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구합니다. 21개월 ~ 24개월 근무, 전 직원 기숙사 생활 및 식사 전부 제공, 각종 생필품 제공, 각종 피복류 제공. 이런 구인 공고가 있다면 당신은 지원하고 싶은가? 숙식도 제공해주고 생필품도 제공해준다니 꽤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단, 시급은 970원.(2017 최저임금 6,470원의 15% 수준으로 계산)
시급을 보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 속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수 십만 명에 이른다. 바로 지금도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는 국군 장병들이다. 현재 군 장병 월급은 병장 기준 21만6,000원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 금액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인상된 금액이다.
 |
군 장병들의 월급이 입금되는 ‘나라사랑카드’. 교통카드기능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
필자가 군 복무를 할 때는 병장 기준 17만 원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다음 해에는 19만 원으로 인상되었고 지금의 21만6,000원까지 오게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처럼 의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더라도 21만 원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는 49만 원, 이스라엘은 36~49만 원, 대만은 22~24만 원 등을 지급하고 있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싱가포르, 이스라엘, 대만 등의 국가에서는 최저임금의 30% 이상을 받고 있으며 이집트와 태국의 경우에는 최저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있다.
 |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장병들의 월급은 적은 수준이다. |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군 장병의 월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름철 장병들이 제초작업을 하면서 굳이 제초약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제초약보다 군 장병들의 시급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웃지못할 농담도 나오곤 했다.
군 월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장병들은 자신이 입대 전에 모아둔 돈, 부모님에게 받는 용돈 등으로 군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작년 11월에 전역한 박관정(24) 씨는 “받은 월급으로 피엑스(부대 내 매점)를 이용하고 샴푸나 보디워시와 같은 생필품을 구매하는 것만도 꽤 많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역한 우연호(23) 씨도 “병장 기준으로 21만 원이라는 월급을 받았지만 외박, 휴가 등이 있는 경우에는 월급이 턱없이 부족해서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서 쓰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군 복무자들은 현재 받는 군 월급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필자 역시 군 복무를 하면서 ‘PX 가격이 저렴해서 군 장병들의 월급도 저렴한가?’ 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
지난달 26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밝힌 군 장병 급여 인상안. 현재보다 대폭 인상된 것을 알 수 있다. |
이러한 부분과 관련해 군 장병 월급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론화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이에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군 장병들의 급여를 내년부터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이등병 월급은 현재 16만3,000원에서 30만6,130원, 일병은 17만6,400원에서 33만1,296원으로, 상병은 19만5,000원에서 36만6,229원, 병장은 21만6,000원에서 40만5,669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135만2,230원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2020년에는 최저임금의 40%, 2022년에는 최저임금의 50%까지 인상할 예정이며 2022년에는 병장 월급이 67만 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러한 인상계획에 대해 박관정 씨는 “군 장병들의 월급이 대폭 인상되면 군 복무중인 수많은 청년들이 군 적금도 더 많이 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전역 후 사회로 복귀할 때 재정적인 발판을 튼튼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군 장병 월급 인상의 필요성을 지지했다.
 |
내년에는 최저임금의 30%수준이지만 2022년이 되면 최저임금의 50% 수준까지 인상될 것이다.(사진=대한민국 국방부) |
군 장병들의 월급이 오를 경우 어떤 변화가 생겨날까? 병장 기준으로 월급을 40만 원 받게되면 군 적금으로 매달 10만 원을 납부해도 30만 원 정도가 남게 돼 부대 내에서도 선·후임들과 함께 PX에서 맛있는 간식을 사먹을 수도 있고 겨울철 방한용품을 구매해서 착용할 수도 있으며 추가적으로 저금을 하는 등 군 장병들의 군 복무에 대한 삶의 질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매달 모은 군 적금과 추가적으로 저축한 금액을 합한다면 연간 120~300만 원까지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하면서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친 나 자신에게 여행이라는 선물을 주는 것도 더 이상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jpg) |
군 월급이 올라간다면 군에 복무하는 대한민국의 젊은 청춘들의 자부심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사진=대한민국 육군) |
올해 10월 입대를 앞두고 있는 필자의 동생은 군 장병 월급 인상에 대해 “내년부터 더 많은 월급을 주게되면 군 적금을 활용해서 전역 후 사회진출을 위한 비용을 모을 수 있고 월급이 부족해서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일도 없을 것 같아 다행”이라며 군 장병 월급 인상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입대를 앞두고 있는 동생은 오르는 군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서 전역 후 대학 등록금에 사용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군 월급을 모아 대학 등록금을 낸다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내년부터 월급이 대폭 오르는만큼 대학 등록금을 모으는 것도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우리나라 국방비와 국방력은 세계 10위권 이내라고 한다. 즉, 국방 강대국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부터 인상되는 군 장병 월급을 통해 군 장병들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임할 수 있고, 지금보다 군 복무에 더 많은 자부심을 느껴서 국방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민중 1226alswnd@naver.com