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누구에게나 확 열려 있는 그곳

[봄 여행주간] 열린 관광지 ‘세미원’서 봄을 만끽하다

2017.05.12 정책기자 진윤지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하는 일, 가는 곳, 만나는 사람은 거의 정해져 있다. 그 틀을 깰 수 있는 건 여행뿐이다. 정서적 환기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떠나는 거다. 짐을 싸고, 정해진 길에서 살짝만 벗어나면 그만이다. 행복해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여행은 설레임을 쫓는 일이다. 짐을 싸는 순간 마주한 세상의 중심엔 선명한 ‘봄’이 있다. 망설임 없이 떠나 가슴을 채워보자. 일탈의 짜릿함에서 얻은 추억으로 한동안 고고하게 버틸 수 있을 거다. 고민하는 사이, 기어코 봄은 사라진다. 마침 4월 29일부터 5월 14일까지 봄 여행주간이다.<편집자 주>

하늘하늘 연녹색 나뭇잎이 햇살에 반짝이는 계절의 여왕 5월이다. 그럼에도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여행 떠나기가 힘들다고 자책하는 이들도 많을 터이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떠날 수 있는 것이 봄소풍이지만 그 나들이길 조차 녹록지 않은 이들이 있다.

2015년 말 기준, 통계청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록 장애인 인구는 250만 명,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662만 명, 0~4세 영유아가 230만 명으로 무장애 관광지를 필요로 하는 인구는 최소 1,600만 명(·유아 가족은 최소 3인 가족으로 추정)이다. 이는 대한민국 인구의 30%를 상회한다. 이들의 나들이 발걸음은 그리 가벼울 수만은 없다.

그리하여 문화체육관광부는 2015년부터 열린 관광지 조성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열린 관광지란 장애인, 어르신, ·유아 동반 가족 등 모든 관광객들이 제약 없이 관광 활동을 할 수 있는 무장애(barrier free) 관광지를 의미한다.

▲정선 삼탄아트마인,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고령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 ▲양평 세미원, ▲제주도 천지연폭포가 그 6곳이다.
▲정선 삼탄아트마인,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고령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 ▲양평 세미원, ▲제주도 천지연폭포가 2017 열린 관광지로 최종 선정됐다.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정선 삼탄아트마인,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사진=완주군청, 정선군 관광문화포털, 울산관광 홈페이지)

무장애 관광, 건축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서면 심사, 현장 심사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 열린 관광지로 최종 6곳을 엄선했다. 이번에 선정된 곳은 앞으로 화장실, 편의시설, 경사로 등의 시설의 개·보수와 장애 유형별 안내체계 정비를 비롯해 종사자 교육, 무장애 맞춤형 컨설팅 등을 지원 받는다.

정선 삼탄아트마인,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고령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 양평 세미원, 제주도 천지연폭포가 그 6곳이다. 필자는 이 중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양평 세미원으로 봄나들이를 떠나보았다.

경의중앙선을 타고 양수역에 내렸다. 경의중앙선은 유명한 여행지들을 여럿 지나가 나들이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노선이기도 하다. 자전거 칸이 구비된 열차가 많고 남·북한강 자전거 길이 길게 이어져 자전거 이용객도 많았다.

양평 세미원. 연꽃 정원으로 꾸며진 이곳은 가족단위 관광객과 어르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양평 세미원. 연꽃 정원으로 꾸며진 이곳은 가족단위 관광객과 어르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2017 열린 관광지로 선정됐다.

세미원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에 위치하고 있다. 청명한 하늘이 반겨주는 세미원 가는 길! 양수역에서부터 600m 거리 평지길이라 뚜벅이어도 어려움은 없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세미원에는 젊은층 방문객 외에도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단위 관광객,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나온 어르신들 관광객이 많았다.

요금도 일반요금 5,000, 주머니 가벼운 그 누구라도 쉬이 올 수 있는데다 열린 관광지답게 5세 이하 유아, 장애인(1, 2, 3) 동반 1, 현역군인, 양평군민 등은 무료입장이 가능하고 만 18세 이하, 65세 이상, 장애인 4, 5, 6급은 요금할인을 받아 300원에 입장할 수 있다. 문화가 있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입장료가 1,000원으로 대폭 내려간다.

양평 세미원 관람요금표. 매주 마지막 수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는 입장료가 1000원으로 내려간다.
양평 세미원 관람요금표. 매주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는 입장료가 1,000원으로 내려간다.

