기도 잠시, 서포루에서 내려와 10분 정도 걸어가면 싱싱한 횟감과 꿀빵 그리고 통닭 튀기는 냄새가 가득한 통영중앙시장이 나온다.
통영중앙시장의 으뜸은 단연 매일 아침 들어오는 싱싱한 활어회라 할 수 있다. 거기다 통영중앙시장의 전통과 함께해 온 통닭, 통영에서만 맛볼 수 있는 족발, 그리고 꿀빵까지 다양한 음식들로 배를 채우다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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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이순신 공원.(사진=통영시) |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소화를 하러 산책을 떠나 보자. 통영중앙시장에서 자동차로 약 6분 정도 이동하면 통영 동쪽에 위치한 이순신 공원에 도착할 수 있다. 바다와 산을 이용해 조성된 이순신 공원은 해안가를 따라 꾸며진 산책로가 인상적인데, 낮에는 따뜻한 햇살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 밤에는 은은한 밤바다 분위기와 시원한 바닷바람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가벼운 산책부터 30분~1시간의 도보 코스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이순신 공원은 편안함과 특유의 분위기로 통영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연금술사’를 저술한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는 ‘여행은 용기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파울로 코엘료의 말처럼 여행은 탁! 떠나보는 거다.
시원한 봄바람, 즐길 수 있는 놀거리, 맛있는 먹거리가 당신을 기다리고있다. 답답한 빌딩 숲을 지나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통영으로 탁! 떠나보는건 어떨까? 봄 여행주간, 통영의 바다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서준영 sjy93111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