삼삼오오 모여계신 어르신들께 인사를 건네 보았다. 어르신들은 휠체어 타고 쉬엄쉬엄 올 수 있으니까, 애들 손 안 빌리고 오기 편하다. 여기 오면 노인들 만나서 이렇게 얘기도 하고, 꽃도 보고 좋다.”고 말하며 기분마저 가벼워지는 따뜻한 봄 날씨를 만끽했다.

세미원 곳곳에 연못과 정원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봄 속의 봄이 이곳에 있었다. 연꽃이 피는 계절은 아니었지만 노곤해지는 햇빛을 맞으며 세미원 벤치에 앉아 연녹색 출렁이는 그림 같은 풍경을 보고 있자니 망중한도 이런 망중한이 없다.

세미원에 들어서면 한반도 모양의 연못인 국사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세미원에 들어서면 한반도 모양의 연못인 국사원이 관람객을 맞이해준다.

세미원이 주는 자연과 쉼에 반해서 연꽃이 피지 않은 이 계절에도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너른 연못과 아기자기한 징검다리와 조경에 시야가 트인다. 물소리와 새소리에 시간마저 잃어버렸다.

아이와 함께 세미원을 찾은 주부 강은미(서울 상봉동) 씨아이 유모차를 가지고 다니려면 편한 관광지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도심에서 가까운데다 평지로만 이루어져 있어 편하게 다녀가곤 하는 곳이다.”라며 세미원을 찾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푸릇푸릇 연녹색 녹음이 자리한 세미원의 전경.
푸릇푸릇 연녹색 녹음이 자리한 세미원의 전경.

관람객 주효연(남양주시 금곡동) 씨아이와 함께 연잎밥 체험과 연잎차 다도 체험을 한 적이 있다. 우리 문화와 자연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기회라 저는 물론이고 아이도 매우 좋아했다.”고 말했다.

세미원에서는 시인학교, 토요음악회, 전통놀이 한마당, 연꽃문화체험교실 등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하다. 볼거리 외에 즐길거리도 풍부하니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단위 관광객에게 무엇보다 금상첨화이다.

연못을 길게 가로지르는 일심교의 전경.
연못을 길게 가로지르는 일심교의 전경.

 

1
세계수련관에 피어있는 연꽃의 모습.

장독대 분수를 지나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일심교를 바라보며 열대수련 연못을 지난다. 실내인 세계수련관에서는 지금도 연꽃을 볼 수 있다. 정조시대 배다리를 재현한 열수주교를 건너면 세미원 후문과 두물머리로 이어진 길이 나온다.

열대수련연못이 넓게 펼쳐진 세미원의 전경.
열대수련 연못이 넓게 펼쳐진 세미원의 전경.

세미원 후문에 자리한 조선시대 과학영농온실인 상춘원에서는 세종대왕 때의 온실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상춘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를 본떠 만든 조경물 석가산 금강산이 그것이다. 조선 3대 화가 겸재의 금강전도를 눈앞에 보는 듯하다. 금강산 일만 이천 봉과 봉우리 위 암자까지 표현한 식재 조형물은 가히 일품이다.

조선 세종대왕 때 과학영농온실을 재현한 상춘원 내부. 상춘원에는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를 조형물로 제작한 석가산 금강산이
조선 세종대왕 때 과학영농온실을 재현한 상춘원 내부. 상춘원에는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를 조형물로 제작한 석가산 금강산을 만날 수 있다. 세미원을 찾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모습.

세미원에서 몇 걸음 더 걸으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이다. 두물머리 아름드리 느티나무 앞 벤치에 앉아 눈과 마음이 모두 시원해지는 풍경을 보며 친구와 나눈 담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떠나고 싶게 만드는 햇살과 바람이 가득한 이 계절에 나들이마저 쉽지 않은 이웃에 대해 너무 쉽게 잊고 있었던 건 아닌지, 세미원을 떠나며 반성의 마음마저 들었다.

세미원 후문에서 몇 걸음 더 걸으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세미원 후문에서 몇 걸음 더 걸으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열린 관광지 조성 사업 이외에도 무장애 관광코스 개발, 무장애 관광정보 조사 및 제공, 관광 취약계층 초청 여행 등 관광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취약계층 맞춤형 관광코스와 관광정보를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으며, 13일부터는 기존에 열린 관광지로 선정된 고창 선운산도립공원 등 11개소에서 전국 160개 장애인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체험여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뚜벅이라,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이라 여행지를 조심스레 결정했던 순간도 많았다. 관광 취약계층에게는 선택지가 좁아지는 더 많은 제약이 존재할 터, 누구나 이 계절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전국의 모든 관광지가 열린 관광지가 되길! 관광 취약계층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높아지길! 청명한 하늘과 연녹색 녹음을 한껏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금 생각해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